킹스턴 교수 "일본 정치의 우경화 반영"
일본 인터넷매체 "국민에게 하나가 되라고 훈시"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일본의 새 연호로 선정된 '레이와(令和)'에 일본 중심의 국수주의적 가치관이 담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 연호가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처음으로 인용된 데다, 레이와에서 와(和)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호인 쇼와(昭和·1926~1989)의 '와'와 같은 것으로 아베 정부의 군국주의 회귀 움직임이 반영됐다는 분석 등이 나오면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번 연호에 대해 일본 고대 시가집인 '만요슈(万葉集)' 구절에서 따왔다며, 해당 구절을 인용해 "봄철에 화사하게 피어나는 매화처럼 일본인 모두가 내일의 희망과 함께 꽃을 피워 나가자는 염원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쿄(東京)에 있는 템플대학교의 제프 킹스턴 교수는 마 CNN 방송에 "아베 총리의 레이와에 대한 설명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이번 일본의 새 연호 선정은 일본 정치의 우경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킹스턴 교수는 레이와에서 '와(和)'라는 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재위기의 연호인 쇼와(昭和·1926~1989)의 '와'와 같은 것을 채택했다며, 이것은 "일본의 과거 전쟁을 더욱 긍정적인 이야기로 승격시키려는 아베 정권의 노력과 일치한다"라고 분석했다.
또 사상 처음으로 연호를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 고전에서 따온 것에 대해서도 "보수지지층에 대한 아베 정권의 배려"라고 해석했다.
'레이와'의 뜻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싱가포르타임스는 레이와에서 레이(令)은 "명령하다"라는 뜻이며 와(和)는 "평화 또는 조화"라는 뜻으로 "평화 또는 조화를 명령한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인터넷 매체 블로고스(BLOGOS)는 레이와에 대해 "일본 국민에게 하나가 되라고 훈시하는 것이냐"며 "국수주의적 냄새가 풍긴다"고 꼬집었다
교도통신도 레이와라는 연호는 "아베 정부의 국수주의적 경향을 보여주는 선택"이라는 한 소식통의 의견을 전했다.
한편 일본이 연호를 개정한 것은 오는 4월30일 아키히토(昭仁·85) 일왕이 퇴위하고, 5월1일 나루히토(德仁·59) 왕세자가 즉위하는데 따른 것으로, 현재 연호인 헤이세이(平成)는 5월1일 0시를 기해 '레이와'로 변경된다.
일본이 연호를 제정한 것은 645년 고토쿠(孝德) 일왕 재임 당시 연호인 '다이카'(大化) 이후 이번이 248번째로, 일본 고전에서 연호를 인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에는 중국 고전에서 인용해왔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