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부, 29일 'EU 탈퇴협정' 표결…노동당 "꼼수다"
법적 구속력 있는 '탈퇴협정' 통해 '노딜' 막을 계획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1월15일 230표 차 (찬성 202표 대 반대 432표) 부결, 3월12일 149표 차 (찬성 242표 대 반대 391표) 부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벌써 두 차례나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하원에서 퇴짜 맞았다.
그리고 29일(현지시간) 그의 세 번째 도전이 다시 하원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그런데 전략이 변경됐다. 이번엔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 등 두 부분으로 이뤄진 브렉시트 합의안에서 '탈퇴협정' 만을 분리해 표결에 부치겠다는 방침이다.
과연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브렉시트 합의안 = EU 탈퇴협정 + 미래관계 정치선언
메이 총리는 지난 해 11월 EU와 브렉시트 탈퇴의 골자를 담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내놨다.
이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협정과 구속력이 없는 정치선언으로 구성됐다.
585쪽 분량의 EU 탈퇴협정은 영국이 EU를 탈퇴한 시점부터 2020년 12월까지의 브렉시트 과도기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법적 규칙을 담고 있다. EU 회원국과 영국 간의 통행과 통관 문제, 이민 문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26장의 비교적 짧은 내용이다. 2020년 후 양국의 관계에 대한 큰 틀이 이 정치선언에 담겨있다.
◇ 'EU 탈퇴협정', 어떤 내용이 있나?
585쪽에 달하는 탈퇴협정에는 브렉시트 전환기간을 2020년 12월까지로 한다는 내용과 함께 390억 파운드(약58조원)의 탈퇴분담금(이혼분담금), EU 회원국에서의 거주권, 통관 문제 등이 상세히 담겨있다.
번번이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를 가로 막았던 '안전장치(backstop)'도 여기에 담겨있다.
안전장치란 브렉시트 이후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국경에서 엄격한 통행 통관 절차(하드보더·Hard border)가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1월15일 1차 승인투표(meanigful vote) 당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는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일정 기간 잔류시키는 방식으로 하드보더를 막는 방안이 포함돼있었다.
그러나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의 반발이 이어졌다. '일정 기간'을 명확하게 결정하지 않을 경우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메이 총리는 이러한 불만을 받아들여 EU와 합의를 통해 안전장치 내용을 일부 수정했다. 이에 따라 2차 승인투표에 담긴 합의안에는 EU가 의도적으로 영국을 안전장치에 가두지 않겠다는 약속과 2020년 말까지 아일랜드 국경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영국이 원할 경우 일방적으로 안전장치에 대한 합의를 종료할 수 있도록 했다.
3차 투표에 부칠 EU 탈퇴협정에도 이같은 내용이 수정없이 포함됐다.
그 밖에 2021년까지 5년 이상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거주 중인 EU 시민들을 영국에 거주할 수 있게 한다, 영국에서 살고 있는 이민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보호받는다는 내용의 '이민' 규제도 EU 탈퇴협정에 담겼다.
사법·재판과 관련해서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의 사법 시스템 접근에 제한된다는 내용이, 안보와 관련해서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의 외교 정책에 국한되지 않고 정책을 펼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 브렉시트 이후의 큰 틀을 담은 '미래관계 정치선언'
EU 탈퇴협정이 적용되는 기간은 2020년 12월 31일까지다. 이 전환기에 영국과 EU는 미래관계에 대한 새로운 거래를 성사할 수도, 기존의 거래를 수정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미래관계 정치선언'에 명시된 기본 사항을 따라야 한다.
선언문은 "미래의 모든 관계는 그 범위와 깊이와 관련돼 높은 야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양국의 관계는 "시간에 따라 진화(evolve)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영국이 협상 과정에서 EU와 더 가깝거나 더 느슨한 관계를 선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쨌든 선언문의 핵심은 영국은 더 이상 EU와 '자유로운 관계가 아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양측의 브렉시트 최종 합의안이 '물자·서비스·자본·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2020년 말까지 이 네 가지가 양측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대체 합의를 마쳐야 한다는 뜻이다.
영국 스카이뉴스가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상당히 모호하며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표현했을 만큼 그 밖의 해석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 'EU 탈퇴선언'과 '미래관계 정치선언'을 나눈다?
노동당은 "탈퇴협정과 정치선언은 한 마리 염소에 붙어있는 두 개의 뿔이다. 정부가 원한다고 해서 염소의 머리를 가를 순 없다"며 메이 내각을 비난했다.
현지 언론들은 시간을 벌어야 하는 메이 총리로써는 최후의 수단을 쓴 것이라고 평가한다.
EU는 메이 총리에 만약 29일에도 브렉시트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하면 4월12일 아무런 협상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맞거나 오는 5월 개최되는 유럽의회 선거에 참가한 뒤 브렉시트를 장기 연장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메이 총리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선언이라도 하원에 승인을 얻어 노딜 브렉시트를 막고, 유럽의회 선거까지 참가하는 일을 방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29일 표결 역시 가결은 힘들다는 예측이 팽배하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은 이번 투표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 식 브렉시트라고 비난하고 나섰으며, 30여명의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10여명의 민주연합당(DUP) 의원들 역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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