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영변·제재' 높아지는 비핵화 허들…중재자 文 앞의 고민

기사등록 2019/03/05 11:47:46

남북관계 발전 NSC 메시지, 김정은 대화 이탈 우려한 대북용인 듯

종전선언·영변폐기·제재완화…추진했던 구상 모두 美계산법 밖 평가

전문가 "美, 자신 이익 외 韓역할 배제하는 듯…희망적 사고 탈피해야"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03.04.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03.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중단된 북미 실무대화의 조속한 재개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남북협력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강조한 것은 남북 간에 우선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원론적인 메시지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외교·통일·국방부 장관에게 "제재의 틀 내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을 통해 북미 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을 최대한 찾아 달라"며 "특히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남북협력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적 발전이라는 '두 바퀴 평화론'에 바탕을 둔 것으로 기존에 지켜오던 평화 구상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관계 발전으로 북미 간 비핵화 대화에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이에 외교부는 과거 스웨덴 남북미 3자회동 등과 같은 반관반민(半官半民)의 1.5트랙 대화를 추진하고, 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해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국제 제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을 마련해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이러한 대책들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도 논의됐던 것으로, 북미 정상 간 협상이 결렬된 이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맞춤형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따라서 다소 원론적인 수준이라 할지라도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고자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정부 의지가 여전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문 대통령이 "중재안 마련 전에 보다 더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말한 것도 북한의 이탈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협상 결렬 이후 여전히 문은 열려있다는 미국과 북한이 보인 반응에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 문 대통령이 고민하고 있는 지점으로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조미 거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회의적인 입장으로의 선회를 시사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 간 협상 결렬 상황 이후의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기존 구상을 재확인 한 것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평양으로 복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원심력에 의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남북 간이라도 조금 더 결속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을 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남북이 함께 그려왔던 구상들이 번번이 미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재에 나서야 하는 문 대통령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대했던 것과 달리 남북 간 결속이 북미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03.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9.03.04.  [email protected]
결과적으로 남북미 3자 종전선언, 영변 핵폐기, 제재 완화 등 남북 정상이 함께 논의했던 구상들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밀어붙였던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은 중국의 개입으로 흐지부지 됐고, 평양선언에 명시한 상응조치를 전제로 한 북한의 영변 핵폐기 의사도 이번 협상의 긍정적 카드로 활용되지 못했다.

또 영변 핵폐기와 연계된 제재 완화 역시 미국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회담 결렬을 막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정상을 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상응조치 카드로 한국을 활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미국의 셈법 밖으로 밀려났다.

오히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이라는 기존 '리비아식 해법'으로 공식 회귀하면서 제재 완화의 일환으로 남북 철도·도로연결 사업 등에 의지를 밝힌 문 대통령의 구상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3일(현지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미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의미하는 '빅딜'을 북한이 수용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었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탄도 미사일들을 포기하는 비핵화 방안과 경제적 보상을 골자로 한 '빅딜'이 담긴 문서를 김 위원장에게 제시했지만 결렬됐다는 게 볼턴 보좌관의 주장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는 지금까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이 잘못됐고 '센토사 합의'와 '평양선언'마저도 그 이전으로 되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 역할을 자신들의 이익에 견줬을 때 긍정적 요소만을 제외하고는 배제시키려 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그동안 기대감에 사로잡혀 희망적 사고만 해왔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종전·영변·제재' 높아지는 비핵화 허들…중재자 文 앞의 고민

기사등록 2019/03/05 11:47:46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