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베이징 안 거치고 평양 직행…"입장 정리 시간 필요"

기사등록 2019/03/05 15:16:16

전용열차 동당역~평양 '최단거리' 60시간

北 매체 수뇌회담·베트남 방문 "성과적"

中 정협 기간…방중 시 낼 메시지 모호

北 태양절 中 시 주석 방북 가능성 주목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공식친선방문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전용열차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2019.03.05.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공식친선방문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전용열차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2019.03.05.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가 귀국길에도 베이징을 거치지 않은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5일 "김정은 동지께서 윁남(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에 대한 공식 친선방문을 성과적으로 마치시고 3월5일 전용열차로 조국에 도착하시었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이날 오전 3시께 평양에 도착했다. 베트남 북부 랑선성 동당역을 출발한 지 60시간여만이다. 이는 평양에서 동당역까지 이동할 때보다 5시간가량 더 빨리 이동한 것이다.

평양에서 베트남으로 이동할 때 난닝역 등에서 휴식을 취했던 것과 달리 귀국길에는 전용열차 정차 및 휴식도 최소화하며 평양으로 단숨에 내달린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지 일주일 만에 베이징으로 넘어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결과를 공유했다. 그리고 '공통된 인식'을 이룩했다고 당시 북한 관영매체들은 선전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끝내고 전용열차로 귀국하는 길에 베이징에 들러 시 주석을 만날 거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회담이 결렬된 데 따른 조급함도 반영될 거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평양에서 베트남으로 갈 때보다 더 빨리 이동해 곧장 평양에 도착했다.

시 주석의 정치적 일정이 우선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지난 3일부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을 시작했다. 5일에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가 개막했다. 중국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최대 정치행사인 만큼 시간 조율이 어려웠을 거라는 분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세계의 커다란 관심과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제2차 조미수뇌회담과 윁남(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에 대한 방문을 성과적으로 마치고 돌아오시는 최고령도자 동지"라고 선전했다. '결렬' 사실을 감춘 채 성과적이었다고 평가하며 내부 선전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뉴시스】닷새간의 베트남 일정을 마치고 지난 2일 귀국길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이르면 4일 저녁 중국 국경인 단둥에 도착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닷새간의 베트남 일정을 마치고 지난 2일 귀국길에 오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이르면 4일 저녁 중국 국경인 단둥에 도착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이러한 점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이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 주석을 만날 경우 대내외적으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하지만, 지난해 6월 때처럼 '대화와 협상의 궤도'가 안정의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할 경우 거짓말이 된다. 그렇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위원장은 우선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 원인을 내부적으로 분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한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도 시 주석을 만나지 않은 데 대해 "북한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회담 결렬 다음날 하노이 현지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입을 통해 "미국 측이 굉장히 사리가 맞지 않고,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회담에 계속 나가야 할지 생각을 다시 해야겠다고 고민하고 있다"며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또다시 교착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만남은 북한이 대미(對美) 협상에 관한 내부 전략을 정리하고 난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시 주석는 지난 1월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찾았을 때 "조선 측이 주장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라며 미국을 향해 북한의 제안을 수용하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시 주석은 당시 김 위원장의 '평양 초청'을 수락했다.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15일)을 계기로 북한을 방문해 양국 간 전통적 우호 친선 관계를 과시하고, 나아가 전략적 협력 차원에서 비핵화에 관한 대미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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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베이징 안 거치고 평양 직행…"입장 정리 시간 필요"

기사등록 2019/03/05 15:16:1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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