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초점]마이크로닷·도끼·비···연예계 '#빚too' 논란, 왜?

기사등록 2018/11/27 17:01:38

마이크로닷
마이크로닷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바야흐로 연예인 '빚투'(#빚too) 시대다. '빚투'는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에 '빚'을 더한 온라인 합성어. 연예인의 부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고발이 한창이다.

◇마이크로닷·도끼·비···빚투, 1주 만에 태풍

래퍼 마이크로닷(25)의 부모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이번 '빚투' 태풍을 불러왔다. 이달 초 인터넷에는 마이크로닷 부모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과거 제천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하던 마이크로닷의 아버지(61)는 축협에서 수억원을 대출하면서 지인들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웠고, 또 다른 지인들에게도 상당액의 돈을 빌렸으나 1998년 돌연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차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 글이 퍼지더니 19일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뉴스 연예면이 아닌, 사회면을 장식하게 됐다. 지인들은 과거 마이크로닷의 부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소재 불명 상황이 지속하면서 기소중지 처리됐다. 하지만 피의자가 형사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경우 등은 공소시효가 중지된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뉴질랜드에 거주하고 있다. 충북 제천경찰서는 마이크로닷 부모 검거를 위해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마이크로닷 부모에 대한 체포영장이 유효, 이들이 입국하는 동시에 체포 가능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마이크로닷은 부모의 사기범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자신을 인기인으로 만들어준 채널A '도시어부', tvN '국경 없는 포차' 등의 예능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래퍼 도끼(28)의 어머니로부터 과거에 사기를 당했다는 주장도 26일 불거졌다. 도끼 모친의 중학교 동창이라는 A는 IMF 사태 이후 도끼의 어머니에게 1000여만원을 빌려줬으나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도끼
도끼
경찰에 도끼 어머니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나 '돈을 갚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했다. A는 도끼 모친이 빌려간 돈을 변제하지 않고 있고, 연락도 닿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가수 겸 연기자 비(36)의 부모를 고발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글쓴이는 1988년 서울 용문시장에서 떡가게를 하던 비의 부모가 쌀가게를 하던 자신의 부모에게 쌀 1500만원어치와 현금 800만원을 빌렸는데 아직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원금 만이라도 갚으라고 요구했으나 비의 가족이 잠적했다. 소송을 걸려고도 했으나, 가정 사정이 빠듯해 하지 못했다. 결국 소송 기간도 지나버렸다"는 것이다.

◇연예인 가족에 대한 잇따른 빚투, 왜?

빚투의 가장 큰 계기는 대중의 반발 심리로 보인다. 자신의 돈도 갚지 않은 연예인 가족이 잘 사는 것에 대한 못마땅함이 크다. 

비의 부모가 돈을 갚지 않았다고 주장한 이는 비와 함께 마이크로닷, 도끼를 언급하며 "빌린 돈 또는 사기로 번 돈으로 자신들이 떵떵거리면서 TV에서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억울함으로 눈물을 흘리며 평생을 힘겹게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괘씸죄도 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떼인 돈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연예인들의 과거 고생은 포장이 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닷은 '도시어부'에 출연해 뉴질랜드에서 자신의 가족이 사기를 당했고, 한동안 수제비만 먹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
본인이 고생한 기억만 떠올리고, 자신의 가족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은 안중에 없다는 생각이 대중의 공통 심리가 됐다. 심지어 마이크로닷은 관련 논란이 불거진 직후 다짜고짜 법적 대응을 운운, 반발을 샀다.

위화감 조성으로 역풍을 몰고 온 경우도 있다. 과거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 정도로 가난에 찌들었던 도끼는 최근 호화주택에서 사는 모습이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자수성가의 아이콘'이 됐다. 공연 등으로 한달에 버는 돈은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과감하게 돈을 쓰는 모습은 젊은층 사이에서 과소비가 아닌, '힙한 것'으로 통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자충수가 됐다. 도끼는 모친 관련 논란을 해명하면서 "돈은 제게 오시면 갚아드리겠다. 그 돈은 내 한 달 밥값 밖에 안 되는 돈"이라고 피해자를 무시하는 발언으로 반감을 사 역풍을 맞고 있기도 하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힙합가수 도끼 세무조사 요청합니다'는 글이 게재됐다. "천만원이 한달밥값인 힙합가수 도끼 세무조사 요청한다. 1000만원이 한달밥값인데 세금을 잘내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닷, 도끼에 이어 시비에 휩싸인 비는 이들을 반면교사 삼았다. 소속사 레인컴퍼니는 "상대 측이 주장하는 내용은 고인이 된 어머니와 관련한 내용이어서 빠른 시일 내에 당사자와 만나 채무 사실 관계 유무를 확인 뒤,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저자세로 나왔다.

◇가족 빚에 시달린 연예인들 소환

이번 빚투를 계기로 과거에 가족 빚으로 시달린 연예인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구라
김구라
영화배우 이병헌(48)은 부친이 빚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상속을 포기하면 법적으로 채무 변제 의무가 없으나, 부친의 명예와 채권자들에 대한 도의를 지키겠다며 빚을 떠안고 채무를 다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MC 김구라(48)는 부인의 빚으로 공황장애를 겪고 이혼했으나 빚은 끝까지 갚겠다는 책임감을 보여 지지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유명 연예인이 가족의 잘못으로 인해 후폭풍을 맞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이미지가 중요한 직업인 연예인은 가족이나 지인이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경우 대내외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중에 노출된 탓에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드리워지기 때문이다.

연예계 관계자는 "가족 관찰 예능프로그램이 늘면서 연예인 본인과 가족 구성원의 경계가 흐려진 탓에 연예인과 가족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면서 "연예인의 가족이 소셜미디어에 그릇된 발언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방심하지 말고 매사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 조사 등으로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이 가족의 일을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는 판단과 함께 여론을 타고 악의적인 의도로 비방하는 목소리는 경계해야 한다는 시선이 연예계에 공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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