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온열질환 발생비율 더 높아
에너지빈곤층 12%, 폭염에 호흡곤란·실신까지
"주거복지 난방에만 초점, 폭염질환 대처미비"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연이은 폭염이 계속되자 올 여름 에어컨을 켤 여력도 안되는 '에너지 빈곤층'의 고통은 더 컸다. 호흡곤란에 실신까지 발생하자 지속적인 '냉방정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일 질병관리본부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운영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지난달 21일 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04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기간(646명) 대비 61% 증가한 수치다.
장소별로는 야외작업(292명), 논·밭일(162명) 중에 전체 환자의 43.5%가 발생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1.8%, 65세 이상이 28.4%로 장년과 고령층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같은 고열 환경이라도 '에너지 빈곤' 여부에 따라 온열질환 양극화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에너지 빈곤층'은 비용 부담 때문에 여름철 무더위에도 냉방장치를 가동하지 못해 온열질환에 비교적 쉽게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빈곤층 중 상당수가 올해 폭염으로 온열질환 위험에 더 노출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기반으로 보험료분위별 온열질환자 발생비율을 분석한 결과 기초생활수급자와 국가유공자 등 0분위에서 환자 발생비율이 다른 분위보다 2배 넘게 높았다.
또한 에너지시민연대가 발표한 '2018년 여름철 빈곤층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약 68%가 폭염으로 어지러움증 및 두통을 경험했다. 폭염으로 호흡곤란에 실신까지 경험하는 등 위험수위를 경험한 이들도 약 12%에 달했다.
이에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온열질환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는 '에너지 빈곤의 현황과 에너지 복지를 위한 과제' 리포트에서 지금까지 국내 주거복지는 난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상대적으로 폭염이나 온열질환 대처가 미비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올 여름 냉방복지 정책을 시행했다.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에너지 빈곤층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한때 사치품으로 분류됐던 에어컨의 구입비용을 생활필수품으로 인정했다. 또한 생활보호 대상 세대에 최대 5만엔(한화 약 50만원)까지 지원하는 냉방복지 제도를 시행했다.
안소영 보험연구원 연구원는 "국내에서도 한시적인 요금 완화 정책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일본의 냉방복지 정책같은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제도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연이은 폭염으로 온열질환에 노출된 상황에서 에어컨 사용은 사치재가 아니다"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에 노출된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냉방 복지정책 등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대처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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