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신념의 기준이 뭐냐' 격론

기사등록 2018/08/30 16:52:29

대법 전원합의체,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

검찰 "양심·신념을 측정·평가하는 것 불가능"

변호인 "병역은 존재가치 흔들 정도의 갈등"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이 열린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2018.08.30.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이 열린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2018.08.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종교와 양심 등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 공개변론이 진행돼 격론이 벌어졌다. 

 공개변론에서는 '신념과 종교는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검찰 측과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라는 변호인 측이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오후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공개변론을 열고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주장과 참고인들의 의견을 들었다.

 먼저 검찰 측 발언자로 나선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정당한 사유는 천재지변 등 객관적 사유에 한정해야 한다"며 "신념, 종교 등 주관적인 사유가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의 주관적 신념이라는 주관적 사유가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면 모든 형벌조항은 객관적 측정이 불가능한 주관적 사유로 무력화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설령 포함된다고 해석될 경우에도 양심이나 신념 등을 측정,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변호인으로 나선 오두진 변호사는 "병역이란 어떤 사람에게 있어서 존재가치를 뒤흔들 정도로 심각한 갈등을 일으킨다"며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란 존엄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거부하는 방식으로 표현되는 소극적이고 최소한의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병역법 위반 등과 관련해 무죄가 선고된다고 해서 국방의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대체복무제 도입 등을 통해 의무를 이행하게 될 것이다. 병역기피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인 데다가 공공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건인 만큼 각 사건의 주심 대법관(김재형·민유숙·박상옥)뿐만 아니라 다른 대법관들도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참고인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먼저 박상옥 대법관은 변호인 측에 "종교·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게 되면 대신해서 또 다른 젊은이들이 입영하게 된다"며 "어떠한 근거로 정당한 사유를 입증할 수 있는가"라고 변호인에 물었다.

 이에 변호인은 "형평성과 관련해 충분히 이해는 된다"면서도 "(군 외에) 위험하거나 힘든 곳도 매우 많다. 그런 영역이 군 복무보다 강도가 낮지 않다. 대체복무를 적절히 형평성 있게 설계한다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재형 대법관이 "양심, 신념의 판단 기준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라고 변호인에게 묻자, 변호인은 미국 등 해외 사례를 들며 "구별할 수 있는 지표는 서면·진술 등 심사 절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이 열린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2018.08.30.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이 열린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2018.08.30.    [email protected]
김선수 대법관은 검찰 측에 "객관적과 주관적 사유의 경계는 상당히 모호해 보인다"며 "질병이 개인적 사정이 될 수 있는 점에 비춰보면 양심에 따른 소신도 정당한 사유에 해당될 수 있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검찰은 "질병의 경우 더욱 객관적인 방법으로 판단할 방법이 있다"며 "양심의 경우 어디까지가 바람직한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정당한 사유 없이 현역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원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과 무죄가 선고된 사건 ▲같은 이유로 예비군 훈련소집 통지에 불응해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사건 등 총 3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심리했다.

 쟁점은 병역법 88조와 예비군법 15조에서 규정한 '정당한 사유'가 양심이나 종교에 따른 병역거부를 포함하는지 여부다.

 병역법 88조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정해진 기간 내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비군법 15조9항도 '훈련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받지 않은 사람은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돼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를 두지 않은 현행법 아래에선 이를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에 따라 1·2심 법원들은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를 유죄로 판단, 통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해왔다.

 하지만 국내외 환경이 변하면서 '정당한 사유'의 해석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다. 최근 몇 년간 하급심에서도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나오고 유무죄 판단이 엇갈리면서 대법원의 판례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내년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헌재 결정으로 사실상 양심적 병역거부자 관련 형사처벌 여부는 대법원의 손에 달리게 됐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에서 다뤄진 모든 내용을 토대로 심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판결 선고는 공개변론 이후 심리 진행 경과에 따라 추후 공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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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신념의 기준이 뭐냐' 격론

기사등록 2018/08/30 16:52:29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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