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발화지점은 전기배선 '전기적 요인'… 스프링클러 밸브는 정상개방
인화성 물질 취급 가능성은 낮아…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이 화 키워
【인천=뉴시스】 이정용 기자 = 인천 세일전자 화재 발생 당시 초기 불길의 확산을 막아야할 스프링클러가 50여분이 지나서야 작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안전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 세일전자 화재 수사본부는 23일 오후 인천경찰청에서 진행된 2차 브리핑에서 "화재 발생 후 50여분 뒤에 스프링클러가 작동 한 것을 합동 현장 감식 결과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인철 인천청 과학수사계장은 "스프링클러 작동 밸브는 정상 개방 돼있었다"며 "4층 화재 현장에서도 바닥이 물에 젖은 흔적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화재가 감지되면 바로 스프링클러가 작동해야 하는데 왜 50분 뒤에 작동했는지는 추가로 정밀 분석을 해서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방대가 출동하기 전 초기 진화 역할을 했어야 할 스프링클러가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화재 감지기의 정상작동에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현장 감식이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수사본부는 4층 화물엘리베이터 앞 사무실 공간 천장 전기배선을 최초 발화지점으로 특정했다.
김 계장은 "일반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면 최초 발화지점이 연소가 가장 많이 된다"며 "눈에 들어날 정도로 하얗게 색깔이 변질됐다. 다른 현장과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최초 발화지점을 볼때 과열이나 전선의 파괴로 인한 전기적 요인이 화재의 원인이라는 게 수사본부의 설명이다.
당초 소방당국과 목격자들이 발화지점으로 추정하던 4층 중앙부 PCB 검사룸과는 20m 떨어진 곳이다.
화재가 빠르게 확산돼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는 화재에 취약한 건축재질이 지목됐다.
김 계장은 "벽과 천장이 샌드위치 패널로 구성됐고, 천장 상부의 우레탄폼이 도포돼있었다"며 "화재에 취약하고 유독가스가 많이 배출된다"고 말했다.
또 최초 발화지점이 비상구와 가까운 곳에서 시작돼 탈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어성균 인천 논현경찰서 형사과장은 "화재가 발생하고 1차로 직원들이 대피한 뒤 2차로 다른 직원들이 대피하던 중 공장 건물이 정전됐다"며 "출구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빛이 보이는 반대편 전산실로 몰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은 불길과 연기를 피해 비상구 등 대피로 반대편인 전산실 등으로 대피했다.
이 가운데 7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또 2명은 연기를 피하려다 4층 창문으로 추락해 숨졌다.
유족들이 화재를 키웠다고 주장한 화재현장에서의 시너 등 인화성 물질 취급 여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계장은 "발화물질 시료를 수거했다"며 "사무실 공간에 인화성 물질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사본부와 합동감식팀은 내일 오전까지 현장 합동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21일 오후 3시43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남동공단 내 전자제품 제조회사인 세일전자 건물 4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A(54여)9명이 숨졌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번 희생자 9명의 합동분향소는 가천대 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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