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영토를 거의 100%를 탈환했다고 자축했지만 혼자만 공을 차지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정치매체 폴리팩트 등에 따르면 시리아와 이라크 내 IS의 영토가 100% 가까이 줄어든 사실은 맞지만,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부터 진행된 대테러 작전에 따른 결과다.
민간 안보리서치업체 IHS 마킷은 시리아·이라크에서 IS가 차지하고 있는 영토가 2015년 1월 9만800 ㎢에서 올해 1월 기준 6759 ㎢로 93% 줄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주장이 사실이 맞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이날 연두교서에서 "작년 나는 우리 동맹들과 협력해 ISIS(IS의 다른 명칭)를 지구상에서 박멸하겠다고 약속했다"며 "1년이 지났고, 연합군이 이라크시리아 내 이 살인자들이 장악하고 있던 영토 100% 가까이를 해방시켰다고 말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순전히 트럼프 행정부 덕분에 시리아·이라크의 IS가 힘을 잃었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 전쟁학 연구소(ISW)의 제니퍼 카파렐라 연구원은 온라인매체 복스(Vox)에 "트럼프 행정부가 ISIS에 관해 이뤘다고 주장하는 성공은 사실 오바마 행정부가 취한 접근법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1~10월 사이 IS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영토 60%를 잃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IS가 상당한 영토를 잃은 건 맞다. 이 기간 IS는 모술, 락까 등 역내 주요 거점을 차례차례 함락당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IS 격퇴 전략은 오바마 전 행정부가 2014년 9월 시작한 작전을 그대로 이어간 것 뿐이라며, 트럼프 취임 전부터 IS의 영토가 서서히 줄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전 행정부는 IS가 칼리프(이슬람 제국) 건립을 외치며 2014년 중순 이라크 영토 대부분을 장악하자 대테러 작전에 시동을 걸고 미국 주도의 국제 연합군을 구성했다.
이 작전의 목표는 역내 파트너들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미국이 감수하는 비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연합군은 이라크 정부군과 시리아 내 무장 분파가 지상에서 IS와 싸우도록 하고 훈련, 무기, 공습, 특수작전을 뒷받침했다.
작전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IS는 2014년 말 이후로는 추가적인 영토 확장을 하지 못했다. 미국 대선이 한창이던 2016년 이미 IS는 시리아와 이라크 내 영토 30% 이상을 빼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 후로 IS 격퇴 전략에 별다른 변화를 가하지 않았다. 전반적인 전략은 그대로 유지하되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설정된 규제를 완화해 공습을 좀 더 용이하게 만들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공습 요건을 완화해 IS 격퇴전에 속도가 붙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미 IS가 수세에 몰린 상황이었던 만큼 이들의 영토 탈환은 시간 문제였을 뿐이었다는 반박이 나온다.
연합군 협력 아래 이라크 정부군을 이끈 압둘 와하브 알 사디 장군은 작년 12월 CNN방송 인터뷰에서 "오바마와 트럼프가 해 준 지원에는 딱히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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