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타고 주유소까지 가서 휘발유 사와
1층 복도에 뿌리고 수건에 불 붙여 던져
주민들 소화기 들고 진화 시도 무용지물
사망·부상자 화상 심각…신원확인 어려워
월세 개념 장기투숙객들…모녀 사망자도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20일 서울 종로의 한 여관에 불을 질러 10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유모(52)씨는 여관 주인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매매를 요구했으나 여관 주인이 거절해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중국집 종업원인 유씨는 이날 오전 3시8분께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에 위치한 3층 규모 여관에 불을 질러 이모(61) 등 5명을 숨지게 하고 박모(56)씨 등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건물이 타고 있다"는 여관업주 김모(71·여)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내가 불을 질렀다"고 112에 직접 신고한 유씨를 여관 인근에서 현행범 체포했다.
유씨는 이날 새벽 2시7분께 여관주인이 숙박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여관주인은 유씨가 주취소란을 벌인다는 이유로 각각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할 파출소 경찰관은 유씨에게 성매매와 업무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유씨가 수긍해 사건은 종결됐다.
그러나 유씨는 집으로 귀가하지 않고 택시를 타고 인근 주유소로 이동해 휘발유를 구입한 뒤 해당 여관으로 다시 이동했다. 이어 오전 3시8분께 여관 1층 복도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방화를 저질렀다. 1층에서 시작한 불은 삽시간에 번져 잠든 투숙객들을 덮쳤다.
인근 주민들이 소화기 10여대를 동원해 진화를 시도했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고 결국 큰 인명피해를 초래했다. 새벽 시간이라 투숙객들이 깊이 잠든 상태였고 건물이 낡고 좁아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휘발유 자체의 유증기가 공중으로 번져서 불길이 순식간에 위로 솟구친 것으로 보인다"며 "유씨는 통에 들은 휘발유를 입구에 뿌린 뒤 수건으로 추정되는 물건에 불을 붙여서 던졌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투숙객 중 불이 난 것을 보고 2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최모(53)씨를 제외하면 부상자들도 신원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중상을 입은 상태다. 경찰은 "부상자들 역시 화상이 심각해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님 10명 중 3명은 월세 개념으로 살던 장기투숙객으로 파악됐다. 한 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모녀로 추정되는 투숙객도 있어 경찰이 확인 중이다.
경찰은 유씨를 상대로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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