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여관 옆에 설렁탕집, 각종 가스설비들 터질 뻔
주변에 철거 공사 현장도…목재 폐기물 등 잔뜩 쌓여
바로 건너편엔 5층 규모 여관 있어 불 번졌다면 '아찔'
소방관들 신고 4분만에 도착…좁은 골목서 신속 진화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20일 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서울 종로구 한 여관에 불을 질러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불길이 빨리 잡히지 않았다면 더 큰 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중국집 배달원 유모(52)씨가 술에 취한 채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을 찾아 "여자를 불러달라"며 성매매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홧김에 불을 질러 투숙객 5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당했다.
유모씨가 여관 출입구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지르자 여관 주인은 오전 3시7분께 119에 화재 신고를 한 뒤 인근 상인과 함께 소화기 10여대로 불을 끄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특히 불길이 번지면서 '펑'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으로 비춰볼 때, 여관 장기투숙객들이 흔히 사용하는 부탄가스가 실내에서 터져 불이 더 커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후 소방관들은 신고 약 4분 뒤인 오전 3시11분 서울장여관에 최초 도착했다. 뒤이어 소방차 총 50대와 소방관 208명이 신속하게 출동해 오전 4시4분에 완전히 불길을 잡았다.
서울장 여관 골목은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는 최소 폭(4m)에 미치지 못하는 약 2m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대형 소방차가 골목으로 진입하지 못해 진화 작업에 애를 먹었다고 소방 관계자는 전했다.
다행히도 신고 후 소방관이 약 4분만에 도착해 1시간 안에 불길을 잡아 인근 건물로 번지지 않았다.
서울장여관 건물 바로 옆에는 설렁탕집이 위치해 있으며 인근에 두 군데의 철거 공사 현장이 있었다. 만약 불길이 잡히지 않고 옆집으로 번졌다면 식당의 각종 가스 설비 등이 터지면서 2차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여관 인근 철거공사 현장 앞에는 철거 폐기물과 공사용 크레인 등이 놓여져 있었다. 특히 목재 폐기물 등이 한 곳에 쌓여있어 불이 옮겨 붙을 수 있었다.
또한 서울장 바로 건너편에 5층 규모의 또다른 여관이 위치해 있어 불이 번졌다면 대형 참사가 벌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장여관 주변 좁은 골목길에는 전신주에 걸린 전기줄과 통신선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이 화재로 서울장여관 옆을지나는 통신선 일부가 불에 타 일부 건물에서는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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