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에게 차기 연준 의장에 내정됐음을 통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블룸버그통신 등도 WSJ를 그대로 인용해 파월이 차기 연준 의장에 사실상 내정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일 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전인 2일 파월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정식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64) 연준 이사는 워싱턴 정가와 뉴욕 금융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워싱턴 출신인 파월 후보자는 프린스턴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변호사가 된 뒤에는 월가의 투자은행 '딜런, 리드 앤드 코'(Dillon, Read & Co)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0년 워싱턴으로 돌아와 조지 W.H.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에 들어갔다. 니컬러스 브래디 재무장관과 호흡을 맞춰 3년간 재정 담당 재무부 차관을 지냈다. 이후 1997년부터 8년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파트너를 지내면서 금융시장에서 이름을 알렸다. 칼라일 재직 시절 큰 부도 축적했다. 그의 순자산은 5500만 달러로 현직 연준 이사 중 가장 많다.
파월은 월가 출신의 부유한 자산가이자 공화당원이지만 비교적 중립적인 성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親) 시장'을 지향하지만 일정 수준의 금융규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12년 파월을 연준 이사로 지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적 이념을 앞세우기보다는 실용주의적이고 온건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파월은 2015년 연준 이사 연임에 성공, 현재까지 5년째 재닛 옐런 현 연준 의장과 손발을 맞춰오고 있다. 연준 안팎의 인사들은 그를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중립 성향으로 분류한다.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는 2012년 3차 양적완화(QE)에 개인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지만 최종 결정 때는 한번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았다.
파월은 법조계, 관계, 금융계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는 점에서 학자 출신 일색이던 기존 의장들과 확연히 대비된다. 취임하게 되면, 지난 40년간 연준 역사에서 경제학 박사가 아닌 첫 연준 의장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례처럼 굳어졌던 경제학자 등용 카드를 버리고 그를 선택한 것은 학문적 배경보다는 민간 경험을 중시하는 특유의 인사 스타일 때문이다. 또 경제성장률 3% 달성을 공언한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온건한 성향의 파월과 손발을 맞추기 편하다. 특히 이번 인선 과정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파월을 강하게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월에 대해서는 무난하다는 평가가 많다. 필 서틀 전 IIF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파월은 뛰어난 경제학자는 아니고 자기주장도 강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연구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이 탁월하며 폴 볼커 전 의장과 같이 타고난 공직자로서의 성품을 구비했다"고 평가했다.
킴 쉰홀츠 뉴욕대 교수 역시 "박사학위를 소지한 것보다 고품질의 경제 분석을 내놓을 수 있는게 더 중요하다"며 "인재를 등용하는 것과 경제 분석 정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가 능력있는 의장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파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온건하고 예측 가능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 불확실성을 덜어냈기 때문이다.
매슈 혼비치 모건 스탠리 글로벌 금리 전략 대표는 지난달 3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가장 선호하는 파월 이사가 선임될 경우 지금까지의 국채시장의 반사적 반응(금리 상승)은 일주일 안에 사라질 것"이라며 "10년물 국채금리는 현재보다 소폭 낮은 2.3%~2.4%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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