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당신이 애 봐봐, 둘째 같은 소리하고 있네···."
아내가 면전에서 던진 말입니다. 이때까지 미처 몰랐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잠시 눈앞이 아득해졌습니다. 그동안 육아는 온전히 아내 몫이었습니다.
저출산 국가에서 나라의 큰 보탬이 되겠다는 사명감이나 거창한 이유 따위가 아니라 60여일 전 태어난 '튼튼이(태명)'가 혼자라면 외롭지 않을까, 동생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으로 아내에게 철없이(?) 둘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모든 게 평화로웠고, 이보다 좋을 순 없었습니다. 글을 써서 밥벌이한 지 어언 8년 차인 기자의 험했던 지난 세월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아내의 세상도 달라졌습니다. 필자가 낭만에 취해 사리분별 못하는 사이 아내는 외롭고 힘든 육아를 홀로 감내하며, 필자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고군분투 중이었습니다. 결이 다른, 그것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스스로 젖을 물고, 저절로 클 거라 생각했습니다. 육아, 그것도 독박육아가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것도 전혀 몰랐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육아를 아내에게 떠넘겼고, 아내는 독박육아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내의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올 기세고, 손목과 허리, 무릎이 끊어질 듯 아프다는 푸념을 연신 토해냈습니다. 그때마다 '너만 애 키우냐', '정신력이 부족하다'는 아무렇게나 내뱉은 필자의 핀잔이 얼마나 상처가 됐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당장 병원 가서 묶고 와라."
아내의 푸념이 결국 경고로 돌변했습니다.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필자에게 쏘아붙이는 아내의 경고에 한 마디 대꾸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5일간의 여름휴가 때 독박육아를 자청한 결과, 육아는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었습니다. 짧은 경험으로 모든 걸 다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육아부터 가사까지 혼자 다해야하는 독박육아는 몸이 지칠 때로 지쳐도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회사 복귀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겠습니까.
독박육아. 비단 개인의 문제일까요.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호텔보다 비싼 산후조리원에 2주 동안 평균 230만원이나 지출해야 됩니다. 또 정부에서 혜택이라고 떠드는 돌봄서비스는 '결혼 전부터 신청해야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로 굳어진 지 이미 오래입니다. 학자금 대출부터 집 대출까지. 이자 갚기도 빠듯한 살림에 한 달 300만원이 넘는 사설 산후도우미 서비스가 가당키나 할까요.
이것뿐입니까. 야근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에서 아빠가 상사 눈치 안 보고 '칼퇴(정시퇴근)'할 수 있습니까. 엄마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육아휴직을 아빠가 마음 편히 쓸 수 있을까요. 독박육아의 마중물을 열거하기가 벅찹니다.
육아는 현실입니다. 독박육아에 내몰린 엄마들의 세상이 녹록지 않습니다. 둘째를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요. 오늘도 아내 눈치만 살핍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