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우월주의 폭력사태 방관한 트럼프에 비난 '봇물'

기사등록 2017/08/14 09:29:28

【베드민스터=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뉴너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17.8.11.
【베드민스터=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뉴너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17.8.11.
사태 발생 36시간만에 명의조차 없는 비판 성명 나와
 책임 소재에 지방정부나 맞대응 집회측 포함 논란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성명을 통해 백인 우월주의를 비판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사실상 촉발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흑인 인권단체들은 백인 우월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목하며 그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신의 트위터에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올리면서 만기친람(萬機親覽)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온 특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폭력사태가 발생한 후 한참 지나서야 비판 성명을 내놓아 비판을 자초했다. 특히 성명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있다고 밝히지 않고 여러 당사자들(on many sides)에게 있다고 주장한 것도 “대통령으로선 부적절한 성명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CNN,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집회가 시작되고 36시간 이상 지난 후에 이메일로 성명을 냈다. 성명을 낸 사람의 명의조차도 없었다.

 이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 리조트에서 재향군인들을 위한 행사를 하는 동안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사태 책임을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서 찾지 않고, 그에 맞대응한 집회를 개최한 이들이나 지방정부 등을 끌어들여 “모든 당사자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워싱턴 안팎에서 거세지고 있다. 미 의회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명백하게 비판할 것을 일제히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단체, KKK, 신나치주의 단체 등을 포함한 개별 혐오 단체를 강력하게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토머스 보세트 백악관 국토안보 보좌관도 13일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State of the Unio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적절하게 백익우월주의자들을 비난하는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거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준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폭력으로 변한 그 사건에 대해 적절하게 비판했다”면서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것이 아니고 이 나라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폭력과 증오에 관한 것이다. 나는 어제(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있었고, 그가 모든 형태의 폭력과 편견을 비난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웹사이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말, 정말 좋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최소한 백인 우월주의를 대통령이 충분히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보세트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단체 사람들에게 권위를 부여한 게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난 성명을 내기 전 자문위원들과 광범위하게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집회에 대해 상의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자문위원 대부분은 시위자들을 강하게 비판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해서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하면서도, 그가 대화 도중 반복해서 그 같은 폭력에 대한 책임을 지방 정부 또는 맞대응 집회 등에 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에는 자문위원들의 의견보다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생각이나 측근 등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국장은 13일 ABC의 ‘디스 위크(This Week)와의 인터뷰에서 “나라면 그런 성명을 추천하지 않을 것이고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더 강하게 비판했어야 했다”며 “(현재 백악관에는) 일종의 배넌의 영향이 있는데 그것은 대통령에게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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