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김기덕 감독(57)이 '여배우 폭행과 베드신 촬영 강요로 피소되면서 도마위에 올랐다.
3일 김기덕 필름측에서 "피소된 것은 맞다"면서도 "뺨을 때린 것은 연기지도를 위해 한 것이고, 시나리오에 없는 베드신을 강요한 일은 없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김 감독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기덕필름 관계자는 "김 감독이 지금 국내에 있는지 어디 있는지 모른다. 전화 통화도 싫어해서 주로 메일로 연락하는데 연락한지 꽤 됐다"며 "당연히 이번 사건으로 연락하지도 않았고 어떤 말씀을 들은 것도 없다"고 했다.
◇여배우는 왜 감독을 고소했나
검찰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여배우 A 씨에게 폭행과 강요 혐의 등으로 검찰에 2일 고소됐다.
A씨는 지난 2013년 3월에 영화 '뫼비우스' 촬영 중 김씨가 "감정이입을 위해 필요하다"며 자신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김씨가 자신에게 애초 대본에 없던 베드신 촬영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영화의 주연으로 발탁된 A씨는 결국 출연을 중도에 포기했고, A씨 역할을 다른 여배우가 맡게 됐다.
A씨가 뒤늦게 김 감독을 고소한 것은 영화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정신적 상처가 상당했고 결국 배우 활동을 그만두겠다는 각오로 뒤늦게 김 감독을 고소했다고 알려졌다. A씨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을 찾아갔고 법적 대응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노조에 따르면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니 당시 영화 촬영장에서 김기덕 감독이 여배우의 뺨을 2~3회에 걸쳐 때리는 걸 목격한 스태프들의 증언이 있었고, 또 여배우에게 남성 성기를 잡고 촬영하는 장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김기덕 감독은 2004년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 2012년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등을 수상한 세계적인 영화감독이다.
◇뫼비우스는 어떤 영화
영화 '뫼비우스'는 지난 2013년 9월 개봉했다. 한마디 대사 없이 진행되는 연출, 성기 절단과 근친상간 묘사 등 파격적인 설정들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조재현·서영주·이은우가 각각 아버지·아들·어머니 역을 맡은 어떤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다만 김 감독의 작품인만큼 평범한 가족 서사와는 거리가 멀다. '뫼비우스'는 가족과 인간의 욕망을 성기(性器)로 풀어낸다.
인간의 욕망을 깊숙히 파고들어가는 김 감독 특유의 상상력과 강렬한 연출 방식이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는 당시 근친상간 장면 등을 이유로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고, 세 번에 걸친 심의 끝에 국내 개봉했다. '제한상영가'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는 등급이지만, 국내에는 제한상영관이 없어 사실상 상영금지조치와 같다.
김 감독은 당시 2분30초 분량을 잘라낸 뒤 세 번째 심의를 넣었고,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는 삭제 장면에 대해, "우리 몸으로 치면 심장에 해당하고, 영화가 달려가는 기차라면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데, 마지막에 도달하기 직전에 기차가 고장 난 느낌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에서의 논란과 다르게 '뫼비우스'는 제70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한편 김 감독은 '뫼비우스' 이후 내놓은 최근작 '일대일'(2014) '그물'(2016) 등에서 전작들과는 달리 인간 내면이 아닌 사회 문제를 파고들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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