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오르는 로커 한대수···"딸 위한 음악동화죠"

기사등록 2017/07/02 10:11:27

최종수정 2017/07/03 09:32:50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융복합 공연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에 참여하는 가수 한대수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02.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융복합 공연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에 참여하는 가수 한대수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클래식 음악을 친숙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딸 양호를 위해 출연하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역시 참 좋아하더라고요. 하하"

1969년 21세였던 청년은 캄캄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톱을 켜며 노래한 전위적인 뮤지션이었다. 올해 한국 나이로 칠순의 '로큰롤 할배'가 된 그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딸을 위해 음악동화에 출연한다.

최근 신촌에서 만난 한국 포크록의 대부 한대수(70)는 자신이 환갑에 낳은 딸 양호(10)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내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오는 9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지는 '삼성카드 셀렉트 38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에 출연하기 위해 11개월 만에 한국을 찾았다.

한대수는 치열한 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딸을 키울 수 없다며 약 12년 만인 지난해 뉴욕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뉴욕에서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촉망받던 핵물리학자 한창석 씨,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박정자 씨다. 하지만 미국 유학을 떠난 아버지는 실종됐다.

어머니는 재가하면서 일곱 살 때부터 연희전문 초대학장과 초대대학원장을 지냈던 할아버지 한영교 씨와 살았다.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 땅을 처음 밟은 그는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갔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융복합 공연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에 참여하는 가수 한대수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02.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융복합 공연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에 참여하는 가수 한대수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02. [email protected]
"우리 양호에게 만큼은 무조건 사랑을 안겨주고 싶었어요. 게다가 저는 지금 시간이 많거든요. 하하. 요즘 젊은 20~30대 부모는 바빠서 자녀를 돌볼 시간이 없다는 것은 안타깝죠."

그런 한대수가 딸 양호를 위해 선택했다는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는 현재 뉴욕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멀티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자이언츠 아 스몰(Giants Are Small)'의 신작이다.

20세기 러시아의 대표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의 음악동화 '피터와 늑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1936년 프로코피예프가 어린이들을 위해 처음 작곡한 원작은 음악과 이야기가 합쳐진 클래식 곡이다. 이번에 클래식과 애니메이션, 퍼커션, 내레이션 등을 모두 한 무대에서 즐길 수 있는 융복합 공연으로 재탄생했다.

현재의 로스앤젤레스에서 늑대가 동물원을 탈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프리퀄처럼 더해진다. 슈만, 바그너, 사티 등의 클래식 음악들로부터 발췌된 곡들이 연주된 뒤 프로코피예프의 원곡 '피터와 늑대'로 이어진다.

한대수는 이 공연에서 내레이션을 맡는다. 앞서 미국 공연에서는 로커 더그 피치가 내레이터로 참여했다.

올해 5월 미국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서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을 가진 이래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서울에서 개최된다. 아시아 초연인 셈이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융복합 공연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에 참여하는 가수 한대수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02.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융복합 공연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에 참여하는 가수 한대수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02. [email protected]
어린 시절부터 팝의 본고장인 뉴욕에서 살며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한대수에게 클래식음악 역시 낯선 장르가 아니다.

"60~70년대부터 프로코피예프는 물론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 등의 음악을 즐겨 듣고 좋아했어요. 할아버지가 클래식에 대한 애착이 크셨거든요. 어머니도 피아니스트셨고요. 사실 제가 기어 다닐 때부터 듣던 음악이죠. 이제 제 딸이 클래식음악을 듣게 됐네요."

양호는 이번에 아빠에 함께 한국에 왔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다니느라 본인보다 바쁘다고 했다. "예전에 연세대 노천극장 무대에 딸이 오른 적이 있었는데 3만명 앞에서도 겁이 없었어요. 코러스도 멋있게 했죠"라고 웃었다.

"클래식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데 와 닿으면 그만큼 쉽고 좋은 음악도 없어요. 양호뿐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 그걸 알리는데 제가 중간에서 징검다리를 잘 놓는다면, 이번 공연의 의미가 크죠."

공연주최사 피터앤더울프의 김인현 음악감독은 오리지널 프로덕션 관계자가 한대수를 만났는데 그의 성격과 풍모가 마음에 든다며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고무신'을 이번 공연에 삽입하는 걸 고려 중이라고 귀띔했다.

한대수는 "록적인 요소와 함께 동양적인 요소가 있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나봐요. 특히 기타의 강렬한 부분이요. 외국 감독이 한상원씨가 기타를 연주한 버전을 들었는데 그 친구가 기막히게 연주를 잘 했죠."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융복합 공연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에 참여하는 가수 한대수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02.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융복합 공연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에 참여하는 가수 한대수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7.02. [email protected]
한대수는 이번에 대중음악 뮤지션이 오르기 힘든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게 됐다. 과거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여러차례 올랐고 2015년 LG아트센터에서 헌정공연도 치른 그는 한국의 주요 공연장을 모두 섭렵하게 됐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엘리트무대잖아요. 근데 미국의 그런 극장들 역시 일찌감치 대중들에게 가까이 가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카네기홀도 60년대 말 비틀스에게 문을 열었고요.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시도 자체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 일간지에 2주에 한번꼴로 '한대수의 사는 게 제기랄'이라는 칼럼을 통해 뉴욕 이슈를 전하고 있는 한대수는 여전히 젊은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자신과 비슷한 연배인 뮤지션인 프랑스 전자음악가 장 미셸 자르(69)의 공연을 보면서 여전히 뉴욕에는 좋은 공연이 넘치고 이를 한국에 소개하고픈 마음이 크다며 설레는 그다.
 
하지만 뉴욕의 교육 문화도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제가 뉴욕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숙제 보다는 축구랑 야구하러 다니느라 바빴죠. 인터넷이 세상에 들어오고 나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어요. 아주 소수만이 상류사회에 들어가니까요. 양호에게 소꿉놀이하고 야구하고 축구하고 놀라고 하는데, 쉽지 않네요. 하하." 매일 양호를 학교에 바래다주고 함께 숙제를 하고 놀아주는 것이 그의 현재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융복합 공연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에 참여하는 가수 한대수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7.02.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융복합 공연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에 참여하는 가수 한대수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7.02. [email protected]
미국에 거주 중인 한대수가 한국에서 새삼 조명됐던 때는 지난해 10월 미국 포크록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다. '행복의 나라로'를 비롯해 서정적이면서도 시적인 노랫말을 자랑하는 한대수는 '한국의 밥 딜런'으로 통한다.
  
"밥 딜런은 대중음악계에 가사와 철학의 중요성을 알게 해준 사람이죠. 심지어 비틀스도 밥 딜런을 만나고 달라졌으니까요. 물론 딜런은 잭 캐루악 등에게 영향을 받았지만요. 저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가능하면 음에 발음이 편안하게 앉아야 좋은 가사라고 생각해요. 자연스러운 게 가장 좋죠."

자연스러움은 노년의 삶에 접어든 한대수에게도 중요한 키워드다. 노후 과정은 모두가 겪게 되는 것이니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작년만 해도 저보다 나이가 적은 조지 마이클, 프린스가 세상을 떠났죠. 비슷한 연배인 데이비드 보위도 떠났고. 사실 로커들이 오래 못 살아요.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 고맙죠. 칠순을 기념해 전후로 공연을 하고 싶은데… 한 번 더 노력해봐야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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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오르는 로커 한대수···"딸 위한 음악동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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