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주사 피해다니는 병아리 날갯짓… 제주 초 AI 살처분 현장

기사등록 2017/06/07 18:48:36

최종수정 2017/06/07 19:09:47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AI 위기경보가 심각로 격상된 가운데 7일 오후 제주시 해안동 해안초등학교 내에서 기르던 닭이 예방적 살처분되고 있다. 2017.06.07.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AI 위기경보가 심각로 격상된 가운데 7일 오후 제주시 해안동 해안초등학교 내에서 기르던 닭이 예방적 살처분되고 있다. 2017.06.07.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아이구 쟤들은 목에 아직 솜털도 다 안 빠진 병아리야. 불쌍해서 어쩌나.”

7일 오후 제주시 해안동 해안초등학교(교장 임연숙)의 생태학습체험장인 '해안둥지'의 살처분 현장. 이곳은 학생들의 교육용으로 공작새, 칠면조, 닭, 오리 등 가금류 70여마리를 기르는 곳이다. 지난 5일 AI 간이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농가의 반경 3㎞ 이내에 위치해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

본격적인 살처분 작업에 앞서 교직원이 먼저 우리 안으로 들어가자 먹이를 주는 줄 알았는지 직원 주위에 닭과 병아리들이 모여들었다. 이후 흰 방역복을 입은 직원 7명이 채집망과 비닐포대를 들고 들어서자 낌새라도 챈 듯 손바닥 크기의 병아리 10여마리가 새끼손가락 길이도 채 안 되는 날개로 날갯짓을 하며 도망 다녔다.

수 시간을 지지대 위에 앉아있던 공작새는 지붕에 머리를 처박으며 우리 안을 날아다니며 살처분 직원의 채집망을 피해 다녔다. 안락사 주사제를 맞은 닭들로 채워진 비닐포대에서는 약효가 나타나지 않은 몇몇 닭들의 푸덕거리는 날갯짓과 비명이 계속됐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임연숙 교장과 강경희 교감의 입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임 교장은 이내 울먹이는 목소리로 “도저히 못 보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강 교감은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묵묵히 상황을 지켜봤다.

살처분 작업이 마무리에 접어들자 두 선생님은 서로 “내일 아이들이 '병아리 어디 갔냐'고 물어보면 사람들이 데려갔다고만 말을 해야 할까”라며 아이들의 반응을 걱정했다. 노란 출입금지 띠가 둘러진 해안둥지는 방역작업 후 2주 동안 출입이 금지된다.

도는 지난 2일 AI가 신고된 후 6일까지 70농가에서 오골계 110마리, 토종닭 207마리, 오리·기타 119마리 등 모두 436마리를 70농가로부터 신고 받아 폐사 등이 있었던 고위험군 20농가를 분류해 AI 간이 검사를 벌이고 있다.

이 중 AI 양성판정이 3농가에서 나와 반경 3㎞ 이내 26농가의 가금류 13만9000마리를 7일까지 살처분 했다. 도는 앞서 2일 신고된 제주시 한 농가로부터 반경 3㎞ 이내 14농가의 1만452마리를 살처분 했다. 이로써 7일 현재 살처분한 가금류는 15만마리에 이른다. 이는 제주도내 가금류 183만마리의 8%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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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주사 피해다니는 병아리 날갯짓… 제주 초 AI 살처분 현장

기사등록 2017/06/07 18:48:36 최초수정 2017/06/07 19: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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