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메르켈 "터키, 나치 비유 중단하라"

기사등록 2017/03/21 17:42:46

【브뤼셀=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7.3.13.
【브뤼셀=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7.3.13.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겨냥해 독일을 나치에 비유하는 발언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독일을 향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언어 도발'이 계속되자 독일 정치권에서는 대응 수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도이체벨레 방송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하노버에서 기자들과 만나 "터키 측이 변명을 늘어놓지 말고 나치 비유를 중단해야 한다는 게 나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터키 정치인의 독일 내 활동은 "독일 헌법의 원칙에 기반할 때"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간접적 경고로 풀이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 내 터키인을 상대로 개헌 국민투표 찬성 집회를 이달 개최하려다 독일 지역 당국이 행사를 불허하자 메르켈 총리를 향해 수차례 막말을 쏟아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일 TV연설에서 "당신(메르켈)은 지금 나치 수법을 쓰고 있다"며 "누구를 상대로? 독일에 있는 나의 터키인 형제와 장관들을 대상으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전에도 독일의 집회 불허 조처에 대해 "이들이 지금하는 일은 과거 나치가 하던 행동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가 "테러범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대변인 슈테판 자이베르트는 그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난을 "터무니 없다"고 일축했다. 또 "우리 총리는 도발 게임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며 애써 외면했다.

 그러나 터키의 비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독일 좌파당은 "정부의 대응이 부족해 터키 대통령이 갈수록 심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보다 강경한 대응을 촉구했다.

 좌파당은 한 발 더 너아가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이 독일 주재 터키 대사를 초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카리아=AP/뉴시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사카리아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유럽과 터키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기독교 대 이슬람'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고 경고했다. 2017.3.17
【사카리아=AP/뉴시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사카리아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유럽과 터키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기독교 대 이슬람'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고 경고했다. 2017.3.17

 독일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자세다. 가브리엘 장관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도를 넘었다"고 우려하면서도 양국 간 외교 갈등에 대한 추가적인 발언은 거부했다.

 외무부의 마르틴 쉐퍼 대변인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도발에 똑같은 수준의 가시돋힌 수사로 대응한다면 터키의 손에 놀아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쉐퍼 대변인은 "터키 대통령이 쓰는 것과 똑같은 언어로 답한다면 누가 이득을 볼지 자문해 보자"며 "우리가 모욕과 위협으로 대응한다면 터키 대통령에게 유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4월 16일 개헌 국민투표에서 터키인들 대다수로부터 찬성을 받아내는 일을 도울 뿐"이라며 "우리가 강한 역공을 하면 오히려 터키 집권당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쉐퍼 대변인은 또 "외무부의 책무는 국내 정책과 대외 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전략은 긴장 고조가 아니라 완화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터키의 개헌 국민투표 이후로도 우리는 터키 정부와 계속 대화를 해야 한다. 우리는 계속 그럴 수 있길 원한다"며 터키와 독일은 테러와의 싸움 같은 공동 이익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국들은 터키의 개헌 국민투표가 사실상 에르도안 대통령이 독재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고 자국 내 터키 개헌 찬성 집회를 불허했다.

 터키 정부는 개헌 국민투표를 치르기 전 독일 내 찬성 집회를 다시 계획하겠다고 밝혀 양국 간 외교 갈등이 더욱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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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메르켈 "터키, 나치 비유 중단하라"

기사등록 2017/03/21 17:42:4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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