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극계는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조직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눈밖에 난 인사들은 정부의 각종 지원에서 배제됐다.
헌법재판소의 10일 탄핵 인용에 대해 연극계가 환영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예술 검열 등의 내용이 인용 사유에 포함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를 동시에 내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인용은 대통령 자격 유무에 대한 판단.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는 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각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연극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후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예술 검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이 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블랙리스트'로 대변되는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예술 검열의 현황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짚어봤다.
◇시발점은 '개구리'?
연극계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시발점은 박근형 연출의 연극 '개구리'로 알려졌다. 박 연출은 앞서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부녀를 풍자한 연극 '개구리'를 국립극단에서 선보였는데, 이후 현 정부의 각종 연극 지원에서 탈락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개구리'로 청와대가 2014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는 계기가 됐다는 진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의 10일 탄핵 인용에 대해 연극계가 환영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예술 검열 등의 내용이 인용 사유에 포함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를 동시에 내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인용은 대통령 자격 유무에 대한 판단.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는 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각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연극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후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예술 검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이 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블랙리스트'로 대변되는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예술 검열의 현황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짚어봤다.
◇시발점은 '개구리'?
연극계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시발점은 박근형 연출의 연극 '개구리'로 알려졌다. 박 연출은 앞서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부녀를 풍자한 연극 '개구리'를 국립극단에서 선보였는데, 이후 현 정부의 각종 연극 지원에서 탈락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개구리'로 청와대가 2014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는 계기가 됐다는 진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의 시즌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의 지원 배제작이었던 '모든 군인을 불쌍하다'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박 연출은 "사람들이 깨어 있고 여러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분노하고 눈을 뜨고 밝혀내서 (블랙리스트가) 알려지게 됐다"면서 "앞으로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 선거를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출뿐 아니다. 이후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거나 '세월호 참사' 내용과 관련이 포함된 연극과 이를 만든 연극인들은 지원에서 배제됐다. 선거 당시 박 대통령이 아닌 상대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고 지원에서 배제된 이들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진두지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극계를 넘어 공연계 전반에서 시국선언이 잇달아 발표됐다.
◇'블랙리스트' 관련 연극계의 신속한 의제설정
'박근혜 정부'에서 연극계에 대한 비상식적인 대우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연극제 대관 탈락이다.
2014년 말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공연예술센터는 '2015 제36회 서울연극제'를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의 정기대관 공모에서 탈락시키면서 반발을 불렀다.
박 연출뿐 아니다. 이후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거나 '세월호 참사' 내용과 관련이 포함된 연극과 이를 만든 연극인들은 지원에서 배제됐다. 선거 당시 박 대통령이 아닌 상대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고 지원에서 배제된 이들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진두지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극계를 넘어 공연계 전반에서 시국선언이 잇달아 발표됐다.
◇'블랙리스트' 관련 연극계의 신속한 의제설정
'박근혜 정부'에서 연극계에 대한 비상식적인 대우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연극제 대관 탈락이다.
2014년 말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공연예술센터는 '2015 제36회 서울연극제'를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의 정기대관 공모에서 탈락시키면서 반발을 불렀다.
한국공연예술센터는 대관 탈락 사유로 '특정공연 시 불허한 모금행위를 주도하고 방치한 단체의 신뢰성 문제' '대관신청 서류의 미비'를 문제삼았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이 단체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가장 큰 화두는 "공공극장의 훼손"(김소연 연극평론가)이었다. 이후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주요 연극인, 연극단체들이 대거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고 이에 따라 지원에서 배제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블랙리스트 등 검열 문제를 수면 위로 부각시키는데 젊은 연극인들의 힘이 컸다. 연극계의 민주주의를 위한 토론을 지속해온 대학로X포럼, 검열에 대해 "부조리한 현실에 압도당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을 받은 20여개 대학로 극단이 참여한 '권리장전2016-검열각하'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정부 하에서 검열을 주도했거나 관여한 이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검열 백서 작업에 돌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연극계가 개인들은 자유롭고 창작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계'라고 묶였을 때는 의견을 조율하고 통합해나가는 과정이 미숙했다"며 "연극인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연극 관련 협회가 수렴하거나 대변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연극인들이 자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터전을 잃은 연극계가 지난 1월 광화문광장에 세운 광장극장 '블랙텐트'가 대표적인 자발적인 네트워크다.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이 단체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가장 큰 화두는 "공공극장의 훼손"(김소연 연극평론가)이었다. 이후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주요 연극인, 연극단체들이 대거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고 이에 따라 지원에서 배제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블랙리스트 등 검열 문제를 수면 위로 부각시키는데 젊은 연극인들의 힘이 컸다. 연극계의 민주주의를 위한 토론을 지속해온 대학로X포럼, 검열에 대해 "부조리한 현실에 압도당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을 받은 20여개 대학로 극단이 참여한 '권리장전2016-검열각하'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정부 하에서 검열을 주도했거나 관여한 이들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검열 백서 작업에 돌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연극계가 개인들은 자유롭고 창작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계'라고 묶였을 때는 의견을 조율하고 통합해나가는 과정이 미숙했다"며 "연극인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연극 관련 협회가 수렴하거나 대변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연극인들이 자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터전을 잃은 연극계가 지난 1월 광화문광장에 세운 광장극장 '블랙텐트'가 대표적인 자발적인 네트워크다.
연출가인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극장은 정부 등의 압박으로 한국의 공공극장이 거의 외면했던 세월호 희생자,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각종 국가범죄 피해자들, 해고 노동자 관련 연극을 다루면서 이슈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의 퇴진 때가지 운영하기로 했던 이 극장은 이날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이해성 극장장은 "어제 마지막 공연을 했지만 16일 토론회를 거쳐 그간의 공연에 대한 의미와 평가, 성과를 이야기하겠다. 앞으로 이 블랙텐트를 발전적으로 계승해나갈 예정인데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진실 규명 철저히…표현의 자유·검열 방지는 이제 시작
연극인들은 탄핵 인용은 하지만 예술 검열에 대한 논의 자체가 대통령 탄핵 사유에 중대한 내용으로 포함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블랙텐트 운영위원인 임인자 연출은 "언론의 자유, 예술의 자유, 공무원에 대한 부당한 지시,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책임을 묻지 않아 아쉽다"면서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는 예술가에게는 생명과 같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숙고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최근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연극계에 대한 지원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연극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전제가 된 뒤 연극 지원 정책과 제도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연극계의 중론이다.
박 전 대통령의 퇴진 때가지 운영하기로 했던 이 극장은 이날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이해성 극장장은 "어제 마지막 공연을 했지만 16일 토론회를 거쳐 그간의 공연에 대한 의미와 평가, 성과를 이야기하겠다. 앞으로 이 블랙텐트를 발전적으로 계승해나갈 예정인데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진실 규명 철저히…표현의 자유·검열 방지는 이제 시작
연극인들은 탄핵 인용은 하지만 예술 검열에 대한 논의 자체가 대통령 탄핵 사유에 중대한 내용으로 포함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블랙텐트 운영위원인 임인자 연출은 "언론의 자유, 예술의 자유, 공무원에 대한 부당한 지시,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책임을 묻지 않아 아쉽다"면서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는 예술가에게는 생명과 같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숙고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최근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연극계에 대한 지원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연극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전제가 된 뒤 연극 지원 정책과 제도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연극계의 중론이다.
극작가 겸 연출가 이양구는 최근 열린 '2017 연극발전을 위한 1차 시국토론회'에서 "연극 지원 정책과 제도는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사태는 청와대와 문체부 등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가담해 헌법 가치를 파괴한 국가범죄였으며,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과 관련된 공무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에 상응하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연극계를 넘어 예술계는 '블랙리스트'가 예술가들을 지원금으로 옥죌 수 있다는 저열한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의 근거가 시장에서 실패한 예술에 대한 구휼이라는 관점은 모순"이라며 "시장에서 실패한 예술에 대한 구휼이건, 예술의 사회적 가치이건, 창작지원이건 예술에 대한 공공지원의 토대는 예술 그 자체의 공공성에 대한 합의가 근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학·연극·영화 등에서 부당하게 피해를 입은 사업을 원래대로 돌려놓기로 하는 등의 조치를 내놓았는데 이보다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지금까지 밝혀진 검열 관련 부분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문체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예술 지원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연극인들이 속한 서울연극협회의 송형종 회장은 "그동안 연극인들의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지난 4년간 블랙리스트로 연극인들이 많은 피해를 봤는데 새로운 시대를 기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양성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웠으면 한다"며 "연극계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역사적인 교훈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블랙리스트 사태는 청와대와 문체부 등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가담해 헌법 가치를 파괴한 국가범죄였으며,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과 관련된 공무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에 상응하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연극계를 넘어 예술계는 '블랙리스트'가 예술가들을 지원금으로 옥죌 수 있다는 저열한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의 근거가 시장에서 실패한 예술에 대한 구휼이라는 관점은 모순"이라며 "시장에서 실패한 예술에 대한 구휼이건, 예술의 사회적 가치이건, 창작지원이건 예술에 대한 공공지원의 토대는 예술 그 자체의 공공성에 대한 합의가 근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학·연극·영화 등에서 부당하게 피해를 입은 사업을 원래대로 돌려놓기로 하는 등의 조치를 내놓았는데 이보다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지금까지 밝혀진 검열 관련 부분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문체부가 내놓은 대책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예술 지원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본 연극인들이 속한 서울연극협회의 송형종 회장은 "그동안 연극인들의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지난 4년간 블랙리스트로 연극인들이 많은 피해를 봤는데 새로운 시대를 기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양성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웠으면 한다"며 "연극계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역사적인 교훈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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