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난 2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의 2차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 내용이 범죄수사학적으로, 법률적으로 모두 허점과 모순투성이라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독살이라는 부분에 대해 "손에 바른 여성은 살고, 그것을 발리운 사람이 죽는 그런 독약이 어디에 있는가"라며 이번에 사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은 '심장 쇼크'에 의해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북한은 피해자가 김정남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날 위원회 담화도 '외교여권 소지 공민'이라고만 표현했다.
북한은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이 북한 외교관과 고려항공 직원 등을 용의자로 지목한 것과 관련해서도 "사건 당일인 13일 북조선 사람이 말레이시아로 떠나 주변 나라들에 갔기 때문에 모두 범죄혐의자들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어느 부분까지 파악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 탓에, 외부에 밝힌 수사 진행 정황에만 기초한 것이다.
그렇다고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밝힐 수 없는 입장이다 보니 북한의 해명은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위원회는 "사건 당일 말레이시아에서 출국한 다른 나라 사람들은 혐의를 받지 않고 왜 우리 공민들만 혐의 대상이 되는가"라며, 마치 공항의 모든 사람을 용의자로 봐야 한다는 식의 억지 주장만을 되풀이했다.
북한이 이번 사건을 심장 쇼크에 의한, 사실상 자연사라는 주장을 하면 할수록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정권의 조직적 암살 사건이라는 의혹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 15일 부검을 진행하고, 현재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폐쇄회로(CC)TV를 통해 김정남의 얼굴에 여성 용의자들이 특정 물질을 묻히는 장면이 확보된 가운데, 성분 분석을 통해 독극물로 확인될 경우 북한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 된다.
북한이 피살 사건 피해자가 외교여권을 가졌기 때문에 '치외법권' 대상자라고 주장하며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에 반발하는 것은 이러한 사실관계가 드러나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말레이시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에서 대표단을 일방적으로 파견해 공동수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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