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뉴시스】연종영 기자 = 지방의회 경시 발언으로 논란을 키운 전상헌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장이 자신의 말을 '부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한 '쓰리쿠션 사과'였다는 점에서 경자구역 사업예산 심의권을 가진 지방의회의 불편한 심기를 누르진 못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전 청장은 3일 오전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자청해 지난 28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 충주시의회를 싸잡아 깎아내리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점을 해명하고 사과했다.
"본의 아니게 의회에 폐를 끼쳤다"고 말문을 연 전 청장은 "당시 (충주시의회를 광역지자체의)하급기관이라고 했던 표현이 문제가 됐는데, 지방생활(지방행정)에 익숙하지 않아 기초의회의 역할 등을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미숙한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언론과 의회가 자신의 발언을 일부 오해하고 있다는 식의 해명도 했다.
그는 "(방송 당시) MRO(항공기정비)산업의 필요성 등에 대한 설명을 의회에 충분히 해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인데, (하급기관 운운했던)뒷부분만 부각됐다"면서 "어찌됐건 전반적인 표현이 부적절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의회와 언론을 상대로 진솔한 대화를 진행하고 협조를 구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관계개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 청장의 이런 사과가 의회를 향한 직접적 사과가 아니란 점에서 오히려 긁어부스럼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해명을 하건, 사과하건 언론보단 화난 의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우선이었다는 점에서다. 전 청장은 최초 발언을 했던 28일 이후 이날까지 6일간 충주시의회를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거나 하는 사과의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방송출연 당시 전 청장은 도의회의 MRO 관련사업 예산 전액삭감과 청주시의회의 부정적인 태도에 관한 견해를 묻는 말에 "도의회와 청주시의회는 MRO사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혹평했다.
충주시의회에는 더 강력한 직격탄을 날렸다. 충주시의회의 충주 경제자유구역 에코폴리스 개발면적 확대 '확약' 요구에 대해 "확약은 사인(개인) 간의 이해관계에서 다룰 문제이지, 하급기관이 상급기관에 요구할 것은 아니다"면서 "충주시의회의 확약 요구는 과잉요구"라고 비판했다.
기초의회(충주시의회)가 광역자치단체(충북도)의 별도 조직에 감놔라 대추놔라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한 것인데, 졸지에 충북도의 하급기관 취급을 받은 충주시의회는 발끈했다.
언론보도(뉴시스 10월 28·30일 보도)를 통해 전 청장의 실언 소식을 접한 충주시의회는 성명서 성격의 보도자료를 내 "상급·하급기관 운운하는 구시대적 발상과 오만한 태도로 어떻게 충북경자구역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겠는가"라고 전 청장을 질타했다.
"전 청장이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한 막대한 물적·인적 자원을 투자해 어렵게 유치한 충주에코폴리스 사업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면서 "현재의 (전 청장의)마인드라면 충북도 전체의 경제자유구역 개발에 걸림돌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전 청장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확고한 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표면적으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지만, 보도자료의 행간에는 사퇴요구를 의미하는 뉘앙스가 들어있었다.
전 청장은 지난해 5월 충북도가 전국단위 공개모집을 할 당시 3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초대 청장이 됐다. 그의 임기는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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