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주, 꾸준한 물방울이 바위 뚫었다…축배 드시오

기사등록 2013/08/23 06:11:00

최종수정 2016/12/28 07:56:53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영화배우’보다 ‘탤런트’라는 호칭이 어울린 배우가 있다. 수많은 TV드라마에서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활약해왔지만 영화에는 과거 간간이 출연했을 뿐 좀처럼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배우가 올 들어 한풀이라도 하듯 두 편의 영화에서 한 번은 조연, 또 한 번은 주연으로 도합 1000만 관객을 넘보고 있다.

 손현주(48) 얘기다.

 우리나라 영화계의 가장 큰 병폐라 할 수 있는 것은 주연 캐스팅일 것이다. ‘주연이 누구냐’가 투자를 좌우한다. 투자사의 구미에 맞는 배우는 10명도 채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수없이 제작돼도 주연배우는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이런 실정에서 ‘신선한 얼굴’ 손현주를 주연으로 쓰겠다고 어느 제작사가 투자사에 제안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까였을’ 것이다. 그러나 작년 5~7월 SBS TV 드라마 ‘추적자 더 체이서’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딸도 잃고, 누명까지 뒤집어쓴 채 모두에게 쫓기면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백홍석’에게 시청자들의 성원과 지지가 집중됐고, 이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백홍석을 만들어낸 손현주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져 탤런트가 영화배우가 되는 탄탄대로가 비로소 깔릴 수 있었다.

 그가 카리스마 넘치는 북괴 특수부대 교관 ‘김태원’을 호연한 액션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와 집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낯선 사람들에게 맞서는 가장 ‘성수’를 열연한 스릴러 ‘숨바꼭질’(감독 허정)은 조연과 주연으로 위상과 분량의 차이는 있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영화계가 그동안 늘 캐스팅난에 허덕이면서도 어째서 그를 삼고초려, 아니 러브콜조차 안 했는지 궁금함을 넘어 불만을 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손현주는 ‘준비된’ 영화배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 명문 극단 ‘미추’ 소속 연극배우, 1991년 KBS 탤런트 등 연기의 왕도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영화 연기와 TV드라마 연기에 호흡 차이가 있다 해도 베테랑인 그가 그 정도를 극복하지 못했을까. 첫 주연작인 코믹 액션 ‘펀치 레이디’(2007)가 흥행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뛰어난 연기력과 그에 못잖은 인품으로 이미 영화계에 안착해 ‘투자 0순위 배우’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를 영화로 부르지 않으면서 몇몇 몸값 비싼 배우들에게 끌려 다닌 영화 제작투자사들은 사실상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20대가 아니라 40대라는 이유를 대봤자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을 뿐이다.

 손현주 스스로도 그런 현실을 못내 아쉬워한 것 같다. 하지만 태도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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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잡지 ‘씨네 21’의 사진기자인) 친형이 어느날 내게 조심스럽게 ‘너는 왜 드라마만 하느냐?’고 묻더라. 그때 나는 ‘사람은 때가 있는 거다’고 말했다. 기다리면서 철저히 준비하면 된다는 마음이었다.”

 막상 ‘숨바꼭질’의 주연을 맡은 뒤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더 컸다.

 “사실 처음 고백하는 것이지만 ‘숨바꼭질’을 찍으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강박 관념이 있었다. ‘방송하는 손현주가 영화에 와서 (영화를) 망쳤다’는 말이다. 그런 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다. 내 연기 인생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말하면 언제나 다윗이었고, 고래와 새우의 싸움에서 새우등이었다. 그런 나였는데 불안과 압박이 좀 심했겠나.”

 가장 바란 것은 ‘숨바꼭질’이 손해를 보지만 않았으면 하는 것 뿐이었다.

 “소수의 지인들에게는 ‘정말 손익분기점만 넘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제작비 25억원이면 어마어마한 액수다.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투자했고, 나를 믿고 캐스팅했으니 본전은 건지게 하고 싶었다. 다행히 첫주에 제작비를 회수해 마음은 편한 상태다.” ‘숨바꼭질’은 14일 개봉해 닷새 만인 18일 손익분기점인 140만 관객을 넘어섰다.

 흥행이 잘돼 다행스럽고 기쁘지만 대박을 친다고 마냥 행복해 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들떠 있는 걸 가장 경계한다. 다행히 지금껏 뒤돌아봐도 그런 적은 없었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우리 영화가 ‘설국열차’, ‘감기’, ‘더 테러 라이브’와 함께 다 잘돼서 흥행 사각구도라는 거다. 그런데 다시 보면 우리 때문에 잘 안 되는 작은 영화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런 것을 느껴봤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저 기쁘지만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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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런 부분들이 손현주를 지탱해왔고 이 자리에 올려놓았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12월31일 SBS 연기대상에서 ‘추적자’로 대상을 받으며 “지금도 밤을 낮처럼, 낮을 밤처럼 사는 스태프와 연기자들, 이 일이 아니더라도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수많은 개미들과 이 상을 함께 하겠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숨바꼭질’의 흥행성공을 두고 “내 힘이 아니다. 감독과 동료 배우들, 스태프들의 힘이다. 특히 무대인사에 함께하지 못하는 여러 배우들 공이 정말 크다”고 말하는 것이 인사치레나 인기영합적 치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손현주는 TV 단막극(연작 포함)에 애정이 남다른 탤런트다. 출연료가 절반에 불과해도 기꺼이 출연할 뿐만 아니라 주변 스타급 탤런트들의 섭외에도 앞장서왔다. “단막극이라는 장르는 좋은 연출자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숨어있던 진주 같은 연기자들이 나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입버릇을 행동으로 실천해 왔다.

 그가 톱 영화배우가 된다면, 주연 영화 몇 편 잘됐다고 영화 제작 현실을 도외시한 채 천문학적 개런티를 요구하거나 감독 머리 위에서 흔들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손현주도 약속했다. “나는 작은 영화에 출연하는 기회도 소중히 잡을 것이다. 얼마 전 미장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을 해봤다. 2분짜리부터 20분짜리까지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작품들이 그처럼 많은지, 정말 놀랐다. 단언하지만 그 곳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될 거다. 이제 기존 연출자들은 바짝 긴장해야 한다.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도 미장센 출신 아닌가. 단막극을 사랑하듯 그런 정말 작은 영화들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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