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웅진의 ‘좋은 만남’ <14>
내 책상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해 온 사람은 남성이다. 아들 하나를 둔 40대 중반의 이혼남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재혼할 상대를 찾기 위해 상담을 신청한 것이다.
“저는 사업에 성공해서 자산이 150억 정도 됩니다. 그런데 마음에 한이 있어요. 아버지도 의사이고, 저 역시 의대 다니다 중퇴 했거든요. 그게 미련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의사를 꼭 만나고 싶습니다.”
“여성의 외모를 보십니까?”
“물론이죠. 돈 많고 남자로서 능력도 있는데, 이왕이면 예쁜 여자라야지요.”
얼굴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 톤이 높아진 이 남성, 부연설명이 이어진다.
“지금도 저한테 전화가 걸려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 쭉쭉빵빵 모델들과 만나게 해준다고요. 10대도 있는 걸요.”
“전 부인과 헤어진 지는 오래 되셨나요?”
“4~5년 되었습니다. 금전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저를 속이고 돈을 많이 갖다 썼는데, 용서가 안 되더라고요.”
“재혼상대가 꼭 의사여야 하고, 얼굴이 예뻐야 한다는 말씀이죠?”
“네. 키가 크고 늘씬하면 더 좋고요. 참, 아이도 없어야 합니다. 그렇게만 되면 어디 살건 상관 없습니다.”
그가 장황하게 거듭해서 설명한 재혼상대는 얼굴 예쁘고 늘씬하고 아이가 없는 의사였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나는 하기 힘든 말을 시작했다.
“선생님께서는 경제력이 있으니까 원하는 여성상이 뚜렷한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요, 선생님이 찾는 의사분도 여성으로서 워낙 좋은 조건이기 때문에 역시나 많은 것을 따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냉정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선생님은 재력은 있지만 자녀도 있고 나이도 적지 않습니다. 재혼상대로서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겁니다. 더구나 의사라면 스스로도 경제력이 있기 때문에 돈만 갖고 상대를 찾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번 찾아봐 주시면 안 될까요? 분명 저랑 결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아까도 말했지만, 그동안 주변에서 여자 소개시켜 준다고 얘기들이 많았거든요.”
“우크라이나 10대 모델이요? 그건 정확하게 말하면 돈으로 사람을 사는 거지, 제대로 된 만남이 아니지요.”
“결혼정보회사라는 데는 돈만 내면 사람 소개시켜주는 데 아닙니까? 돈은 얼마든지 내겠다고요.”
“결혼정보회사는 만남의 기회를 드리는 곳입니다. 만남이 이뤄지려면 두 분의 의사가 맞아야 하는데, 선생님의 경우는 아예 만남 자체가 힘들다는 겁니다. 그걸 알면서도 접수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저는 가입이 힘들다는 겁니까?”
“선생님의 이성상이 바뀌면 언제든 다시 연락 주십시오. 제가 성심성의껏 다시 상담해드리겠습니다.”
10초 정도 침묵이 흘렀다.
“알았습니다.”
그 남성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성상을 바꾸지 않는 한 재혼하기 힘들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커플닷넷 대표 www.couple.net
내 책상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해 온 사람은 남성이다. 아들 하나를 둔 40대 중반의 이혼남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재혼할 상대를 찾기 위해 상담을 신청한 것이다.
“저는 사업에 성공해서 자산이 150억 정도 됩니다. 그런데 마음에 한이 있어요. 아버지도 의사이고, 저 역시 의대 다니다 중퇴 했거든요. 그게 미련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의사를 꼭 만나고 싶습니다.”
“여성의 외모를 보십니까?”
“물론이죠. 돈 많고 남자로서 능력도 있는데, 이왕이면 예쁜 여자라야지요.”
얼굴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 톤이 높아진 이 남성, 부연설명이 이어진다.
“지금도 저한테 전화가 걸려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 쭉쭉빵빵 모델들과 만나게 해준다고요. 10대도 있는 걸요.”
“전 부인과 헤어진 지는 오래 되셨나요?”
“4~5년 되었습니다. 금전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저를 속이고 돈을 많이 갖다 썼는데, 용서가 안 되더라고요.”
“재혼상대가 꼭 의사여야 하고, 얼굴이 예뻐야 한다는 말씀이죠?”
“네. 키가 크고 늘씬하면 더 좋고요. 참, 아이도 없어야 합니다. 그렇게만 되면 어디 살건 상관 없습니다.”
그가 장황하게 거듭해서 설명한 재혼상대는 얼굴 예쁘고 늘씬하고 아이가 없는 의사였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나는 하기 힘든 말을 시작했다.
“선생님께서는 경제력이 있으니까 원하는 여성상이 뚜렷한 건 당연합니다. 그런데요, 선생님이 찾는 의사분도 여성으로서 워낙 좋은 조건이기 때문에 역시나 많은 것을 따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냉정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선생님은 재력은 있지만 자녀도 있고 나이도 적지 않습니다. 재혼상대로서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니라는 겁니다. 더구나 의사라면 스스로도 경제력이 있기 때문에 돈만 갖고 상대를 찾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번 찾아봐 주시면 안 될까요? 분명 저랑 결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아까도 말했지만, 그동안 주변에서 여자 소개시켜 준다고 얘기들이 많았거든요.”
“우크라이나 10대 모델이요? 그건 정확하게 말하면 돈으로 사람을 사는 거지, 제대로 된 만남이 아니지요.”
“결혼정보회사라는 데는 돈만 내면 사람 소개시켜주는 데 아닙니까? 돈은 얼마든지 내겠다고요.”
“결혼정보회사는 만남의 기회를 드리는 곳입니다. 만남이 이뤄지려면 두 분의 의사가 맞아야 하는데, 선생님의 경우는 아예 만남 자체가 힘들다는 겁니다. 그걸 알면서도 접수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저는 가입이 힘들다는 겁니까?”
“선생님의 이성상이 바뀌면 언제든 다시 연락 주십시오. 제가 성심성의껏 다시 상담해드리겠습니다.”
10초 정도 침묵이 흘렀다.
“알았습니다.”
그 남성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성상을 바꾸지 않는 한 재혼하기 힘들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커플닷넷 대표 www.couple.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