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J, 도대체 무슨 심보로 스페인 콘서트 열었을까

기사등록 2011/10/31 08:00:00

최종수정 2016/12/27 22:58:08

【바르셀로나=뉴시스】이재훈 기자 = "유럽에 왔다고 처음부터 과장된 공연을 하기보다는 작은 공연장에서 발을 내딛는 것이 좋을 것 같았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29일 밤 스페인 바르셀로나 '포블레 에스파뇰'에서 단독 콘서트를 펼치기 전날 그룹 'JYJ'의 김재중(25)은 "지금까지 해왔던 공연보다 작은 것은 맞지만 의미는 남다르다"며 "한국도, 일본도 작은 공연부터 시작했고 이를 기반으로 팬들의 사랑을 키워왔기 때문에 유럽 첫 공연도 좋은 시작이 될 것 같다"고 눈을 빛냈다.

 3000여명이 운집한 이번 콘서트는 지난달 초 예매 3일 만에 티켓이 매진됐다. 11월6일에는 영국 ITV 오디션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 우승자인 폴 포츠(41)가 노래한 독일 베를린 템포드롬에서 공연한다. 이 공연은 예매 사이트 오픈 즉시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JYJ가 스페인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박유천(25)은 "미국투어를 했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는데 더 많은 곳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서 "더 나아갈 곳이 많아 보여 희망을 가졌던, 미주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유럽에서도 똑같이 느껴진다"며 즐거워했다.

 솔직히, 자신들의 영향력이 유럽에서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기 힘들었다. 그러나 "스페인과 독일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JYJ를 알려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같다"고 긍정했다.

 "아시아만큼 큰 규모의 공연은 아니지만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 즉 음악적 부분이 아니더라도 대화 등 팬들과 많이 나눌 수 있는 부분을 만들려고 했어요. 이번을 계기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큰 무대를 만들 수 있는, 그런 마음이 들게끔 하는, 우리에게 뜻 깊은 공연입니다."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에서까지 인기를 모은 그룹 '동방신기' 출신인 이들은 2009년 7월 동방신기 매니지먼트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오면서 활동을 중단한 이후 지난해 10월 JYJ를 결성했다.

 미국 힙합스타 카니예 웨스트(33), 로드니 저킨스(33) 등이 참여해 화제가 된 월드와이드 음반 '더 비기닝'을 내놓고 다시 노래하고 있다. 미국 등지의 7개 도시에서 쇼케이스를 열었고 지난 4~6월에는 미국, 캐나다, 아시아 등 10개 도시를 순회하며 월드투어를 벌였다.

 이번 공연은 SM 등 국내 대형기획사의 공연에 비해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한 그룹의 콘서트라는 점에서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다. 준수(24)는 "아시아와 미주를 투어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있다"며 "이미 공연을 열었던 곳에서처럼 K팝을 보러 오는 것이기 때문에 유럽에 맞는 부분으로 각색해 잘 넣는다면 여러 가지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바르셀로나와 베를린을 유럽 첫 공연 장소로 선정한 것은 "작년부터 유럽 여러 도시에서 러브콜이 왔다. 우리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지정학적으로 팬들이 모이기에 좋은 국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서유럽에서는 스페인, 동유럽에서는 베를린이 유럽 각지에서 팬들이 모여들기 쉬운 곳"이라는 판단이다. "두 번째로 유럽투어를 돌게 된다면 더 많은 나라에서 더 좋은 공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페인 무대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도 있다. 재중은 "현지 유명 안무가인 라파 멘테즈가 여러 안무를 만들고 연출을 해줬다"며 "우리의 기존 안무보다 스페인의 더 열정적인 퍼포먼스나 텀블링 등 애크러배틱 기술을 이용, 화려함이 돋보일 수 있는 무대로 꾸몄다"고 알렸다.

 다만, 셋리스트는 다른 지역의 공연과 큰 차이가 없다. 준수는 "곡 순서를 바꾸지 않은 이유는 우리는 익숙하지만 스페인이나 유럽 팬들은 처음 보는 공연이기 때문"이라며 "JYJ의 특성을 오롯하게 보여줄 수 공연으로 꾸미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선착순 입장 공연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20여명의 팬들은 공연 전날부터 입구에 텐트를 치고 기다리기도 했다.

 준수는 "팬들이 생각보다 많이 알아봐주는 등 반응이 있어 놀랐다"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실 나도 스페인이 축구가 유명한 나라로만 알고 있지 다른 부분은 생소한데 티켓이 많이 팔려나가고…. 놀란 부분도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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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를 걸어가는데 꽤 많이 알아봐줘서 다시 한번 놀랐어요. 카페에 있는데도 아는 척 해주시고요. 그 중 한분은 이탈리아에서 오셨다며 JYJ CD에다가 사인까지 부탁을 하더라고요. 더욱이 모자까지 쓰고 있었는데. 그만큼 바르셀로나와 베를린에서 공연을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하하하."

 자신들을 비롯, K팝이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현지 마니아층의 활동이 커지면서 K팝 열풍이 불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이번 공연의 팬들은 우리가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도 위화감 없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마니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디에서 출발해 독보적인 인기를 구축한 일본 진출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준수는 "일본에서는 J팝 가수로서 활약한 것이라 지금 일본에 진출하는 K팝 가수들과는 다른 행보였다"고 운을 뗐다. "일본에서 처음 활동을 할 때는 계단이나 바닥에 장판을 깔고 유선 마이크를 들고 줄 넘어가며 댄스곡을 불렀다"며 "이에 반해 규모는 작지만 유럽에서는 팬들이 이미 있기 때문에 형식을 갖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유럽에서도 일본처럼 1만석 이상의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싶습니다. 하하하."

 JYJ는 단독 콘서트를 펼치는 날 오전에는 매년 6만명이 운집하는 '스페인 망가 페스티벌'에도 초청받았다. 이 곳에서 '겟 아웃' 등 2곡을 부르는 등 쇼케이스를 열어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재중은 "아직 우리가 찾아 가지 못한 국가에 있는 팬들에게 많은 노래를 들려 주고 싶다"며 "애니메이션 축제인 망가 페스티벌에는 많이 사람이 모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 우리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JYJ는 지난 15, 16일 일본 이바라키현 히타치 해변공원에서 콘서트를 열어 8만명을 모았다.

 준수는 "일본에서 5~6년 간 활동하면서도 한번도 못 가본 생소한 곳이었다"며 "야외 공연장이라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팬들은 우리들이 잘 보이지 않을 텐데 노래를 따라 불러 주고 호응해줘서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시 한번 우리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감사한 공연이었습니다."

 월드와이드 2집 출시 계획에 대해 재중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알렸다. "월드와이드 앨범 1집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2집도 내고 싶다"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 중 K팝 가수들이 공연하지 못한 곳을 찾아가 우리 음악을 전달하는 데 힘을 쏟고 싶어요. 그런데 시간적 제약이 있어 힘들죠. 멤버 개개인의 활동도 해야 하니까요. '시간이 너무 적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1년이 24개월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하하하."

 유럽에 K팝 팬이 생기기 시작한 때는 동방신기가 활동하던 2008년 무렵이라고 들었다고 한다. 재중은 "당시 한국에서는 군무스타일의 퍼포먼스가 유행했다"며 "과격한 안무와 함께 라이브로 노래를 소화하는 한국가수들에게 매력을 느꼈고 그때 형성된 마니아층이 지금의 열풍을 이끌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짐작했다. 

 유럽 음악을 좋아한다. 재중은 "동방신기 때 일본 활동하면서 유럽음악을 많이 접하고 공부했다"며 "유럽음악을 사가지고 와서 따라 부르기도 해서인지 매우 친숙하다"고 털어놓았다. "유럽 뮤지션들과 연이 닿는다면 작업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스페인과 독일에서의 공연이 끝나면 더 많은 나라로 가고 싶다. "다른 국가에서도 공연하고 싶다"며 "기회가 된다면 스페인과 독일을 다시 찾아와 팬들이 보내준 열기에 보답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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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J, 도대체 무슨 심보로 스페인 콘서트 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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