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 견자·개새끼의 역설

기사등록 2010/04/17 21:53:13

최종수정 2017/01/11 11:41:17

【서울=뉴시스】진현철 기자 = “나이가 쉰을 넘었는데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견자라는 인물이 어쩜 나와 이렇게 같은지 모르겠다. 어린시절 읽었던 ‘어린왕자’, ‘갈매기의 꿈’과 같이 가슴을 벌렁거리게 한 책들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견자라는 인물에 투영돼 있더라.”

 이준익(51) 감독이 17일 서울 강남 삼성전자 홍보관에서 열린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제작 영화사 아침) 컬처 쇼케이스에서 극중 인물 ‘견자’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견자’는 어린이 탤런트 출신 백성현(21)이 연기했다. 당대 최고 권력자의 아들이지만 서자인 신분 탓에 아무런 꿈도 갖지 못한 채 세상을 향한 울분으로 가득 차 있다. ‘이몽학’(차승원·40)에 의해 아버지가 죽자 복수를 위해 맹인 검객 ‘황정학’(황정민·40)을 스승으로 삼고 길을 떠난다.

 이 감독은 “죽는 그날까지 성장을 멈추면 살아있는 시체, 좀비”라며 “‘좀비로 살지 말아야지’하며 견자라는 인물에 푹 빠지기로 했다”고 고백했다. 또 “원작의 견자가 태생 조건에서 탈피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자신으로 돌아온 것을 두 시간 안에 그려내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현재 젊은이들이 보는 세계관이나 사회관이 어우러지게 해야 했는데, 소통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원작은 ‘견자’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영화는 이몽학과 황정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감독은 “본질적으로는 견자의 이야기지만, 견자 하나로만은 상업영화로 만들기에 협소한 면이 있어 원작의 배경에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끌어들였다”고 밝혔다. 그래도 “견자의 이야기가 영화 끝에 잘 보이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는 귀띔이다.

 백성현에 대해서는 “영화 ‘왕의 남자’ 등에서 만나려다가 항상 비켜가는 배우였다”면서 “하지만 어차피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된다는 것이 있지 않나. 이번에 그렇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백성현은 견자가 가진 성장통을 눈 안에 가득히 가지고 있는 배우”라며 “현장에서 견자를 연기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배우로서 강력한 자기 성장, 한계를 넘어서려는 내면이 이미 충만했다”고 추어올렸다.

 칼싸움도 특기했다. “무술 감독한테 멋지고 화려한 액션은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며 “치열하게 부딪히는 인간들의 몸부림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문한대로 위험한 순간에 잘 대처하면서 촬영해 멋진 장면을 구현했다”고 자부했다.

 만화가 박흥용(51)씨의 1995년 작 동명작품이 원작인 영화는 원소스 멀티유스 장르적 결합의 형태다. 이 감독은 “원소스멀티유스는 각 장르의 고유 가치가 다 마모되고 소홀히 되는 단점이 있다”면서도 “한 장르에 머물러있던 개인의 창의적 결과물이 대중적으로 다량 소비돼 그 시대에 폭발력 넘치는 파워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필연적으로 원소스멀티유스로 가야한다. 그러나 한 장르에 있던 고유 가치를 폄훼하거나 소홀히 하는 자세를 가지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원소스멀티유스는 계속 활성화 될 것이다.”

 영화는 29일 개봉한다. 할리우드 3D 블록버스터 ‘아이언맨2’와 경쟁한다. 이 감독은 “불안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아이언맨의 ‘아’자만 들어도 잠 못 이루고 경기를 일으킨다”고 웃어넘겼다. “3D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그 바람이 현실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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