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더 드릴게"…홍콩 ELS '반토막' 원금 재예치 경쟁

기사등록 2024/04/04 06:00:00

최종수정 2024/04/04 06:45:29

시중은행 영업점, H지수 ELS 손실 고객에 예금 우대조건 등 제시

고객은 "50% 넘는 손실에 0.5% 혜택, 두 번 기만하는 것" 비판도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투기자본감시센터와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시중은행 등 홍콩지수 ELS 손실 관련 고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발장 접수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4.0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투기자본감시센터와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시중은행 등 홍콩지수 ELS 손실 관련 고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발장 접수 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4.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최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만기가 이어지면서 반토막 난 원금에 대한 은행들의 재예치 영업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고객들 사이에서는 거액의 노후자금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마당에 소폭의 우대조건을 제시하며 재차 기만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 ELS 상품 가입자들은 만기가 도래하면 확정 손실액을 제한 원금을 거래 계좌로 입금 받는다. 통상 52~53% 수준의 손실 사례가 많은 가운데 거래 은행 영업점은 반토막 난 원금의 재예치와 운용을 위한 영업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고위험 파생상품인 ELS로 큰 손실이 난 만큼 프라이빗뱅커(PB)는 안전한 정기예금이나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회사채 투자 등을 권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VIP 우량고객과 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해 영업점별로 우대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한 시중은행 영업점은 ELS 손실 고객에 한해 특별히 5000만원 이상 1년 정기예금 금리 3.65%에 0.7%를 우대해주겠다고 안내했다.

이에 대한 고객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50%가 넘는 손실률로 수천만~수억원의 손해를 봤는데, 1% 미만의 금리로 얼마나 만회가 되겠냐는 입장이다. 홍콩 ELS에 가입해 노후자금이 절반이 된 금융소비자들은 "실적 건수를 위해 쪼개기로 나눠 가입시키고, 반토막이 났는데 수수료는 다 떼 가고, 이제는 남은 원금마저 또다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로 평생 믿고 거래해온 은행에 배신감을 느껴 남은 자금을 모두 인출해 다른 금융사로 떠난다는 고객도 적지 않다. 1금융권의 신용에 실망해 차라리 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2금융권에 예금자 보호한도인 5000만원씩 나눠 넣겠다는 식이다.

고령 등의 이유로 기존 주거래은행에 그대로 남은 ELS 손실 고객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는 나온다. 같은 은행이라도 영업점별로 제시하는 우대 조건이 달라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 ELS 가입자 A씨는 "최근 52.7%의 확정 손실이 나 원금에서 1억2000만원 넘게 빠진 돈을 받았다"며 "여기에 보태 1억5500만원을 다시 예금에 넣는데 같은 은행의 다른 영업점 피해자와 비교해보니 금리가 4.35%와 3.59%로 차이가 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ELS 손실을 본 고객이라도 본사 차원에서 별도로 우대하는 혜택은 없다"며 "다만 영업점별로 재량껏 손실 고객에 대한 특별 우대로 설명하면서 상품 기준에 맞춰 조건을 제시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ELS 고객에게만 혜택을 주는 건 일종의 손실보전으로 이를 금지한 자본시장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영업점에 나가는 우대금리 쿠폰을 활용해 우량고객을 잡기 위해 직원이 표현을 달리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ELS 쪼개기 가입 권유에 대해서는 "핵심성과지표(KPI)에는 건수가 아닌 총액으로 반영된다"며 "선취 수수료는 1%로 1억원 1건이나 5000만원 2건이나 같다"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의 H지수 ELS 판매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5조4000억원(24만3000계좌)에 이른다. 50% 수준의 손실을 가정하면 원금 7조~8조원이 남게 된다.

은행별 판매 규모는 ▲KB국민은행 8조1972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SC제일은행 1조2427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한국씨티은행 370억원 등이다.

이들 7개 은행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고 자율배상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이 선제적 자율배상 시 과징금 등 제재 감경 사유로 고려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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