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에서 대권 도전까지...'정치인 윤석열'의 118일

기사등록 2021/06/29 06:00:00

3월초 "헌법·법치 파괴돼" 총장 사퇴

초기 각계 전문가 만나 '스터디 정치'

5월말 野 의원들과 밀접 접촉하기도

소규모 자체 캠프 구축...난맥상 노정

최재형·홍준표 등 경쟁자 속속 등판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총장직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2021.03.04.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총장직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2021.03.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4일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지 118일 만인 29일 공식적으로 정치 참여 선언을 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사퇴를 선언했다. 법률로 보장된 검찰총장 임기를 142일 남긴 시점이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019년 9월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하며 정부·여당과 긴장관계를 형성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 발동, 징계 청구 등을 실시했으나 윤 전 총장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추진이 기폭제가 돼 사퇴에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사퇴를 선언한 자리에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여 정치활동의 여지를 뒀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22일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해 정치권의 갑론을박을 낳기도 했다.

검찰총장 사퇴 직후인 지난 3월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8.3%를 얻어 22.4%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사퇴 이후 열흘간 칩거한 윤 전 총장은 3월19일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만났다. 1920년생인 김 명예교수는 '백세 철학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김 명예교수는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에게 '앞으로 훌륭한 일을 많이 하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3월27일에는 윤 전 총장의 개인 팬클럽인 윤사모가 '다함께자유당'을 창당했다. 윤 전 총장은 다함께자유당과 접촉하지 않았다.

4월2일 윤 전 총장은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 투표소를 찾아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했다. 검찰총장 사퇴 후 첫 공식일정이었다.

당초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버님께서 기력이 전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고만 말한 뒤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떴다.

4월부터 윤 전 총장은 각계의 전문가들을 만나 정책과 현안에 대한 설명을 듣는 '스터디 행보'를 시작했다. 4월11일에는 노동 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났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노동시장 양극화와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5월8일 윤 전 총장은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을 만나 자영업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현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 모델을 제시했지만, 노동·기업 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코로나 재난지원금도 자영업 피해 규모에 비해 부족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5월16일 윤 전 총장은 "5·18은 41년 전에 끝난 것이 아니고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라며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이 우리 국민들 가슴 속에 활활 타오르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고, 어떠한 형태의 독재든 전제든 이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다음날인 5월17일에는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찾아 반도체산업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서울=뉴시스]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와 위패봉안실을 찾아 참배한 뒤 남긴 방명록. (사진=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2021.06.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와 위패봉안실을 찾아 참배한 뒤 남긴 방명록. (사진=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2021.06.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윤 전 총장이 정치에 뜻을 뒀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자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는 '윤석열 구애 경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유력 대표 후보들은 윤 전 총장의 입당 복안과 시점을 주된 쟁점 삼아 논쟁을 벌였다. 주호영 당시 대표 후보는 윤 전 총장과의 개인적 인연을 내세웠고, 이준석 후보는 윤 전 총장의 약점인 가족 관련 의혹을 방어할 대책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5월21일, 윤 전 총장의 대학원 지도교수인 송상현 서울대 명예교수를 필두로 한 윤 전 총장 지지 단체인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포럼이 창립식을 열었다. 윤 전 총장은 참여하지 않았다.

송 명예교수는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이 자신에게) 정치를 하면 어떠냐고 물어봤다. 네가 알아서 하라고 그랬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에 가까워지자 여권의 견제도 본격화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5월25일 "그동안 윤석열의 수많은 사건의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전날인 5월24일 "(윤 전 총장의) 인기가 자기가 성과를 내서 쌓인 것이 아닌 반사이익 성격이기 때문에 오래가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윤 전 총장은 5월말께 국민의힘과의 직접적으로 접촉하기 시작했다.

5월24일 장제원 의원에게 전화해 "결심이 섰다.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움직이기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 데 이어 5월29일에는 강원 강릉시로 유년기 친구였던 권성동 의원을 찾아가기도 했다. 같은 시기 정진석·윤희숙 의원도 따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접촉이 이어지면서 '6월 전당대회 이후 입당'이 관측되기도 했으나, 6월에도 윤 전 총장은 독자 행보를 이어갔다.

6월1일에는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만나 골목상권에 관해 논의하면서 '스터디 행보'를 재개했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골목상권의 주인공은 청년이어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2030의 더 다양한 배경의 청년들을 만나겠다"며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충일인 6월6일 윤 전 총장은 대전 유성구에 사는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의 거처를 찾아가 "천안함 피격 사건은 대한민국이 여전히 전쟁의 위협에 노출된 분단 국가임을 상기시키는 뼈 아픈 상징"이라며 "안보가 위태로운 나라는 존속할 수 없고, 경제와 민주주의 모두 튼튼하고 강력한 안보가 담보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9일 윤 전 총장은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최초의 공식 입장을 직접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향후 정치 일정에 관해 "국민 여러분들의 기대 내지는 염려, 이런 것을 저희가 다 경청하고 알고 있다"며 "여러분 지켜봐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입당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차차 아시게 될 것"이라고만 답했다.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2021.06.0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2021.06.09. [email protected]
6월14일 윤 전 총장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이상록 전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을 대변인으로 세운 공보팀을 꾸리고 기자들과의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는 등 캠프 체제를 구축했다. 이상록 대변인은 동아일보에서 법조팀장을 지낸 기자 출신이다.

같은날 윤 전 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과 기대가 크다"면서도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 가리키는 길대로 따라간다고 말씀드렸다. 모든 선택은 열려 있다.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국민의힘 입당에는 선을 그었다.

전당대회 당일이었던 6월11일에는 6·15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자체적으로 꾸린 소규모 캠프에서는 잡음도 빚어졌다. 6월16일 이동훈 대변인은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이기는 것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윤 전 총각의 생각은 압도적 정권교체"라고 했다가 이틀 뒤인 18일에는 다른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동훈 대변인이 20일 곧바로 물러나면서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6월19일 김무성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 시사평론가 장성철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X파일'을 거론하며 내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20일 "따로 대응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으나, 정치권의 반향이 커지자 윤 전 총장은 22일 "출처불명 괴문서로 정치공작 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며 "그래서 진실을 가리고 허위사실 유포와 불법사찰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처럼도 말하던데, 그렇다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며 정부여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29일 오후 1시께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검찰총장 사퇴 후 118일간 정리한 구상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이 15분간 선언서를 읽은 뒤 40분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질 예정이다.

야권에서 윤 전 총장의 주요 경쟁자는 당 밖의 최재형 감사원장, 당 안의 홍준표 의원이 꼽힌다. 최 원장은 전날 감사원장직 사의를 밝히며 대선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고, 홍 의원은 윤 전 총장보다 한 시간 늦게 자신의 정견 발표회를 열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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