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시한폭탄' 차량화재 年5000건…'징벌적 배상' 도입 서둘러야

기사등록 2018/08/12 05:30:00

BMW에 이어 에쿠스·아반떼·SM5도 화재발생

차량 자체 결함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더 많아

제조사에 막대한 책임 물어 안전 경각심 고조

폭스바겐사태처럼 말뿐인 징벌적 배상은 안돼

【서울=뉴시스】 주행 중인 BMW 520d 승용차에서 화재가 발생 모습. (자료사진)
【서울=뉴시스】 주행 중인 BMW 520d 승용차에서 화재가 발생 모습. (자료사진)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BMW 차량의 잇따른 화재로 자동차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징벌적 배상제도'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MW 차량 2대가 지난 9일 불길에 휩싸였다.

 이날 오전 7시50분께 경남 사천시 곤양면 남해고속도로에서 BMW 730Ld 차량에 불이 났다. 같은날 오전 8시50분쯤 안양-성남고속도로에서는 삼성산 터널 입구를 달리던 BMW 320d 승용차에서 역시 화재가 발생했다.

 11일에도 화재는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께 인천 중구의 한 운전학원 인근에서 시동을 건 상태로 주차돼 있던 BMW 120d의 조수석에서 불이 나 10여분만에 꺼졌다. 차량 안에 있던 운전자는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로써 올해 화재가 난 BMW 차량은 37대가 됐다. 리콜대상이 아닌 차량은 9대다. 이 가운데 가솔린 차량은 528i, 428i, 미니쿠퍼 5도어, 740i, 745i 등 5대다.

 화재는 국산 자동차에서도 발생했다.

 9일 오전 1시41분께 경북 상주시 남상주IC 진입로 인근 25번 국도에서 에쿠스 승용차에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같은 날 오후 4시50분께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광교방음터널 부근에서도 달리던 승용차에서 화재가 났다. 아반떼 승용차였다. 불은 차량 전면부를 태우고 15분만에 꺼졌다.

 끝이 아니었다. 같은 날 오후 7시35분께에는 전남 담양군 금성면 광주대구고속도로 광주 방면 10㎞ 지점을 지나던 SM5 승용차에서 불이 났다. 불은 차량 전체를 태우고 20여분만에 진화됐다.

 최근 BMW에 이어 에쿠스·아반떼·SM5까지 차량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운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혹시 내 차에서도?'라는 걱정과 무서움이 엄습한다.

 자동차는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로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다. 만약 운전하는 차에서 불이 난다면 그야말로 시한폭탄을 안고 달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자동차 화재는 매년 평균 556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 자동차 화재사고 모습. (자료사진)
【서울=뉴시스】 자동차 화재사고 모습. (자료사진)
2017년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차량화재는 총 5만5663건으로 연도별로는 2007년 6620건, 2008년 6450건, 2009년 5963건, 2010년 5788건, 2011년 5595건, 2012년 5510건, 2013년 5250건, 2014년 4827건, 2015년 5031건, 2016년 5009건이었다.

 인명피해는 ▲2007년 154명(사망 50명· 부상 104명) ▲2008년 246명(사망 66명· 부상 180명) ▲2009년 217명(사망 55명· 부상 162명) ▲2010년 127명(사망 18명· 부상 109명) ▲2011년 116명(사망 15명· 부상 101명) ▲2012년 136명(사망 10명· 부상 126명) ▲2013년 130명(사망 22명· 부상 108명) ▲2014년 129명(사망 24명· 부상 105명) ▲2015년 150명(사망 21명· 부상 129명) ▲2016년 143명(사망 30명· 부상 113명)으로 조사됐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는 지난해 자동차 화재가 4550건, 올해는 1월부터 이달 11일까지 2825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올 들어 국내에서 불이 가장 많이 난 차량은 현대차로 나타났다. 그러나 등록차량 대비 화재 건수로는 BMW가 최다인 것으로 분석됐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차량 결함이나 방화 등으로 불이 난 건수는 현대차가 1163건으로 가장 많았다. 기아차는 429건, BMW는 58건으로 집계됐다.

 단순 집계로는 국산차의 화재가 빈번했지만 제조사별 등록차량 대비 화재 비율은 BMW가 1만대 당 1.5건으로 현대차 1.1건보다 더 많았다.

 이 통계는 차량 결함, 실화와 방화로 인한 화재, 사고로 인한 화재, 노후· 관리 미비에 따른 화재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사에 막대한 책임을 물어 안전에 만전을 기하도록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창원=뉴시스】 BMW 730LD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 (자료사진)
【창원=뉴시스】 BMW 730LD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 (자료사진)
차량화재의 경우 방화나 교통사고, 운전자 부주의로 발생하기보다는 전기·기계·화학적 요인 등 차량 자체 결함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더 많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이 제도 하에서는 기업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배상금을 물 수 있어 소비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도로교통안전청과 환경청은 직접 조사를 하고 징벌적 배상제가 있다 보니 천문학적인 벌금을 때리기도 한다"며 "책임에 대한 부분의 경우 우리나라는 운전자나 자동차 소유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한다. 한마디로 병원에서 수술을 잘못했는데 피해자 가족이 밝히는 것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제작 회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상당히 소비자 중심으로 돼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런 관련법이 하나도 없다"며 "자동차 분야쪽에서는 국내에서 '봉이다', '마루타다' 등의 말이 나올 정도다. (BMW 사태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법규 등 제도적 기반을 만들 수 있는 단초가 제공됐다"고 지적했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심리상담 전문가)는 "이런 일이 만약 미국에서 벌어졌다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일단 국가 차원에서 대응을 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이야기도 나오고 소비자단체 나와서 불매운동을 하는 등 강하게 대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뒤늦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경기 화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늑장 리콜 또는 고의로 결함 사실을 은폐·축소하는 제작사는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할 정도의 처벌을 받도록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사건때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방안이 추진됐지만 경영계의 반대로 관련법안 통과가 국회에서 3년째 표류하고 있고 손해보상도 미국에선 최대 1100만원의 보상이 이뤄진 반해 한국에선 100만원 보상에 그친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도입의지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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