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구체적인 추가 파병 규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 언론들은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하며 고립주의의 길을 선택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새로운 아프간 전략 발표를 계기로 개입주의 쪽으로 기우는 것으로 일제히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주의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선임고문이 경질되면서 본격 표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 배넌은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에 반대해왔다. 배넌은 또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해 논란을 일으켰다. 배넌은 지난 16일 진보성향 온라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핵 개발을 동결시키는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도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새 전략은 '개입주의' 선회 알리는 신호탄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웠던 배넌의 퇴출로 트럼프 행정부가 개입주의로 선회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지난 18일 지적한 바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대니얼 플레카 외교·국방 담당 부회장은 "배넌의 퇴출로 백악관 내 고립주의와 개입주의자 간 다툼에서 힘의 균형이 개입주의자 쪽으로 쏠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개입주의 지속 여부는 미지수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전 개입 확대를 시사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개입주의로 선회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아프간전에서 미군 사상자가 속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 지지층을 의식해 아프간 미군 병력 축소 또는 철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시절은 물론 취임 이후에도 아프간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미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미군 병력이 아프간에 주둔하는 것에 회의적이지만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할 경우 그 공백을 테러단체들이 차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간전 전략 발표가 개입주의로의 적극적인 전환이 아닌 국면전환용 조치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샬러츠빌 폭력사태와 관련해 백인 우월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반 반대 시위대에도 책임이 있다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반발해 경제계, 문화계 자문위원들이 줄사퇴했으며 친정인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간전 전략으로 그의 세계관이 바뀌었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층을 의식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으며 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식 고립주의가 개국공신인 배넌의 낙마로 후퇴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지지층이 반발할 경우 언제든 고립주의로 돌아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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