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작년 9월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1996~2024)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과 나눈 메시지와 통화 녹취가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28일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기상캐스터 선배로 추정되는 한 인물은 "안나야, 너 왜 이렇게 잘났어? 너 뭐야? 나 지금 너랑 뭐 하자고 이러고 있는 건데? 태도가 뭐가 문제냐고 물어보면 너의 태도부터가 지금 아니잖아. 너 왜 그래? 뭔데 그렇게 야, 너가 여기서 제일 잘 났나"라고 말했다.
이에 오요안나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내가 네 아랫사람이야?"라는 말이 돌아왔고, 오요안나는 "아니요"라고 다시 답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기상캐스터 선배로 추정되는 인물은 오요안나에게 "야 이쯤 되면 너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냐. OO한테는 주 초에 얘기했다며? 선배들 일하는 시간이고 나 심지어 메이크업도 안 받고 와서 준비하는 시간인데 생각을 못 했어? 너 진짜 여기 혼자 일해? 너 진짜 선배한테 개념 없는 게 미안하긴 한 거야? 매번 미안하다고 말하고 계속 그러는 건 일부러 그러는 거야 너"라고 다그쳤다. 이에 오요안나는 "죄송합니다. 선배님"이라고 답했다.
그는 "야 진짜 니가 대선배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지. 후배님이 촬영하셔서 메이크업 안 한 선배가 나가야 하냐? 앞에 OO이도 방송하러 왔는데. 말 한마디라도 했어?"라고 덧붙였다. 오요안나는 "불편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하다. 반성하고 이런 일 다신 없게 하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또 사과했다.
오요안나는 작년 9월 세상을 떠났다.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인 그녀는 2019년 춘향선발대회에서 숙으로 당선됐다.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뽑혔고, 평일·주말 뉴스 날씨를 맡았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기도 했다.
대구·경북지역 종합일간지 매일신문은 지난 27일 "비밀번호가 풀린 오요안나 씨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 총 2750자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오요안나는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됐다. 해당 매체는 "유서에 따르면 먼저 입사한 한 동료 기상캐스터는 오보를 내고 오 씨에게 뒤집어 씌우는가 하면 또다른 선입사 동료는 오 씨가 틀린 기상 정보를 정정 요청하면 '후배가 감히 선배에게 지적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했다"고 전했다.
"오 씨 계정의 카카오톡 대화에선 한 기상캐스터가 같은 프리랜서인데도 오 씨를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퇴근시간이 지난 뒤 회사로 호출하거나 1시간~1시간30분 이상 퇴근을 막은 정황이 나왔다"고도 했다.
매일신문은 "주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 A씨는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 연락에도 답하지 않았다.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 B씨는 '우리 모두 힘든데 이렇게 전화를 하시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조금 그렇다.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MBC에 연락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MBC 관계자는 매일신문에 "아직 제대로 파악이 안 됐다. 저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시정해야 될 부분은 시정을 하고 비판도 달게 받겠다"고 전했다.
28일 MBC는 "최근 확인이 됐다는 고인의 유서를 현재 갖고 있지 않다.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과 관련된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라 MBC로서는 대응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다만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고 전했다.
MBC는 "고인이 당시 회사에 공식적으로 고충(직장 내 괴롭힘 등)을 신고했거나, 신고가 아니더라도 책임있는 관리자들에게 피해사실을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회사는 당연히 응당한 조사를 했을 것이다. MBC는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하게 처리하고 있다. 프리랜서는 물론 출연진의 신고가 접수됐거나 상담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도 지체없이 조사에 착수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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