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집안 곳곳에 녹음기를 설치하고 아내 몰래 아내의 속옷을 가져가 정액 유전자 검사를 하는 등 의처증 증세를 보이는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는 주말부부 아내의 사연이 알려졌다.
3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의처증 증세를 보이는 남편과의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는 결혼 5년차 아내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저희 부부는 결혼하자마자 곧바로 아이를 가졌다. 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지방으로 발령 받게 돼 주말 부부로 지내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남편은 A씨가 전화를 빨리 받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거나 '남자가 있는 것 같다'며 A씨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는가 하면 급기야 휴대전화에 별 다른 게 없자 "포렌식을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다섯 살 된 아이가 "내 자식이 아닐 수도 있다. 유전자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그러던 어느 날 A씨는 집 청소를 하다 소파 뒤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게 됐다. 소파를 다시 살펴보니 그 정체는 다름 아닌 녹음 버튼이 눌러진 녹음기였고, 이외에도 집 안에서는 8개의 녹음기가 더 나왔다고 한다.
A씨는 "그뿐만 아니라 제 속옷을 가져가 정액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지까지 발견했다"며 "주말에 남편과 대화해보니 '아직 물증을 잡지 못한 것'이라며 오히려 화를 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저는 결단코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저를 의심하는 남편과는 더 이상 결혼 생활을 못 할 것 같다"며 "의처증만으로도 이혼이 가능한가요"라고 조언을 구했다.
우진서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이 사건처럼 아무런 전조 증상이 없는데도 계속 핸드폰을 확인하려 들고 거취를 확인하는 전화를 자주 하는 것은 의처증의 전조 증상으로 보이기는 한다"며 "의처증과 의부증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적 증세로 법원에서는 정신병적 증세가 있다면 치료를 위해서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단순히 정신병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치료를 제안했는데도 상대방이 거부하는 등 더 이상 신뢰 관계를 회복·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다면 이혼이 가능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상대방에게 부부 상담 등을 권했음에도 전혀 응하지 않고 오히려 증거 찾기에 몰두하거나, 정신적 치료를 거부한다면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정도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우 변호사는 "의처증, 의부증이 있더라도 사회생활은 잘하시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모든 상황을 증거로 남길 것을 조언했다. 예컨대 자주 걸려오는 전화에 대한 통화 목록이나 녹음기가 발견됐다면 이 녹음기에 대해 상대방과 나눈 통화나 대화를 녹음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특히 이 사건은 주중에는 집에 거주하지 않는 남편이 집에 녹음기를 둬 아내가 다른 사람과 대화나 통화하는 목소리를 녹음하려 한 취지가 충분히 인정될 것 같다. 타인과의 대화가 녹음기에 녹음돼 있다면 이는 형사처벌 대상이다"고 짚었다.
이어 "아내 몰래, 아내의 동의도 받지 않고 아내의 속옷 유전자 검사를 한 것 역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해 형사처벌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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