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사건' 수사한 검사 "10년 고생하는 후배에 미안"

기사등록 2021/03/18 09:37:24 최종수정 2021/03/18 12:05:17

"말석 검사가 재소자 조사 담당"

"10년이 지나도록 고생하고 있어"

"모든 검사에게 있을 수 있는 일"

[서울=뉴시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2020.5.23. (사진=노무현재단 제공)
[서울=뉴시스] 김가윤 기자 = '한명숙 전 총리 금품수수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당시 재소자 조사를 맡겼던 후배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며 "이런 일이 모든 검사들에게 있을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석조(48·사법연수원 29기) 대전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이처럼 글을 올렸다.

양 검사는 과거 한 재소자를 조사했다가 '담당 검사가 지자체장 뇌물사건을 털어놓으라고 회유·협박했다'는 거짓 주장으로 오해를 받고선 "이 경험으로 그 후로는 재소자분들을 멀리하게 됐다"고 적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양 검사는 한 전 총리 사건 수사를 맡게 됐고,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공여자가) 말을 바꾸기 전 구치소에서 '말을 바꾼다더라'는 소문이 무성했고, 수사팀은 '이렇게 객관적인 증거가 많은데 그게 가능하냐'고 소문을 무시했다"며 "그런데 진짜로 말을 바꿔 수사팀은 소문의 근원지인 재소자 조사가 불가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장 주재 수사팀 회의서 부장이 '누가 재소자 조사할래'라고 했는데, 남은 건 2명의 검사였다"며 "말석인 후배 검사를 위해서라면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했는데, 재소자 조사의 추억으로 그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양 검사는 "그래서 말석 검사가 조사를 담당하게 됐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며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최고 실력의 형사 변호인들의 몇 시간에 걸친 반대신문이 예정된 상황이었고, 유수의 언론사가 지켜보고 재판 상황이 실시간 중계되고 있었던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런 일이 모든 검사에게 있을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도 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검찰이 한 전 총리를 무리하게 수사하기 위해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 등을 압박, 뇌물을 줬다는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한 전 대표의 동료 재소자인 최모씨가 지난해 4월 당시 수사팀을 감찰해달라며 대검 감찰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대검은 지난 5일 "과거 재판 관련 증인 2명 및 전·현직 검찰 공무원들에 대한 모해위증, 교사, 방조 민원 사건에 관해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검찰에 수사지휘를 내렸다. 박 장관은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재차 결론을 낼 것을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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