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날 맞아 지하철 낭독 행사…시 만나는 접점 넓혀
'텍스트힙' 타고 시집 찾는 10대…젊어진 시집 독자
허블, 'SF 시' 장르 선보여…소설가·시인 짝지어 출간
![[서울=뉴시스] 지난 1일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 1-1호차에서 열린 '시 읽는 서울 지하철' 행사 모습. (사진=문학의집 제공) 2026.11.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1/06/NISI20261106_0002285436_web.jpg?rnd=20261106174425)
[서울=뉴시스] 지난 1일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 1-1호차에서 열린 '시 읽는 서울 지하철' 행사 모습. (사진=문학의집 제공) 2026.11.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숏폼, 넷플릭스 등 수많은 콘텐츠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짧은 시 한 편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시를 접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리는가 하면, 한 구절 한 구절을 음미하며 자신만의 호흡을 되찾으려는 독자들도 시집을 다시 찾고 있다.
지난 1일 '시의 날'을 맞아 서울지하철 2호선이 시로 물들었다. 문학의집은 이날 '시 읽는 서울 지하철' 행사를 열었다. 2호선 열차 1-1호차는 시낭독 콘서트장으로 탈바꿈했다. 나태주·최동호·도종환·장석남·곽효환·문태준·박준·황인찬·안희연·고선경 등 시인이 각자 자신의 작품을 천천히 낭독하자 열차 안에는 바깥 세상의 빠른 흐름과 대비되는 시간이 펼쳐졌다.
시청역에서 출발해 약 1시간30분 동안 50개 역을 돌아 다시 시청역으로 순환한 이 순간은 오롯이 시로 채워졌다. 문학의집은 시청역을 시청역(詩聽驛·시가 들리는 역)으로 재정의하기도 했다.
최동호 문학의집 조직위원장은 "시를 사랑하는 마음은 한국인 마음 속에 다 담겨져있는데 이를 어떻게 아름답게 즐겁게 모두 함께 표현하는 길이 없을까 (고민)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문학의집 관계자는 "유일한 순환선 2호선과 시의 생명력을 연결했다"며 "서울시민에게 문학이 더 가깝고, 특히 시가 가까워지는 기회를 만든 것"이라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문학의집은 앞으로도 일상에서 시를 만날 수 있는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유통업계에서는 껌에 시 구절을 넣으며 상에 시를 녹인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독서가 멋있는 문화로 자리 잡으며 이른바 '텍스트힙(Text-Hip)' 열풍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2024년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젊은 독자층을 중심으로 나타난 독서 문화가 책을 읽는 행위를 넘어 일상 속 다양한 형태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2026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 날인 지난 6월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6.11.07. yes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28/NISI20260628_0021340112_web.jpg?rnd=20260628113517)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2026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 날인 지난 6월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6.11.07. [email protected]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2023년보다 4.5%포인트(p)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20대 연간 독서율을 75.3%로 전체 성인 평균의 약 2배 수준이었다.
이런 흐름 속 젊은 독자의 시집 구매가 증가하는 추세다.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 10대 독자들의 시집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 상승했다. 올해 소설·시·희곡 분야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든 시집은 전체 연령 기준 4권이었지만, 10대 독자 기준 9권으로, 약 2배 차이를 보였다.
10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집은 윤동주의 '초반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9권 중 1위(10대 소설·시·희곡 베스트셀러 19위)였고, 해당 작품은 전체 연령 순위에서도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또 나태주의 '꽃을 보듯 너를 보다', 서덕준의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이상의 '초반본 이상 선집' 등이 인기였다.
텍스트힙 열풍과 함께 시집을 찾는 독자의 연령대도 낮아졌다. 예스24는 "시집은 전통적으로 50대 독자의 구매 비율이 가장 높은 장르였는데, 최근 들어 1020세대의 구매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며 새로운 독자층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SF 소설×시' (사진=허블 제공) 2026.11.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1/06/NISI20261106_0002285442_web.jpg?rnd=20261106174851)
[서울=뉴시스] 'SF 소설×시' (사진=허블 제공) 2026.11.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시를 찾는 독자가 늘면서 출판계에서는 새로운 형식의 시집을 선보이고 있다.
출판사 허블은 시에 SF를 접목하며 'SF 시'라는 장르를 선보였다. 지난해 11월 SF 시집 '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 출간에 이어 지난 7월에는 'SF 소설×시'라는 앤솔러지 시리즈를 선보였다. SF 작가와 시인 각각 5명이 서로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단편소설과 시를 한 권에 담았다. 소설 부문에는 천선란·이유리·현호정·예소연·김희선 작가가, 시 부문에는 임솔아·신이인·임승유·유선혜·김승일 시인이 참여했다.
안태운 허블 총괄이 직접 10명을 섭외하고, 서로의 작품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작가들을 짝지었다. 안 총괄은 "소설을 먼저 집필하면 이에 어울리는 시를 쓰는 방식"이라며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또 "시와 소설이 연결될 때 어떤 작용이 일어날지 궁금했고, 생소하지만 (앞선 시집의) 반응이 좋아 (시리즈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작가들을 섭외해 시리즈를 이어갈 가능성도 내비쳤다.
예스24에 따르면 시리즈는 1020 세대에서 인기였다. 총 5종 연령별 구매에 따르면 10대가 37.9%, 20대가 30.9%로, 전체 구매 중 5분의3을 차지했다.
바쁜 일상 속 시의 운율을 따라 한 구절씩 천천히 읽는 경험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오고 있다. 짧은 문장에 담긴 감정을 음미하며 자신만의 호흡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시를 다시 일상으로 불러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