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구진 '오토DNA' 개발…20종 넘는 장비·1만1000여 실험단계 AI가 조율
사람은 시약 보충·장비 유지 정도만…DNA 합성·증폭·시퀀싱까지 자동 수행
복수 실험 속도 3.2배↑·암 관련 변이 검출…AI, 분석 넘어 '습식 실험' 영역으로

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교통대 연구진은 인공지능(AI) 기반 자율 생명과학 실험실 '오토DNA(AutoDNA)'를 개발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사진은 AI 관련 참고용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인공지능(AI)이 연구자의 지시를 받아 실험을 설계하고 로봇과 장비를 직접 움직여 DNA 합성부터 암 관련 돌연변이 검출까지 수행하는 '자율실험실'이 탄생했다.
그동안 AI는 논문을 검색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실험 조건을 추천하는 보조 역할에 주로 머물렀다.
반면 이번에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20종이 넘는 첨단 실험장비를 직접 컨트롤했다. 시약을 채우거나 장비를 고치는 최소한의 관리 작업만 사람에게 남겨졌다.
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교통대 연구진은 AI 기반 자율 생명과학 실험실 '오토DNA(AutoDNA)'를 개발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오토DNA는 DNA 합성과 전사, 증폭, 염기서열 분석 등 핵산을 다루는 다양한 실험을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AI 모델과 실험 과정, 장비를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는 'AI 네이티브'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연어로 지시하면 AI가 실험 설계부터 장비 조작까지
오토DNA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실험 목표를 나눠 처리한다. 사람에게서 실험 요청을 받으면 필요한 과정을 설계하고 각 장비에 작업을 배분한 뒤 결과를 확인해 다음 단계를 수행하는 식이다.
연구진은 오토DNA를 이용해 20종 이상의 장비에서 1만1000단계가 넘는 실험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했다. 로봇팔이 시약과 샘플을 장비 사이에서 이동시키고 자동 피펫 장비와 DNA 시퀀서 등이 AI의 지시에 따라 작동했다.
네이처는 사람이 간단한 지시를 내린 뒤에는 시약이나 실험용품을 다시 채우고 장비를 정비하는 정도를 제외하면 실험 전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분자생물학은 여러 종류의 장비와 높은 정밀도가 동시에 요구돼 자율화가 쉽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하이보 천 상하이교통대 교수는 기존 시스템에서는 사람이 장비를 설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AI는 주로 실험의 한 부분에만 추가되는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AI 기반 자율실험실 '오토DNA(AutoDNA)'의 구조. 여러 AI 에이전트가 실험 설계부터 장비 제어까지 협업해 DNA 합성·복제·전사·염기서열 분석 등을 자동 수행한다. (사진=AutoDNA 연구진) *재판매 및 DB 금지
DNA에 문장 저장해 그대로 복원…암 관련 변이도 찾아냈다
먼저 효소를 이용한 DNA 합성에서는 사람이 최적화한 실험과 비슷한 수준의 합성 성능을 구현했다. 여러 DNA 합성 실험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했을 때는 순차적으로 실험했을 때보다 전체 처리 속도가 3.2배 빨라졌다.
디지털 정보를 DNA에 저장하는 실험도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했다. 연구진이 문장을 DNA의 네 염기인 A·C·G·T 조합으로 변환하도록 지시하자 오토DNA가 DNA를 합성하고 이를 다시 읽어 원래 디지털 내용을 정확하게 복구했다.
암 진단과 관련된 실험에도 활용됐다. 오토DNA는 임상 과정에서 확인된 'KRAS G13D'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수행했다. KRAS는 여러 암에서 변이가 발견되는 대표적인 암 관련 유전자다.
연구진은 이같은 결과가 특정 작업 하나만 자동화하는 기존 시스템과 달리 다양한 목적의 실험을 하나의 자율 플랫폼에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AI가 계산 영역에서 실제 실험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제임스 저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네이처 기고에서 AI가 지금까지 데이터 분석이나 예측 등에 주로 활용됐지만 오토DNA는 AI가 직접 분자생물학 실험을 계획하고 수행하면서 '실험을 제안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줄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진이 구현한 것은 핵산 중심의 실험 플랫폼으로 모든 생명과학 연구를 사람 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새로운 실험 장비와 프로토콜을 추가하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도 과제로 남는다.
그럼에도 AI가 가설과 분석에 머물지 않고 실제 실험장비까지 직접 운용하기 시작하면서 과학 연구 방식도 변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구진은 오토DNA가 향후 합성생물학과 DNA 정보저장 등을 포함한 '서비스형 과학(Science-as-a-Service)'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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