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민성 기자 = "중국차가 이렇게 성장할 줄 상상이나 했겠어요?"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 동향을 취재하던 중,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에게 들은 탄식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렴한 가격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던 중국차.
하지만 이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안방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 전기차의 영향력은 판매량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등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신규 등록된 중국산 승용 전기차는 11만24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배 증가했다.
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내수 시장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국내 완성차 5사(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의 내수 판매량은 10만5588대로 전년 동월 대비 3.1% 증가했으나 기아를 제외한 4개 업체는 모두 판매량이 감소했다.
특히 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KGM) 등 중견 3사의 내수 판매량은 5539대로 전년 동월 대비 약 35% 줄었다.
중국산 전기차가 빠르게 시장을 넓히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대응은 충분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안을 담으면서도 정작 전기차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국내에서 전략품목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생산 실적에 따라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국내 업체들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한경협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중국 정부가 지급한 전기차·배터리 제조업 보조금은 약 175억 달러(약 23조원)에 이른다.
더욱이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생산이 위축되면 부품 협력사와 지역 고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차 생산을 지원하는 정책이 단순히 특정 기업에 혜택을 주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와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을 활용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세제 지원만으로 중국차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는 없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수천만원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이 낯선 중국 브랜드를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하지만 기업의 경쟁력 강화 노력과 국내 생산을 뒷받침하는 정책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생산 기반이 흔들린 뒤에야 지원책을 마련한다면 늦는다.
이제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기업의 노력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도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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