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화랑서 개인전 ‘그리고 나는~’ 30일 개막
독일 호수·숲 비단에 수묵으로…가로 4.44m 대작 전시
11월 7일 백필균 평론가와 작가 대화

<Wannsee> 2026, 비단에 수묵 Ink on Silk, 200x444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검은 먹으로 그린 호수는 고요하다. 화면 위에서는 나뭇가지가 내려오고, 아래에서는 풀이 무성하게 솟아오른다. 그 사이로 먼 산의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사진이 아니다. 가로 4.44m의 비단 위에 먹으로 그린 독일의 겨울 풍경이다.
한국화가 김종규(39)가 독일의 숲과 호수를 거닐며 마주한 풍경을 수묵화로 옮겼다.
서울 종로구 본화랑에서 30일 개막하는 개인전 ‘그리고 나는 끝없이 방랑한다(Und ich wand’re sonder Maßen)’에서다. 11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을 걷고 바라보는 경험이 어떻게 회화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전시 제목은 프란츠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 중 스무 번째 곡인 ‘이정표(Der Wegweiser)’의 가사에서 가져왔다.
끝없이 방랑하면서도 쉼을 찾는 나그네.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정작 마음은 머물 곳을 찾는 인간의 역설이 담겨 있다.
김종규의 그림도 그 여정에서 출발했다.

<Black Forest> 2026, 비단에 수묵 Ink on Silk, 90x200 cm *재판매 및 DB 금지
작가는 형이 거주하는 독일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베를린 외곽 클라도 지역의 호수와 숲을 걸었다. 특히 어둡고 스산한 겨울 풍경과 슈베르트의 음악은 자연을 바라보는 경험을 삶과 존재에 대한 사색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대표작 ‘Wannsee’(2026)는 그 경험을 압축한 대형 수묵화다.
가로 444㎝, 세로 200㎝의 화면을 가르는 것은 길게 이어진 수평선이다. 가까이에서는 가느다란 풀과 나뭇가지가 복잡하게 얽히고, 멀리서는 산의 능선이 검은 띠처럼 펼쳐진다.
시선은 풀숲에서 호수로, 다시 먼 산으로 이동한다. 한자리에 서서 바라본 풍경이라기보다 걸으며 마주한 여러 순간을 한 화면에 모아놓은 듯하다.
‘Black Forest’(2026)는 또 다른 방식으로 겨울의 적막을 보여준다. 검은 산 능선이 화면 아래를 채우고, 위쪽에는 넓은 흰 여백이 펼쳐진다. 먹으로 그린 산과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하늘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SONAMU NO.1> 2026, 비단에 수묵 Ink on Silk, 90x200 cm *재판매 및 DB 금지
소나무 연작에서는 시선이 하늘을 향한다.
‘SONAMU NO.1’(2026)은 화면을 가로지르는 굵은 가지와 촘촘한 솔잎을 비단 위에 담았다. 나뭇가지의 윤곽은 강렬하고, 솔잎은 한 올 한 올 섬세하다. 화면을 분할하는 검은 선은 자연의 형상을 추상적인 구성으로 바꿔놓는다.
모두 비단에 먹으로 그린 작품이다. 검은 먹의 농담과 흰 여백만으로 풍경의 깊이와 빛, 공기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대형 화면을 그릴 때 손목과 팔꿈치뿐 아니라 어깨와 허리까지 움직인다. 자연을 걸으며 경험한 신체의 움직임이 붓질로 이어지는 셈이다.

<Der Wegweiser>연작, 2026, 하네뮬레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8x20cm / 107x23cm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장에는 회화의 출발점이 된 독일의 풍경사진도 함께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사진 속에 등장하는 새가 완성된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진과 그림을 비교하면 작가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김종규는 서울대학교 동양화과에서 학사·석사를 마치고 2022년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 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최우수상, 2023년 광주화루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11월 7일 오후 2시에는 백필균 미술평론가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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