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하라냥"…고양이 사찰에서 하룻밤 어떠세요

기사등록 2026/10/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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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 자리한 천년고찰 묘적사

파양 등 이유로 모인 고양이 16마리

특이 풍경 만들어 인기…주의할 점도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 대웅전 앞에서 두 고양이가 장난치고 있다. 2026.10.26. nowone@newsis.com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 대웅전 앞에서 두 고양이가 장난치고 있다. 2026.10.26. [email protected]

[남양주=뉴시스]한이재 기자 = #1. 인자한 표정의 석불 앞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뒤엉켰다. 서로 앞발을 날리며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흙먼지가 일었다. 옆으로는 다른 고양이가 마당을 가로질렀고, 또 다른 고양이는 작은 나무에 올라 뛰어내리고 있었다.

#2. 오후 10시께 달빛 아래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사찰 내 평상에 반가부좌를 틀었다. 이내 고양이가 다가왔다. 고양이는 자리를 잡고 명상하듯 눈을 감았다. 곧 다른 고양이들도 다가와 서로의 온기를 나눴다. 세 마리가 무릎 위에 앉으니 제법 묵직하고 따뜻했다.

기자가 지난 24~25일 찾은 경기 남양주 묘적사의 모습이다. 고양이와 함께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이른바 '냥플스테이'로 인기를 끌고 있는 천년고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봉선사의 말사로, 삼국시대 신라 고승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세종대왕 때 학열스님이 약 180칸을 중창했고 '세종실록', '연산국일기', '신증동여지승람' 등에 승병 양성을 위한 무과 시험장으로 쓰였다고 기록돼 있다.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에서 마주친 고양이 뒤로 사찰이 보이고 있다. 2026.10.26. nowone@newsis.com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에서 마주친 고양이 뒤로 사찰이 보이고 있다. 2026.10.26. [email protected]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훈련도감으로 사용했으나 왜군의 공격에 폐허가 됐다고 전해진다. 규오스님이 1895년 산신각을 짓고, 자신스님이 1971년 대웅전과 요사채를 중건했다.

최근 새로이 복원한 대웅전 앞에는 경기도 유형문화유산 '남양주 묘적사 팔각다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사찰 이름은 '오묘하고 적적한 곳'이라는 뜻을 담아 묘적사(妙寂寺)가 됐지만, 최근에는 묘적사(猫寂寺)로 알고 찾는 이들이 늘었다.

템플스테이를 이끄는 대일스님은 "고양이 묘는 아니고 묘할 묘자에 고요할 적자를 쓴다"며 "밤에 구름이 없으면 별이 진짜 잘 보이는데 이름의 의미가 확 드러난다. 적적한 와중에 무서운 건 아닌데 오묘한 기분이 든다"고 설명했다.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 산령각(삼성각) 안에서 한 불자의 절에 맞춰 고양이가 마치 절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6.10.26. nowone@newsis.com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 산령각(삼성각) 안에서 한 불자의 절에 맞춰 고양이가 마치 절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6.10.26. [email protected]

고양이가 늘어난 건 지난해 4월 주지 법륜스님이 취임한 이후다.

대일스님은 "'자비문중'이라고 '같이 살지 뭐, 밥만 주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남양주에 있는 한 종립학교 체육관에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았고, 학생들이 만지다 보니 어미가 버리고 갔다. 보호소에 보내면 안락사될 수도 있는 상황에 '이것도 인연인데 데리고 와라'했다는 것이다.

"넉 달 전에 새끼 고양이들이 똑같은 경로로 또 왔어요. 지금 16마리가 됐죠."

가정에서 기르던 고양이도, 길을 떠돌던 고양이도 함께 부처님 품 안에 자리 잡게 됐다. 불, 법, 승, 금, 강, 또랑, 시루, 반야 등 저마다의 이름도 하나씩 가지게 됐다.

각자 사찰에 주로 출몰하는 지역이 다르지만, 대개 '개냥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에서 고양이들이 한 템플스테이 참가자 무릎에 앉아 잠들었다. 2026.10.26. nowone@newsis.com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에서 고양이들이 한 템플스테이 참가자 무릎에 앉아 잠들었다. 2026.10.26. [email protected]

사찰에서 고양이를 기르다 보니 특이한 풍경도 펼쳐진다. 이를테면 새벽예불 때 108배를 하는 방석(좌복) 위 '식빵'을 비롯해 불단 위에 둔 물(청수)을 마시는 등이다. 한 여름에는 사찰 옆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다른 고양이를 볼 수 있으니, 이미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집사'들 방문도 잦다고 한다. 닭가슴살을 삶아 오거나, 생선, 소고기 등을 챙겨 오는 신도들도 있다. 단 고양이와 함께 하룻밤 동안 수행할 수 있는 이는 하루에 많아야 25명이다.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먼저 고양이를 방사 안으로 들이면 안 된다. 보일러를 틀어 따뜻하다 보니 고양이들이 방문이나 창문을 열고 방문하기도 하지만 아쉬운 마음으로 내쫓아야 한다. 갑작스레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음을 알게 되는 방문자들이 있어서다.

또 허피스(고양이 감기) 감염 탓에 고양이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습식간식 '츄르'는 줄 수 없다.

사찰 고양이들의 일상은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6일 기준 묘적사 템플스테이 공식 계정 팔로워는 6000명을 넘어섰다.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에서 만난 고양이가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2026.10.26. nowone@newsis.com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에서 만난 고양이가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2026.10.26. [email protected]

대일스님은 "절이라는 곳이 마음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고, 또 뭔가 도파민을 추구해도 되는 곳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다"며 "홍보를 보고 젊은 분들이 많이 찾아주신다"고 했다.

대학교 교양 수업으로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한 학생은 "인스타에서 특색 있는 템플스테이 글에 항상 묘적사가 있었다"라며 "스포츠는 좀 힘들고 고양이 보러 왔는데 너무 좋아서 또 오고 싶다"고 했다.

다른 학생도 "지난 학기에 들었던 친구가 묘적사가 좋다고 추천해 줬다"며 "너무 만족한다"고 했다.

다만 고양이로 알려지는 만큼 고민도 늘고 있다. 더러 안 좋게 말하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새벽에 절에 찾아와 고양이를 두고 간 적도 있어서다.

묘적사는 현재 스님 6명이 기거하며 수행하고 있는 사찰로서,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불교문화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게 돕는 취지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 산령각(삼성각) 앞에서 고양이가 전각을 바라 보고 있다. 2026.10.26. nowone@newsis.com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 산령각(삼성각) 앞에서 고양이가 전각을 바라 보고 있다. 2026.10.26. [email protected]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 경내 평상에 고양이들이 앉아 있다. 뒤로는 석불과 대웅전이 보인다. 2026.10.26. nowone@newsis.com
[남양주=뉴시스] 한이재 기자 = 24일 경기 남양주 묘적사 경내 평상에 고양이들이 앉아 있다. 뒤로는 석불과 대웅전이 보인다. 2026.10.26.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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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하라냥"…고양이 사찰에서 하룻밤 어떠세요

기사등록 2026/10/27 05:30:0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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