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 땀방울이 수놓은 별가루…여름 건너 가을로 안착한 청춘

기사등록 2026/10/26 06: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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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5일 케이스포돔서 아시아 투어 피날레 리뷰

23일 발라드 공연까지 양분한 파격의 3일부제

'청춘의 차력'으로 쏘아 올린 연대

주저하는 소년 소녀들을 향한 구원의 비상

[서울=뉴시스] 잔나비 (사진 = 페포니뮤직 제공) 2026.10.2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잔나비 (사진 = 페포니뮤직 제공) 2026.10.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거대한 돔 천장을 가득 메운 것은 1만 수천 명이 일제히 치켜든 손, 그리고 그 손들이 만들어낸 일렁이는 파도였다. "손을 번쩍 들고 여러분의 파도를 보여주세요." 그룹사운드 '잔나비' 리더 최정훈의 외침에 객석 전체가 거대한 유기체처럼 출렁였다.

그것은 일방적인 환호가 아니라 각자의 삶이라는 깃발을 높이 치켜드는 의식에 가까웠다. '로큰롤, 웨이브 유어 플래그(Wave your flag).' 잔나비가 정의하는 록의 정신이자, 상처받은 청춘들이 세상에 건네는 가장 낭만적인 연대의 신호탄이었다.

잔나비가 지난 24~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연 '잔나비 2026 아시아 투어 파이널 '스웨트 앤 스타더스트' 인 서울'은 지난 6월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도쿄, 홍콩, 방콕 등을 거쳐온 첫 아시아 순회의 마침표이자, 청춘의 한 시절을 온전히 통과해 낸 자들만이 흘릴 수 있는 눈부신 기록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번 3일간의 공연이 지닌 파격적인 구성이다. 잔나비는 '스웨트 앤 스타더스트' 파이널 공연 직전인 지난 23일 공연을 전곡 발라드로만 채운 '잔나비 발라드 컬렉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로 열고, 이어진 주말 이틀간은 완전히 결이 다른 로킹한 세트로 공간을 전복시켰다. 케이스포돔 같은 초대형 아레나에서 단 하루 만에 무대 연출의 호흡과 세트리스트 전체를 양분해 연이어 무대에 올리는 것은, 음악적 저력과 무대 장악력 없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모험이다. 잔나비는 그 어려운 도전을 기어코 성취로 증명해 냈다.

25일 공연의 문을 연 '작전명 청춘!'과 '플래시(FLASH)', '아윌다이포유♥x3'로 이어지는 초반부부터 '청춘의 차력'이었다. 기타리스트 김도형의 송곳 같은 리프와 최정훈의 격렬한 몸짓은 무대 위를 단숨에 끓는점으로 밀어 올렸다. 땀에 흠뻑 젖은 재킷을 벗어던질 만큼 온몸을 내던진 이들의 육체성은 '스웨트 앤 스타더스트'라는 공연 타이틀 그대로였다. 무대 위에서 뚝뚝 떨어지는 정직한 '땀(Sweat)'이 허공의 조명을 받아 영롱한 '별가루(Stardust)'로 흩날리는 순간, 청춘의 비장미는 완성됐다.
[서울=뉴시스] 잔나비. (사진 = 스포티파이 제공) 2026.09.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잔나비. (사진 = 스포티파이 제공) 2026.09.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 중반부는 '여름'이라는 계절의 미학과 정면으로 맞닿아 있었다. 숏폼 콘텐츠의 찰나적 번갯불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긴 호흡으로 묵묵히 빚어낸 '여름에 관한 무용담'과 천장을 반딧불이처럼 수놓은 '밤의 공원'은 감각의 깊이를 복원했다.

이어 잔나비의 대표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 울려 퍼질 때 미러볼이 쏟아낸 빛의 파편들은 찬란했던 계절의 조종(弔鐘)과도 같았다. 가장 뜨겁게 타올랐던 열정이 빠져나간 뒤 남겨진 앙상함마저 끌어안으며 무대 위에서 올린 깊은 큰절은, 맹목적인 계절을 통과한 자만이 바칠 수 있는 성숙한 헌사였다. 아시아를 돌고 다시 돌아온 '오 서울시티'와 '홍콩(HONG KONG)'의 노스탤지어 역시 이 여정의 소중한 부산물이었다.

공연의 정점은 '모든 소년 소녀들' 연작의 배치에서 빛을 발했다. 3부(글로리)를 먼저 꺼내어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의 다정한 위로를 덧댄 뒤, 1부(버드맨)와 2부(무지개)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의 서사는 극적인 울림을 줬다.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고 허공으로 도약하는 '버드맨'과 무지개 너머를 응시하는 갈망은, 주저하고 상처 입은 객석의 모든 소년 소녀들에게 '당신들의 모든 시도와 방황은 이미 그 자체로 찬란한 영광(Glory)'이라는 선언으로 가닿았다.

'외딴섬 로맨틱'으로 이어진 탈출은 고립이 아닌 안식처의 발견이었고, 부러진 날개로도 다시 날아오르길 권하는 '블루버드, 스프레드 유어 윙스!'와 '미아의 추억과 유니버스'는 길을 잃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우주의 탄생을 축복했다.
[서울=뉴시스] 잔나비. (사진 = 페포니뮤직 제공) 2026.08.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잔나비. (사진 = 페포니뮤직 제공) 2026.08.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광란의 카니발이 걷히고 앙코르의 끝자락에 울려 퍼진 '가을밤에 든 생각'은 찬란했던 청춘의 여름밤을 지나 마침내 명징한 가을의 사유로 안착하는 평온한 마침표였다.

상처 입고 주저할지라도 방황을 멈추지 않는 모든 소년 소녀들을 위한,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찬란한 통과의례. 잔나비가 체조경기장 바닥에 쏟아낸 뜨거운 땀방울은,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을 별가루로 남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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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 땀방울이 수놓은 별가루…여름 건너 가을로 안착한 청춘

기사등록 2026/10/26 06:04:31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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