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경유 합의 흔들리나…우크라 드론, 수개월 못 고칠 러 정제설비 노렸다

기사등록 2026/10/22 13:56:52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러 경유 수출 9월 하루 14만1000배럴…1년 전 60만8000배럴서 급감

美 중간선거 앞 경유값 75% 급등…이란전 겹쳐 공급난 장기화

[AP/뉴시스]우크라이나 제14 분리 무인항공시스템연대의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 14일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장거리 드론 An-196 리우티를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정유소, 연료 저장소, 군사 물류 허브 등 러시아 내 전략적 목표물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이 급격히 증가, 러시아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를 강타하고 모스크바의 방공망을 약화시키면서 전쟁 판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10.31.
[AP/뉴시스]우크라이나 제14 분리 무인항공시스템연대의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 14일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장거리 드론 An-196 리우티를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정유소, 연료 저장소, 군사 물류 허브 등 러시아 내 전략적 목표물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이 급격히 증가, 러시아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를 강타하고 모스크바의 방공망을 약화시키면서 전쟁 판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10.31.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 중 복구가 어려운 장비까지 드론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유 공급 확대 합의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CNBC는 21일(현지시간) 원자재 운송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의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의 지난 9월 경유 수출량이 하루 평균 14만1000배럴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달 60만8000배럴에서 75% 넘게 줄어든 규모다.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러시아 석유산업 전문가인 타티아나 미트로바는 우크라이나군이 단순한 연료 저장탱크를 넘어 수리가 까다로운 정제설비까지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론 공격의 규모와 사거리, 정밀도가 발전하면서 러시아의 경유 수출 능력을 크게 훼손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공격이 확대되기 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유 수출국이었다.

케이플러의 원자재 조사 책임자인 맷 스미스는 러시아의 정유시설 피해가 계속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경유 공급 합의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에너지시설 공격을 중단하는 휴전이 없다면 러시아가 논의 중인 경유 물량을 다시 시장에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8일에도 러시아 전역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가했다. 러시아 국영매체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우크라이나 드론 1000대 이상이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최대 규모의 공격 가운데 하나로, 러시아 제2의 도시이자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석유 수출 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에너지시설 공격 중단을 선언한 뒤 이뤄졌다. CNBC는 러시아가 처음부터 공격을 중단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는 잠시 공격을 자제하다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자 보복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AP/뉴시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주유소에 25일 기름을 주유하려는 자동차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무인기가 정유소와 다른 석유 기반 시설들을 공격하면서 러시아 일부 지역 주유소의 재고가 고갈돼 운전자들은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며, 관리들은 판매를 제한하거나 전면 중단시키고 있다. 2025.08.27.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AP/뉴시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주유소에 25일 기름을 주유하려는 자동차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무인기가 정유소와 다른 석유 기반 시설들을 공격하면서 러시아 일부 지역 주유소의 재고가 고갈돼 운전자들은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며, 관리들은 판매를 제한하거나 전면 중단시키고 있다. 2025.08.27.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은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공개정보 분석업체 로찬컨설팅에 따르면 러시아 정유시설과 관련 석유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격은 지난 1월 11건에서 7월 31건으로 약 세 배 늘었다.

공격 규모도 커졌다. 미트로바는 전쟁 초기 수십 대 수준이던 드론 공격이 최근에는 수백 대를 한꺼번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공격 대상도 러시아 국경 인근을 넘어 내륙 깊숙한 곳까지 넓어졌다.

지난 7월에는 우크라이나에서 1600㎞ 이상 떨어진 시베리아 옴스크의 러시아 최대 정유시설이 공격을 받았다. 옴스크는 카자흐스탄 국경 근처에 있는 도시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이 러시아 내륙의 주요 에너지 생산시설까지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유시설 중 어떤 장비가 파괴되느냐에 따라 복구 기간도 크게 달라진다. 미트로바에 따르면 연료 저장탱크는 몇 주 안에 수리할 수 있지만, 원유에서 다양한 석유제품을 만드는 복잡한 정제설비가 파손되면 교체에 적어도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이런 장비는 러시아 밖의 공급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서방의 제재도 복구를 어렵게 만든다. 미트로바는 "알리바바에서 주문하듯 바로 구할 수 있는 설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정유시설 피해로 국내 연료 공급이 부족해지자 경유 수출을 금지했다가 이달 들어 일부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한 경유 물량을 세계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조치였다.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합의에 따라 러시아가 세계 시장에 공급하기로 제시한 경유 물량은 10월 하루 평균 약 7만5000배럴, 11월 약 12만4000배럴이다. 그러나 미트로바는 이 정도 물량으로는 세계 경유 수요에 비해 영향이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정유시설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실제 공급량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유 가격 급등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에 경유 가격 상승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20일 미국의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갤런당 6.32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75% 오른 수준이다. 경유는 화물 운송과 농업 등에 폭넓게 사용돼 가격 상승이 운송비와 생산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와 중동의 정유시설이 전쟁으로 피해를 입어 생산 능력이 줄어든 데다 미국 정유업체들도 부족한 공급을 메우기 위해 이미 생산시설을 최대 수준으로 가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공급 확대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보고서에서 경유 공급 부족이 내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케이플러의 원자재 조사 책임자인 스미스는 "앞으로 몇 달 동안 경유 공급 부족이 계속되고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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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26/10/22 13:56:52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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