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제작비 5억원 저예산 영화…AI 시대 인간 정체성 탐구
![[서울=뉴시스]'영화' 실낙원(사진=CJ ENM 제공) 2026.10.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19/NISI20261019_0002266798_web.jpg?rnd=20261019084707)
[서울=뉴시스]'영화' 실낙원(사진=CJ ENM 제공) 2026.10.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인간의 본성을 탐구해 온 연상호 감독이 순제작비 5억원으로 인공지능(AI) 시대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연 감독은 친한 동료들과 동아리 활동을 하듯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동아리 활동치고는 꽤나 무게감 있는 결과물을 내놨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실낙원'은 일상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AI를 소재로 인간의 모성애와 정체성에 대해 다뤘다.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류소영(김현주)은 AI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의 아들과 만나며 9년간 상실을 견딘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선우(배현성)가 돌아온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마주한 아들은 기억 속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소영은 'AI 아들'과 '현실 아들'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연 감독은 작품의 제목과 주제적 배경을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Paradise Lost)에서 가져왔다. AI를 통해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현실과 마주하는 순간 그것이 디스토피아로 바뀔 수 있다는 역설을 담았다.
영화는 AI가 인간을 얼마나 닮을 수 있는지보다 한 사람을 그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영화 '사랑이 지나간 자리'(The Deep End of the Ocean)가 9년간 실종된 아이와 남겨진 가족의 상처·치유를 그렸다면, '실낙원'은 여기에 AI가 재현한 기억과 현실 간의 간극을 더했다. 기다리던 가족이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관계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사랑의 본질과 타인을 인식하는 방식에 의문을 던진다.
작품 속 AI에 대한 문제의식은 기술 발전을 둘러싼 윤리적 고민으로도 이어진다. 최근 AI에 판단을 맡기고 정서적으로 깊이 의존하며 사고까지 영향을 받는 양상이 우려를 낳는 가운데,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외려 현실과의 단절을 부추길 수 있다고 꼬집는다. 기술의 발전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기업과 인간의 책임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오락성 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인간의 정체성과 AI의 윤리를 둘러싼 질문이 다소 무겁게 다가올 수 있고, 결말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0분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