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63 아웃도어 가든'에 설치된 신미경 천사 비누조각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16/NISI20261016_0002265825_web.jpg?rnd=20261016172716)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63 아웃도어 가든'에 설치된 신미경 천사 비누조각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조각은 영원을 꿈꾼다.
돌을 깎고 청동을 부어 시간을 견디는 형상을 만든다.
사라질 육체를 대신해 영원히 남을 몸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조각가 신미경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그가 선택한 재료는 비누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정원.
대리석처럼 보이는 조각들이 바람을 맞고 서 있다.
비가 내리면 젖고, 햇빛이 내리쬐면 달아오른다.
계절이 바뀌면 표면도 달라진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63빌딩 정원에 설치된 신미경 천사 '비누 조각'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16/NISI20261016_0002265789_web.jpg?rnd=20261016170023)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63빌딩 정원에 설치된 신미경 천사 '비누 조각' *재판매 및 DB 금지
사람들은 조각을 바라보지만,
조각은 온몸으로 시간을 받아들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반전이 시작된다.
돌처럼 보이는 조각에서 은은한 비누 향기가 풍긴다.
만질 수도 있다.
눈으로 감상하던 조각이 후각과 촉각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비누에 포함된 글리세린은 공기 중 수분을 끌어당긴다.
습한 날에는 표면에 작은 물방울이 맺힌다.
마치 살아 있는 몸이 땀을 흘리는 듯하다.
조각이지만 고정된 형상이 아니다.
자연과 반응하며 끊임없이 변하는 존재다.
작가가 형상을 만들었지만,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시간이다.
우리는 흔히 변하지 않는 것을 아름답다고 여긴다.
그러나 신미경의 조각은 정반대의 질문을 던진다.
변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인간의 얼굴에 주름을 새기듯
비누 조각에도 세월의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훼손일까, 완성일까.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63 아웃도어 가든'에 설치된 신미경 작가의 '천상의 속삭임 51 천사 A'(2024). 비누로 제작된 작품이다. 한화문화재단과 퐁피두센터 한화가 선보이는 정원 프로젝트 '새겨지는 것들'은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의 식재 공간에 김윤신·신미경·오묘초 등 한국 여성 작가 3명의 조각을 설치해 자연과 시간, 예술의 관계를 조명한다. 2026.10.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어쩌면 인간도 하나의 비누 조각인지 모른다.
세상의 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닳고,
변하고, 마침내 사라지는 존재.
그러나 닳는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과 접촉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상처도 주름도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다.
우리는 늙지 않으려 애쓰고,
사라지지 않으려 무언가를 붙잡는다.
하지만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삶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
신미경의 비누 조각은 묻는다.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오늘의 아름다움을 내일로 미루는가.
시간이 우리를 바꾸기 전에,
지금 이 순간의 나로 충분히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시간을 견디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인지 모른다.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63 아웃도어 가든'에 설치된 신미경 작가의 '천상의 속삭임 51 천사 A'(2024). 2026.10.16. hyu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16/NISI20261016_0002265421_web.jpg?rnd=20261016134506)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63 아웃도어 가든'에 설치된 신미경 작가의 '천상의 속삭임 51 천사 A'(2024). 2026.10.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