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유조선 돌아와도 유가 102달러…美 10년물 24년 만에 최고

기사등록 2026/10/02 17:47:07

최종수정 2026/10/02 18:20:24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중동 원유 수출 전쟁 전보다 7% 낮은 수준까지 회복…정제유 수출은 여전히 약 40% 적어

운송·정유비 급등이 물가 압박…연준 추가 인상 가능성에 美주담대도 7% 넘어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6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해협에 소형 유조선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모터보트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2026.09.06.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6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해협에 소형 유조선이 정박해 있는 가운데 모터보트 한 척이 지나가고 있다. 2026.09.06.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호르무즈해협을 오가는 유조선이 다시 늘고 중동의 원유 수출도 전쟁 전 수준에 가까워졌지만 국제유가와 미국 장기금리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원유 수송 회복보다 정제유 공급과 해상 운송의 병목이 풀리는 속도가 더뎌 높은 에너지 비용이 물가를 압박하고, 다시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이 4.4% 오른 배럴당 102.31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가 집계한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도 갤런당 4.41달러를 웃돌았다.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번 주 24년 만의 최고치를 찍은 뒤 이날 5.233%로 소폭 낮아졌다.

WSJ이 주목한 연결고리는 유가에서 금리까지 이어진다. 원유와 정제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자동차와 트럭, 항공기, 농기계 등을 운용하는 비용이 올라간다. 이 비용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면 물가 압력이 오래가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할 가능성도 커진다.

유가가 내려가지 않는 데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호르무즈를 지나는 실제 원유 물량을 놓고 추산이 엇갈리는 가운데 공급 차질이 언제든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아라비아반도 주변 항로를 위협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하고 있다.

원유 수출 자체는 상당 부분 회복됐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중동의 원유 수출량이 전쟁 전보다 약 7% 적은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미 해군이 이란의 유조선과 인근 에너지시설 공격 능력을 약화시킨 가운데 걸프 산유국과 해운업체들도 공격을 피하거나 막는 데 점차 익숙해졌다고 WSJ은 전했다.

하지만 휘발유·디젤·항공유 등 정제유의 회복은 훨씬 더디다. JP모건은 중동의 정제유 수출이 여전히 전쟁 전보다 약 40% 적은 것으로 추산했다. 아렌드 캅테인 UBS 투자은행 글로벌 경제·전략 책임자는 중앙은행 입장에서도 원유뿐 아니라 정제유 가격을 봐야 한다며 현재 정제유 공급이 특히 빠듯하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 통항이 실제로 얼마나 회복됐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위협을 줄이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거나 바다에서 다른 선박으로 화물을 옮겨 싣는 유조선이 많아 항적 자료만으로 전체 물동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지난달 30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선박 3척이 발사체에 맞았다고 보고했다.

중동의 정치·군사적 불확실성도 공급 위험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중간선거 전에는 미국과 합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WSJ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미국인들이 투표한 뒤 폭격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유럽, 미국의 재고도 여유가 줄었다. 이들 지역의 원유와 연료 재고는 전쟁 첫 7개월간 시장 충격을 완충했지만 상당량이 소진됐다. 앞으로 재고를 다시 채워야 하는 만큼 공급이 늘어도 수요가 이를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인도되는 원유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원유 가격정보업체 아거스미디어가 현물 인도 가격을 추적하는 북해산 원유 기준가격은 1일 배럴당 127.42달러였다. 선물가격이 최근 고점에서 일부 내려왔는데도 정유업체들이 당장 필요한 원유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신호다.

여기에 원유를 시장까지 옮기는 비용도 급등했다. 일부 유조선은 후티 공격을 피하기 위해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가고 있고, 걸프 지역의 원유를 호르무즈 바깥까지 실어낸 뒤 다른 배에 옮겨 싣는 운항도 늘었다. 이 때문에 대형 유조선 상당수가 장기간 묶이면서 중동에서 중국까지 약 21일 걸리는 운송비는 최근 원유 1배럴당 35달러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전쟁 전날 7달러 미만의 5배가 넘는다.

정유시설에 도착한 뒤에도 비용은 더 붙는다. 중동의 정제 능력이 줄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러시아가 디젤 수출을 줄이면서 다른 지역 정유업체들이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뉴욕시장에서 디젤 선물가격은 최근 원유 가격의 약 두 배 수준까지 올랐고, 디젤과 원유의 가격차도 종전 기록을 크게 넘어섰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이런 가격차가 빠르게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이번 주 공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48%는 디젤과 원유의 가격차가 2025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적어도 1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휘발유와 원유의 가격차에 대해서도 36%가 같은 답을 내놨다.

기업들의 부담도 소비자에게 넘어가기 시작할 수 있다. 연초나 전쟁 초기에 높은 가격을 피하려고 비용을 미리 고정해 둔 헤지 계약이 끝나기 시작하면서 농가와 주택수리용품 업체, 트럭 운송업체 등은 지금 높은 가격으로 다시 고정할지,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지를 선택해야 한다. 찰리 맥나마라 US뱅크 원자재팀장은 현재의 높은 가격이 기업들의 헤지 비용에 반영되고 결국 최종 소비자에게도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유가 흐름은 다시 금리로 이어진다. WSJ은 에너지 비용 상승의 여파가 11월 중간선거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 미국 물가를 압박해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한 분기 동안 1994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올랐고,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7%를 넘어섰다.

다만 국채금리가 높은 이유를 에너지 가격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채권시장은 AI 투자와 연결된 대규모 부채 발행과 막대한 재정적자까지 받아내야 한다. 미국 경제가 물가를 연준 목표 이상으로 유지할 만큼 강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금리를 떠받치는 요인이다.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 경제를 크게 위축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AI 투자 확대와 기록적인 주식시장 상승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마 샤 프린시펄자산운용 글로벌 수석전략가는 경제의 회복력과 투자 수요가 유지된다면 국채금리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윌밍턴=AP/뉴시스] 2026년 6월10일 미국 오하이오주 윌밍턴의 원나인 퓨얼 스톱 주유소에서 성조기 옆 가격표에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06.10.
[윌밍턴=AP/뉴시스] 2026년 6월10일 미국 오하이오주 윌밍턴의 원나인 퓨얼 스톱 주유소에서 성조기 옆 가격표에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06.10.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호르무즈 유조선 돌아와도 유가 102달러…美 10년물 24년 만에 최고

기사등록 2026/10/02 17:47:07 최초수정 2026/10/02 18:20:24

이시간 핫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