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민 연세의대 교수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과 공동 연구
전사인자 ETS1의 암 악성화 및 면역 저항성 메커니즘 규명
ETS1 억제 시 동물실험서 원격 전이 발생률 87.5% → 25%
![[서울=뉴시스] 2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박영민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연구팀과 함께 단일세포 전사체(scRNA-seq) 분석을 통해 전사조절인자 ‘ETS1’이 암세포의 전이와 면역 회피를 동시에 주도하는 핵심 인자임을 규명했다. 암세포 내 전사조절인자 ETS1을 과발현시킨 실험쥐 그룹에서 폐·간·신장 등 전신 장기로의 원격 전이가 100%(9/9마리) 발생한 반면, 대조군에서는 11%(1/9마리)에 그쳤다. 반대로 ETS1 발현을 억제(shETS1)하자 원격 전이 발생률이 87.5%(7/8마리)에서 25%(2/8마리)로 대폭 감소했다. (사진=강남세브란스 병원 제공) 2026.10.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02/NISI20261002_0002254873_web.jpg?rnd=20261002184017)
[서울=뉴시스] 2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박영민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연구팀과 함께 단일세포 전사체(scRNA-seq) 분석을 통해 전사조절인자 ‘ETS1’이 암세포의 전이와 면역 회피를 동시에 주도하는 핵심 인자임을 규명했다. 암세포 내 전사조절인자 ETS1을 과발현시킨 실험쥐 그룹에서 폐·간·신장 등 전신 장기로의 원격 전이가 100%(9/9마리) 발생한 반면, 대조군에서는 11%(1/9마리)에 그쳤다. 반대로 ETS1 발현을 억제(shETS1)하자 원격 전이 발생률이 87.5%(7/8마리)에서 25%(2/8마리)로 대폭 감소했다. (사진=강남세브란스 병원 제공) 2026.10.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치료가 어려운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이 다른 장기로 퍼지는 것을 막고 면역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4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박영민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연구팀과 공동으로 암세포의 유전자 활동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사조절인자인 'ETS1'이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지는 전이와 우리 몸의 면역반응을 피하는 데 동시에 관여하는 핵심 인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사조절인자(전사인자)는 DNA의 특정 염기서열에 결합해 RNA로의 전사 과정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조절 단백질. 세포 내에서 특정 유전자를 켜거나(활성화) 끄는(억제) 스위치 역할을 한다.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은 구강, 인두, 후두, 식도 등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치료법은 발전했지만 폐·간 등으로 원격 전이돼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질환이다. 특히 하나의 종양 내에서도 세포별 유전자 발현이 다른 종양 내 이질성과 낮은 면역항암제 반응률로 인해 치료에 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통해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의 종양 내 이질성을 구성하는 7개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을 규명했다. 이 중 상피세포와 중간엽세포의 특성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상피-중간엽이행(hEMT)' 프로그램이 암세포의 원격 전이 능력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 앞선 여러 연구에서도 hEMT 신호가 높은 환자군은 생존율이 낮고 림프절 전이가 잘 발생한다는 결과가 다수 보고된 바 있다.
연구팀은 전사인자 'ETS1'이 hEMT 프로그램을 조율하는 핵심 인자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유전체 결합(ChIP-seq) 분석 결과, ETS1은 50개의 hEMT 유전자 중 36~40개에 직접 결합해 암세포의 전이 능력을 촉진했다.
실제 동물실험에서 암세포에 ETS1 단백질을 과발현시킨 실험쥐는 100%에서 폐·간·신장 등 전신 전이가 나타난 반면, 대조군은 11%에 그쳤다. 반대로 암세포 내 ETS1을 억제하자 전이 발생률이 87.5%에서 25%로 대폭 감소했다.
연구팀은 ETS1이 암의 전이뿐 아니라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하는 데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TS1은 또 다른 전사인자인 STAT1을 통해 면역관문 단백질인 PD-L1의 생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T 림프구가 종양 안으로 충분히 들어가지 못하고,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른바 '면역 결핍형(immune-cold)' 종양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면역관문억제제 치료를 받은 환자 976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ETS1 활성이 높은 종양은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치료 저항성을 극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4687개 화합물을 대상으로 약물 선별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ETS1이 많이 만들어지는 암세포가 열충격단백질 HSP90을 억제하는 약물인 알베스피마이신(STA9090)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HSP90 억제제는 세포가 저산소 상태에 적응하도록 돕는 단백질인 HIF1α가 ETS1의 발현을 촉진하는 부위에 결합하는 것을 막아 ETS1의 생성을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HSP90 억제가 ETS1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암의 전이와 면역 회피를 동시에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상 면역을 가진 실험쥐에 HSP90 억제제와 항 PD-1 면역치료제를 병용 투여한 결과, 단독 투여군 대비 종양 성장이 유의하게 지연되고 생존 기간이 가장 크게 연장됐다.
박영민 교수는 "연구를 통해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의 원격 전이와 면역 회피가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전사인자 ETS1이 지휘하는 하나의 악성화 과정에서 비롯됨을 규명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ETS1 활성도를 면역치료 저항성 환자의 사전 선별 바이오마커로 활용하고, HSP90 억제제와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하면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던 난치성 두경부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행하는 암 생물학 및 종양학 분야 국제 학술지 'Cancer Research(IF 22.6)'에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의 전이와 면역 회피를 유도하는 하이브리드 상피-중간엽이행 프로그램의 핵심 조절인자 ETS1 규명(ETS1 Orchestrates a Hybrid EMT Program Driving Metastasis and Immune Evasio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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