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 만들며 웃었지만…"연휴 길수록 외로워"
지난해 1177명 보호 종료…가정위탁 585명 최다
전문가 "경제적 자립 넘어 사회·정서적 지원 필요"
![[서울=뉴시스]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열린 '명절 한상' 문화 프로그램에서 한 자립준비청년이 직접 만든 잡채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6.09.25. spicy@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23/NISI20260923_0002248010_web.jpg?rnd=20260923160611)
[서울=뉴시스]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열린 '명절 한상' 문화 프로그램에서 한 자립준비청년이 직접 만든 잡채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6.09.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이번 추석에도 혼자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처럼 다 같이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게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17일 오후 7시께 서울 용산구 서울자립지원전담기관 교육장에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함께 청년들의 웃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다 함께 모여 육전과 잡채를 만드는 '명절 한상' 문화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앞치마를 두른 10여명의 청년들은 "선생님, 당면 지금 넣어요?" "나 망친 것 같아요"라며 서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양파를 썰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직접 만든 명절 음식을 맛본 김모(22)씨은 "명절 음식이 손도 많이 가고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다 같이 만들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웃었다. 함께 음식을 만든 조모(26)씨도 "명절 음식을 해먹기 힘들어 안 챙길 때도 많은데, 직접 만들어 먹으니 재밌다"며 뿌듯해했다.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이날처럼 함께 모여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자리는 더욱 특별하다. 많은 이들이 가족과 함께하지 않고 홀로 명절을 보내기 때문이다.
보호종료 후 스무살부터 자취를 시작한 양모(25)씨는 명절이 반갑지 않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만나자고도 해봤지만, 연휴엔 다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주로 혼자 있게 된다"며 "어른이 됐는데도 아직까지 명절이 싫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열린 '명절 한상' 문화 프로그램에서 한 자립준비청년이 잡채를 만들고 있다. 2026.09.25. spicy@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23/NISI20260923_0002248009_web.jpg?rnd=20260923160549)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열린 '명절 한상' 문화 프로그램에서 한 자립준비청년이 잡채를 만들고 있다. 2026.09.25. [email protected]
자취 후 맞이한 첫 명절의 기억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양씨는 "버스 안팎으로 온통 가족들뿐인 모습을 보고 슬퍼서 버스에서 많이 울었다"며 "초반에는 외로움과 혼자라는 감정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추석도 홀로 보낼 예정이다. 그는 "연휴가 길어질수록 더 외롭다"며 "집에만 있기보다 밖을 돌아다니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지난 3월 국가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2025년 자립준비청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보호가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은 1177명으로 집계됐다. 보호 유형별로는 가정위탁이 585명으로 가장 많았고, 아동양육시설 430명, 공동생활가정 162명 순이었다. 최근 5년간 보호가 종료된 청년은 모두 7395명에 달했다.
이처럼 해마다 수많은 청년들이 시설이나 위탁가정 등의 보호를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하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정서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양씨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처럼 정말 혼자인 친구들이나 (남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힘든 친구들을 위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나 프로그램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열린 '명절 한상' 문화 프로그램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이 직접 만든 잡채와 육전 등이 놓여 있다. 2026.09.25. spicy@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9/23/NISI20260923_0002248008_web.jpg?rnd=20260923160521)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 열린 '명절 한상' 문화 프로그램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이 직접 만든 잡채와 육전 등이 놓여 있다. 2026.09.25. [email protected]
전문가 역시 경제적 지원은 꾸준히 확대된 반면, 보호 종료 이후 관계를 맺고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도록 돕는 지원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배은경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적 자립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아직 사회적 자립이나 정서적 자립에 어려움이 있다"며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상대적으로 관계를 맺거나 장기적으로 정서적 지지를 받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례관리 사업은 단순하게 돈을 나눠주거나 물건을 배달해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욕구에 맞춰서 신뢰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라며 "그걸 다 하기에는 현재 자립지원전담기관들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 교수는 보호가 종료된 뒤에도 기존 시설이나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아동양육시설에서는 명절 때 홈커밍데이 같은 것도 많이 한다"며 "사회적·정서적 자립에는 멘토나 비공식적인 사회 연결망이 생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명절 음식만들기 프로그램을 주최한 서울시자립지원전담기관 박진하 관장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당장의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필요할 때 언제든 기대어 쉴 수 있는 심리적 안전망"이라며 "청년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따뜻한 명절의 기억을 안고 희망찬 자립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