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구 살리는 '사회적 응급실'…주저 말고 오세요"[그냥드림, 잇다②]

기사등록 2026/09/23 06:02:00

최종수정 2026/09/23 06: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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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동 울산광역시나눔푸드마켓 센터장 인터뷰

"응급환자 '골든타임' 있듯, 위기가구도 마찬가지"

[세종=뉴시스]이대동 울산광역시나눔푸드마켓 센터장.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6.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대동 울산광역시나눔푸드마켓 센터장.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6.09.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강진아 기자 = "아파서 응급실을 찾았을 때 '골든타임' 내에 대처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냥드림'도 같다고 생각해요. 삶에 희망을 줄 수 있는 힘이 되죠."

이대동 울산광역시나눔푸드마켓 센터장은 생계가 어려운 이들에게 조건 없이 내민 식료품 꾸러미가 '삶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지갑에 남은 4000원으로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누군가에겐 이 작은 온기가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숨어있던 위기가구를 세상 밖으로 이끄는 통로가 된다.

그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 '그냥드림'이다. 보건복지부가 전국에서 시행 중인 그냥드림은 복잡한 소득 증빙 없이 먹거리와 생필품을 즉시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수 사업장으로 꼽히는 울산광역시나눔푸드마켓은 지난해 12월 시범사업부터 10개월간 먹거리 나눔과 동시에 위기가구 발굴에 힘써왔다.

지난 18일 뉴시스와 전화로 만난 이 센터장은 "그냥드림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배고프고 삶이 힘들다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문을 두드려 달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세종=뉴시스]이대동 울산광역시나눔푸드마켓 센터장.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6.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대동 울산광역시나눔푸드마켓 센터장.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2026.09.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냥드림의 가장 큰 특징은 조건 없는 먹거리 나눔이다. 현장에서 마주한 이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기본 식생활에서 가장 절실한 게 먹거리다. 더 이상 일을 하기 어렵고 의료비 부담에 생활비는 정해져 있다 보니 결국 식비부터 줄이게 된다고 한다. 공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분이라면 아무래도 절실함이 더 묻어난다. 당장 '며칠을 못 먹었다', '일자리가 없다'며 막막함을 토로한다. 오늘 찾아온 분도 당장 '지갑에 4000원밖에 없다'고 하더라. 공공근로를 신청했지만, 다음 달까지 버틸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다며 1시간 남짓 먼 거리를 걸어온 장애인도 있었다. 지난달엔 아이 셋을 키우는 여성 가장이 경력 단절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두 차례 방문해 즉각 지원했다.

우리는 식료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추가 지원 방법을 고민한다. 위기 상황이 감지되면 2차 상담을 거쳐 생활을 살피고, 관할 행정복지센터 담당자와 긴밀히 소통하며 사례관리 이력을 확인하고 필요시 복지서비스로 연계한다. 식료품은 최대 3회 지원하지만, 지자체 판단에 따라 유연하게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

-낙인 우려로 마음을 열지 않는 분도 있을 것 같다.

"'못 사는 게 무슨 자랑이냐'고 말하는 분도 있다. 그럴 땐 '선생님도 분명 일하며 세금을 냈기에, 위기 상황일 때 국가가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제도고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설명한다. 어렵거나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도움을 받고 힘을 내 살아가다가 훗날 누군가를 도와주면 된다고 설득한다. 그렇게 굳게 닫혀있던 분들이 상담을 통해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분들이 제게 들어줘서 감사하다고 할 때면,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다시 깨닫고 힘을 얻는다."

-그냥드림은 나눔에서 그치지 않고 위기가구 발굴로 이어진다. 그 필요성을 체감하나.

"우리는 갑자기 쓰러지거나 아프면 응급실을 찾는다. 응급 환자에게 '골든타임'이 중요하듯, 그냥드림도 마찬가지다. 삶의 골든타임에서 위기에 대처하도록 돕는 곳이다. 삶에 의욕이 있어야 입맛도 생긴다. 먹거리 지원은 삶에 희망을 주고, 살아갈 동기를 부여하는 원천적인 힘이 된다. 예로부터 무언가 나눌 때 먹거리부터 나누지 않았나. 문턱을 낮추고 온기를 나누면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닿도록 하는 거다. 도움을 받은 이는 또다시 다른 누군가를 돕고 싶어 할 수 있다. 그런 인식이 퍼지면 서로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선순환이 되리라 믿는다."
[세종=뉴시스]'그냥드림' 코너가 마련된 울산광역시나눔푸드마켓 센터. (사진=울산광역시나눔푸드마켓 제공) 2026.09.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그냥드림' 코너가 마련된 울산광역시나눔푸드마켓 센터. (사진=울산광역시나눔푸드마켓 제공) 2026.09.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어르신뿐만 아니라 청년, 청소년 등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도 발굴할 수 있다.

"실제로 사업 초반 24살 청년이 찾아왔다. 부모와 관계가 단절된 채 옥탑방에 혼자 살며 우울한 상태였다. 식품과 함께 온열기를 챙겨주고, 긴급 생계비와 공공근로를 연계했다. 이렇게 고립·단절된 청년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다. 나중에 감사 연락이 왔길래, '그저 열심히 살아 달라'고 당부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찾아온 30대 중반 청년에겐 시청에 연락해 청년 고용 기관을 연결해 주기도 했다. 나이와 환경에 맞춰 유관기관을 연계해 주는 다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아직 방문을 주저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드림은 항상 열려 있다. '내가 가도 될까',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말고 언제든 편하게 왔으면 좋겠다. 수치심이 드는 곳이 아니라, 국가가 주는 또 다른 기회를 찾는 열린 공간이다. 배고프고 힘들다면 얼마든지 찾아오시라. 그 어려움을 혼자 앓지 말고 함께 나누고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이곳의 문턱은 낮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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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구 살리는 '사회적 응급실'…주저 말고 오세요"[그냥드림, 잇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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