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 관리는 어떻게"…500여년 전 퇴계도 고민했다

기사등록 2026/09/21 09:15:01

최종수정 2026/09/21 09: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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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률 94%인데 묘지는 서울 면적의 절반

"정성이 깃든 곳에 신이 내린다"…안동 종가도 '묘소 밖'에서 묘제

[안동=뉴시스] 안동김씨 보백당종택 재실 묘제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2026.09.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안동김씨 보백당종택 재실 묘제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2026.09.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우리나라 화장률이 94%에 이르렀지만 지목상 '묘지'로 분류된 토지는 서울시 전체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와 가족 규모 축소, 후손들의 도시 이동으로 조상 묘소를 관리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500여 년 전 퇴계 이황 역시 묘소를 직접 찾아 제사를 지내는 문제를 고민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1일 추석을 앞두고 소장 기록자료와 경북 안동 지역 종가 사례를 통해 조상 묘소 관리와 묘제 방식 변화를 소개했다.

국토교통부의 2025년 지적통계에 따르면 지목상 '묘지'로 분류된 토지는 283.3㎢다. 서울시 전체 면적의 46.8%에 해당한다. 지목상 공원(341.6㎢), 학교용지(317.0㎢)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규모다.

반면 2024년 우리나라 화장률은 94.0%까지 높아졌다. 사망자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화장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화장이 보편적인 장례 방식으로 자리잡았지만 기존 묘소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부모와 그 윗대 조상 묘소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후손들의 생활 방식도 달라졌다. 가족 규모가 작아지고 후손들이 도시로 이동하면서 여러 지역에 흩어진 묘소를 찾아 벌초와 성묘를 하는 일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고령의 후손들에게는 산길을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런데 '묘제를 반드시 묘소에서 지내야 하느냐'는 고민은 오늘날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소개한 퇴계의 기록에는 약 500년 전에도 비슷한 고민이 등장한다.

[안동=뉴시스] '퇴계언행록'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우계이씨 종택 기탁자료) 2026.09.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퇴계언행록'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우계이씨 종택 기탁자료) 2026.09.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퇴계선생언행록'에는 제자 김부륜이 퇴계에게 여러 묘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는 문제를 물었다. 여러 곳을 오르내리다 보면 지쳐 정성과 공경이 흐트러질 수 있고, 제물도 새것과 이미 올린 것이 섞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김부륜이 재실에서 지방을 써 함께 제사를 지내는 방안을 묻자 퇴계는 "무방하다"고 답했다. 정결한 곳에 제단을 마련해 함께 제사를 지내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는 "더욱 좋다"고 했다.

퇴계는 당시 사람들이 묘제를 지낼 때 반드시 묘소에 가는 것을 두고 "원래의 예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옛사람들은 정성이 깃든 곳에 신이 내린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오늘날 안동의 종가에서도 묘제를 지내는 공간을 바꾸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안동김씨 보백당종가는 20여 년 전부터 산에 흩어진 묘소를 일일이 찾아가는 대신 재실에서 여러 조상을 함께 모셔 묘제를 지내고 있다.

진성이씨 퇴계종가도 종택 제청에서 위패를 모시고 합동으로 묘제를 지낸다. 퇴계의 조부인 노송정종가 역시 10여 년 전부터 종택 제청에서 묘제를 올리고 있다.

젊은 후손들의 참여가 줄고 고령의 제관들이 산길을 오르내리기 어려워지면서 묘제 장소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안동=뉴시스] 진성이씨 노송정종택 제청 묘제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2026.09.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진성이씨 노송정종택 제청 묘제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2026.09.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진성이씨 주촌종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016년 종택 뒤편에 추모제단을 마련했다.

현재 이곳에서 50여 위의 조상을 함께 모셔 묘제를 지내고 있다. 산에 흩어진 묘소를 일일이 찾아가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묘소 관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종손 이세준씨는 고조부까지는 벌초를 이어가되 그 윗대의 묘소는 벌초하지 않고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묘소를 파묘해 봉안시설로 옮기는 대신 무덤은 그대로 두고 벌초를 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후손들의 관리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묘소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묘소를 지키고 성묘하는 일은 단순히 묘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 조상을 기억하고 가족의 전통을 이어가는 의미가 있다"며 "이번 추석에는 묘소를 돌아보면서 어떤 방식으로 추모의 전통을 이어갈 것인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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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 관리는 어떻게"…500여년 전 퇴계도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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