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후순위?…백신 계약 펑크 낸 해외 공급망[빨리온 독감③]

기사등록 2026/09/19 1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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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P 사노피 50만 도즈 물량, 녹십자가 메워

유행 균주 모두 교체…WHO 발표도 늦어져

민간 의료기관 시장, “독감 부족하다” 원성


[성남=뉴시스] 독감 백신 접종 이미지 (사진=성남시 제공,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2026.09.18.photo@newsis.com
[성남=뉴시스] 독감 백신 접종 이미지 (사진=성남시 제공,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올겨울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예년보다 빨라지면서 국가예방접종(NIP) 일정이 앞당겨진 가운데, 민간 병·의원에서는 백신을 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향후 이를 방지할만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독감 백신 수급난은 50만 도즈 부족분에서부터 시작됐다. 정부의 독감 백신 입찰에 참여했던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가 독감 백신 수급을 NIP 일정에 맞추지 못한 탓이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빨라진 독감 유행으로 어린이·어르신 대상 NIP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 그러나 사노피가 일정에 맞춰 백신 수급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이를 국내 기업인 GC녹십자의 독감 백신으로 대체키로 했다.

앞서 NIP 입찰 당시 사노피가 조달키로 한 백신 물량은 225만 도즈(1회분)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급 문제로 50만 도즈를 기한 내에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질병관리청은 “NIP을 차질없이 시행하기 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계약 변경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국가예방접종을 위한 정부 조달 물량 약 1233만 도즈는 변동 없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2월 올해 유행이 예상되는 독감 균주를 지정하면, 백신 제조업체가 이를 바탕으로 백신을 생산하는 구조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유행하는 독감 균주가 모두 바뀐데다, WHO가 이를 배포한 시점도 평년보다 늦어졌다.

사노피코리아 측도 “이번 공급 상황은 복수의 인플루엔자 균주 변경, 백신주 결정 회의에서의 B형 균주 최종 확정, 그리고 WHO 필수규제연구소가 관리하는 글로벌 시약의 생산 및 유통 지연으로 제조 일정 전반에 영향을 받으면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내 독감백신 생산·수입물량도 지난 절기보다 약 400만 도즈 감소했다. WHO의 권고 백신주를 전면 교체하는 과정에서 생산 수율도 떨어진 탓이다.

구조적인 요인이 겹친 결과이지만, 이는 민간 병·의원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 우려가 커진다.

독감 백신 총량이 예년보다 줄어든데다 민간에 공급하려던 GC녹십자의 50만 도즈의 독감 백신 물량이 NIP로 넘어가면서 민간 병·의원의 독감 백신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지금 의료기관에서는 물량이 부족해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하겠다고 하지만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추석 연휴까지 겹쳐서 백신 공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독감 백신은 통상 초기 유통 시에는 일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이번에는 독감이 빨리 유행하면서 백신을 맞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리는데 공급되는 양은 한정되면서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제약사들이 가격을 올려 도매업체에 공급하고, 일부 도매업체들이 대량 사재기를 통해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면서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독감 백신 입찰, 가격아닌 생산·공급능력 등 모든 요인 고려해야"

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8일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사노피가 정부에 납품할 예정이던 50만 도즈는 향후 민간 접종을 위해 제공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민간 접종 물량에는 변화를 초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NIP 물량으로 공급하는 것보다 민간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이득이다. 통상 NIP로 공급하게 되면 가격이 8000원대 후반에서 9000원대 초반 수준이지만, 민간시장의 경우 1만원 이상으로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NIP 물량이었던 사노피의 50만 도즈는 민간시장으로 공급될 예정이며, 민간시장에 공급하려던 GC녹십자의 50만 도즈는 NIP로 이동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유통해야 하는 백신이 부족한 상황이 되면서 우리나라가 사노피의 우선순위에서 빠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NIP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녹십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는 정부 입찰 과정에서 가격으로만 조달업체를 선정하지 말고 생산·공급능력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은 “현재 사노피의 50만 도즈 백신 물량은 국가출하검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9월 중순 이후 완료돼 민간 시장에 공급될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계약 변경 조치를 한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패널티 등은 정해진 바 없고, 향후 계약 위반 사항이 발생할 경우에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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