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닉슨·레이건…美 성공 외교는 옛날 일
“트럼프·시진핑, 경쟁 구도 맞는 협상 능력 못 갖춰”
시, 트럼프 베이징 떠나기 전 푸틴 맞이 준비…“미국에 의존 안 해”
![[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15일(현지 시간)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얘기를 나누며 산책하고 있다. 2026.05.15.](https://img1.newsis.com/2026/05/15/NISI20260515_0001256260_web.jpg?rnd=20260515135552)
[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15일(현지 시간)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얘기를 나누며 산책하고 있다. 2026.05.15.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4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양국 관계 전환의 계기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외교전문지는 포린어페어즈는 16일 아시아 소사이어티 미중관계센터 아서 로스 소장인 오빌 셸 기고에서 “개인주의 외교로 양국 갈등의 악순환을 막을 수는 없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말라”고 일갈했다.
케네디·닉슨·레이건…美 성공 외교는 옛날 일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은 마오쩌둥 주석, 저우언라이 총리와의 1주일간의 방문을 통해 냉전을 양극에서 삼각 구도로 전환시켰다.
1979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덩샤오핑 최고 지도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하고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미중 관계가 점점 더 적대적인 상태로 치닫자 이같은 돌파구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다.
현실주의자를 자부하는 외교 전문가들조차 이런 비현실적인 성공에 대한 환상을 품는 경향이 있다.
지난 5월 베이징 회담 때에도 시 주석이 ‘건설적인 전략적 안정’이라는 말을 했으나 양국의 근본적인 적대적 성격을 바꾸지는 못했다.
양국은 여전히 끊임없는 압박 외교를 통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핵심 공급망에 대한 통제권을 이용해 상대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시진핑, 경쟁 구도 맞는 협상 능력 못 갖춰”
양국 지도자 모두 현재의 경쟁 구도에 걸맞은 협상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시 주석은 타협을 약함과 동일시하며 트럼프는 모순적이고 성급한 성격 탓에 효과적인 외교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과거에는 여건이 적절하고 외교적 수완이 뛰어난 지도자들이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트럼프와 시 주석이 각자의 나라를 이끄는 한 정상회담은 기껏해야 경쟁 관계를 관리하는 수준에 그치거나 최악의 경우 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트럼프가 호감을 사려고 할 때 보여주는 피상적인 아첨과 친근함은 중국 지도자들에게 깊은 신뢰를 구축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 트럼프 베이징 떠나기 전 푸틴 맞이 보여줘…“더 이상 미국에 의존 안 해”
트럼프는 “두 사람이 환상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해결할 수 없었을 많은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그의 가식적이고 일방적인 호의에는 어딘가 어색함이 묻어났고 회담의 근본적인 한계를 암시했다.
트럼프의 환심 사기에도 시 주석은 특유의 냉담한 태도를 유지하며 미미한 수준의 호감 표명만을 보였다.
트럼프 전용기가 도착했을 때 영접한 사람은 시 주석이 아닌 당 서열 8위의 한정 국가부주석이었다.
공동 기자 회견은 생략하고 트럼프는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중국 방문 시 해왔던 대학이나 다른 공개 석상에서의 연설도 없었다.
대신 트럼프는 공산당 최고 지도부 거주지 중난하이를 방문해 매우 연극적이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부실한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이곳에 초청했다고 하면서도 닉슨,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도 왔었던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베이징 공항에서 귀국할 때 터미널 활주로에는 모스크바에서 막 도착한 러시아제 일류신 II-76 수송기가 보였다.
에어포스 원이 중국 영공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시 주석은 집권 26년 만에 25번째로 중국을 방문하는 푸틴 대통령을 환영하는 것을 보여줬다.
트럼프가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베이징 방문을 마치고 떠난 나흘 후인 19일 푸틴은 베이징에 왔다.
중국이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강력한 파트너 국가들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상기시키고 있었다.
법가의 영감 시 주석…마키아벨리적 지도력 강조
그의 레닌주의적 이념, 엄격하게 통제된 지도 스타일은 미국이 추구하는 정상회담의 개념과 맞지 않고, 더욱이 트럼프의 자유분방한 지도 스타일과도 상충된다.
시 주석은 절제된 강인함을 풍기지만 국제적인 지도자들과 어울리는 것을 불편해 하며 의식과 의례 뒤에 숨는 것을 가장 편안하게 여기는 듯하다.
시진핑의 불투명함은 권위적인 분위기를 부여하지만 아우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색하거나 서투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즉흥적인 순간을 피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들이 위엄 있는 지도자가 진정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외교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다.
시 주석은 고대 중국의 법가 사상에서 영감을 얻었다. 보다 부드럽고 윤리적인 통치를 제시했던 유교와 달리 강하고 냉혹하며 마키아벨리적인 형태의 지도력을 강조한다.
그는 2024년 연설에서 BC 3세기의 한비자를 칭송해 “법을 수호하는 자가 강할 때 국가가 강하다”고 말했다.
시의 과묵하고 불투명한 공개적 태도는 한비자의 가르침과 비슷하다.
관찰자들은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박, 아첨, 또는 2017년 마라라고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건넨 커다란 초콜릿 케이크 조각과 같은 회유책을 통해 시 주석을 협력적인 동료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지나치게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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