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노출 심했던 1951~80년대 미 출생자 치매 발생 급증

기사등록 2026/09/16 09:53:11

최종수정 2026/09/16 10:34:26

구글에서 선호하는 매체로 추가

납 농도 낮은 사람 대비 2~3배

치료 불가능해도 일부 예방 가능

노출 차단하고 생활습관 개선

인지 장애 시작되면 이미 늦은 때

【몬트리올(캐나다)=AP/뉴시스】캐나다 전역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이 매일 마시는 수돗물의 납 농도가 높아 자신도 모르게 납 중독에 노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납 수돗물의 주요 원인은 낡은 수도관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몬트리올의 성 도미니크 거리에서 노후 수도관을 교체하는 모습. 혈중 납 농도가 높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2026.9.16.
【몬트리올(캐나다)=AP/뉴시스】캐나다 전역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이 매일 마시는 수돗물의 납 농도가 높아 자신도 모르게 납 중독에 노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납 수돗물의 주요 원인은 낡은 수도관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몬트리올의 성 도미니크 거리에서 노후 수도관을 교체하는 모습. 혈중 납 농도가 높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2026.9.1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1951~1980년 사이에 미국에서 태어난 인구의 90% 이상에서 혈중 납 농도가 1dL당 5μg을 넘었으며 이들이 노령화함에 따라 납중독으로 인한 치매 발생률이 크게 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은 1950년 이후 30년 동안 납이 첨가된 휘발유를 태워, 전국의 도로 1마일마다 납을 약 907kg씩 뿌린 것과 같은 양의 납을 대기로 배출했다.

도시의 도로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 쌓였다. 페인트와 배터리, 건축 자재에 들어 있던 납도 납 노출을 가중시켰다.

납은 인체에 극미량만 있어도 해를 끼친다.

혈중 납 농도가 1dL당 2μg을 넘어도 발달상의 손상을 초래한다. 커다란 수영장에 BB탄 크기의 납 구슬 하나를 녹인 것과 같은 양에 불과한데도 그렇다. 가장 낮은 수준의 노출에서도 IQ는 급격히 떨어진다.

납을 흡수하면 몇 달 동안 혈액 속에 남아 있다가 일부가 배출되고 70~95%는 뼈 속에 남는다.

이 납이 뼈의 재형성 과정에서 다시 혈류로 흘러가 장기를 손상시킨다.

임신과 수유, 폐경, 활동량 부족은 이 과정을 크게 가속하며, 뼈 밀도가 감소하는 정상적인 노화 역시 마찬가지다. 한 연구에서는 폐경이 여성의 혈중 납 농도를 크게 높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 “알츠하이머병 및 치매” 저널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뼈 속 납 농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된 사람들은 가장 낮은 사람들보다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약 2배 높았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은 3배 높았다.

이 결과는 납 노출이 가장 심했던 시기에 성장한 세대가 인지기능 저하의 시가에 접어들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극미량이라도 위험

납은 원자구조가 안정적이어서 인체 안에서 분해되지 않는다.

인체는 납을 필수 광물질로 착각해 거의 모든 장기 안에 받아들인다. 상당량이 배출되지만 상당한 양이 간과 신장, 비장, 심장, 뇌, 그리고 저장 장소인 뼈에 남는다.

납 원자가 우리 몸이 스스로를 구성하는 데 사용하는 칼슘과 철, 아연 같은 필수 광물질을 밀어내면서 인체의 생물학 체계가 궤도를 벗어난다.

세포의 기계장치가 오작동하고 유전자 명령이 뒤엉키며 신경의 전기적 충격이 합선된다. 뇌의 판단과 충동성, 기분 조절을 담당하는 영역이 주로 위축된다.

수천 건의 연구에서 어린 시절 납에 노출된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이 성인이 된 뒤에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IQ와 학습, 기억력, 교육 수준, 감정 조절, 반응 시간의 저하뿐 아니라 과잉행동과 고혈압, 우울 증상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미 보건 당국은 허용 가능한 혈중 납 농도를 계속 낮춰왔다.

1985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기준치를 1dL당 30μg에서 25μg으로 낮췄고, 1991년에는 다시 1dL당 10μg으로 낮췄다. 2012년 다시 절반으로 낮춘 뒤 CDC 당국자들은 “안전한 혈중 납 농도는 확인된 적이 없다”고 인정했다.

현재 CDC는 1dL당 3.5μg의 납 농도를 상승된 수준으로 간주한다. CDC는 이 수치 역시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납과 치매

납 오염이 증가하던 시기에 성장한 첫 세대가 이제 65세를 훨씬 넘었다.

이 연령대부터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발생률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올해 미시간대학교와 하버드 의과대학, 예일대학교 연구자들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납과 치매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연구진은 1988~2016년 사이 수천 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누적 뼈 속 납 농도를 추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대부분의 치매 위험요인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을 소폭 높이는 데 그치지만, 뼈 속 납 농도가 높은 사람들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최소 2배 높았다.

뼈 속 납과 치매 사이의 연관성은 여러 기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납 노출은 뇌 발달을 저해하고 뉴런을 손상시켜 뇌가 노화에 견디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납은 또 고혈압과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데 기여하며, 이들 역시 치매의 위험요인이다.

동물 및 실험실 연구에서는 납이 후성유전체를 변화시켜 유전자가 발현되는 방식을 바꾸고, 그 결과 인지기능 저하를 가속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어린 시절의 납 노출은 IQ를 낮추고 정규교육을 받은 기간을 줄임으로써 사람이 강력한 ‘인지 예비력’, 즉 노화에 따른 저하를 완충하는 뇌의 능력을 갖추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대처 방안

치매를 치료할 방법은 없지만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선진국 일부 지역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치매 발생률이 감소해 왔으며, 북미와 유럽에서는 10년마다 약 13%씩 감소하고 있다.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전체 환자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그렇다. 더 나은 식습관과 운동이 아마도 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적어도 일부는 납 노출 감소 덕분이다.

1960~1980년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앞으로 20년이 조기 개입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의 납 노출 수준을 차단하는 일이 시급하다.

미국의 3400만 가구 이상, 전체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가구에는 여전히 납 성분 페인트가 일부 남아 있다.

환경보호청은 전국적으로 400만 개 건물에 납 수도관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추산하면서 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골동품과 수입 장난감, 장신구, 유약을 입힌 도자기, 일부 수입 향신료와 화장품, 전통 의약품 같은 가정용품에도 납이 들어 있다.

뼈 속 납 노출을 직접 예방하고 치료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 납중독을 겪은 사람들은 산모의 수유기처럼 뼈의 재형성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급성 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뼈에서 다시 방출되는 낮은 수준의 납에 대해서는 표준 치료법이 아직 없다.

뼈를 강화하기 위한 운동과 충분한 철분, 칼슘, 아연이 포함된 건강한 식단이 납 농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이들 광물질을 충분히 공급하면 혈류를 순환하는 납이 조직에 다시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도록 할 수 있다.

또 혈중 납 농도를 측정해 높게 나타나는 사람은 납을 체외로 배출케 하는 약물을 사용하는 치료를 할 수 있다.

골다공증 치료제와 여성의 호르몬 대체요법은 뼈의 재형성을 늦춘다. 이 방법들이 뼈에 저장된 납의 방출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인지장애가 시작되면 대처하기가 이미 늦은 때라는 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납 노출 심했던 1951~80년대 미 출생자 치매 발생 급증

기사등록 2026/09/16 09:53:11 최초수정 2026/09/16 10:34:26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