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박, 스스로 규격을 찢고 마주한 온전한 자유…'브레이크!'

기사등록 2026/09/14 05: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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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일 블루스퀘어 우리WON뱅킹홀 콘서트 '브레이크!' 리뷰

'위플래시'·'버닝 업' 펑키 밴드세트 메들리…사이키델릭 조명

얌전함 벗어던지고 내달린 사흘…마지막날 생일축하도

"단독 콘서트 여는 것, 결코 당연하지 않다"

[서울=뉴시스] 존박. (사진 =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9.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존박. (사진 =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9.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악에서 틀(Frame)이란 대상을 억압하는 굴레가 아니라, 흩어지려는 음표들을 붙잡아두는 필연적인 중력에 가깝다. 장르의 문법, 마디의 규칙, 3분 안팎이라는 대중음악의 물리적 규격은 소리가 세계의 형태를 갖추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러나 대중음악이 가장 매혹적인 떨림을 획득하는 순간은 역설적이게도 이 견고한 틀에 정직한 균열이 가해지는 지점, 즉 '브레이크(Break)'의 찰나다. 틀을 깬다는 것은 무모한 파괴나 치기 어린 반항이 아니다. 내면에서 차오른 음악적 진실과 정서의 부피가 너무 커져, 기존의 그릇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때 일어나는 필연적인 흘러넘침이다. 온몸으로 그 형식을 겪어낸 사람만이 비로소 그 형식을 부술 자격을 얻는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WON뱅킹홀에서 열린 존박의 단독 콘서트 '브레이크!(BREAK!)'는 스스로 세워둔 안락한 울타리를 부수고 터져 나온 음악적 월경(越境)의 기록이었다. 지난해 12월 8년 만에 열었던 콘서트 '꿈처럼' 이후 9개월 만에 다시 관객과 마주한 무대.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했지만 3일이 훅 지나가고 나니 허무하기까지 했다. 이번에는 좀 미친 듯이 놀아보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공연은 점잖고 정적인 보컬리스트라는 세간의 기대를 전복시키는 것으로 출발했다. 별도의 게스트나 화려한 특수효과를 배제한 채, 오직 풀 밴드의 생생한 호흡과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무대를 빈틈없이 채워 넣겠다는 태도는 음악 그 자체로 승부하겠다는 단단한 선언이었다.

공연은 '블러프(BLUFF)'를 시작으로 '언더스탠드(Understand)', 'DND', '제자리', '그만'까지 숨 쉴 틈 없이 내달리며 객석을 단숨에 예열했다. 오프닝을 마친 존박은 "음악을 꽤 오래 하다 보니 '나는 이런 건 안 어울려', '난 이런 걸 할 거야'라며 스스로 틀을 만들고 좁혀지더라. 이번 공연만큼은 스스로 만든 틀을 깨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 고백의 실체는 이번 공연만을 위해 작곡된 미발표 신곡 '브레이크!'에서 온전히 폭발했다. 음원 발매 계획조차 없이 오직 이 현장의 관객만을 위해 만들어진 이 곡에서, 그는 스탠드 마이크를 벗어나 무대 위를 맹렬히 질주했다. "무대 위에서 이렇게 뛰어본 적이 없다"는 가쁜 숨소리는 그동안 얌전함 속에 갇혀 있던 내면의 에너지가 형식의 껍질을 뚫고 솟구쳐 나오는 순간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이 자유로운 도약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대 뒤를 든든하게 받친 대한민국 최정상 세션들의 탁월한 앙상블이었다. 누구 하나 튀지 않으면서도 작은 디테일 하나 묻히지 않는 연주의 밀도는 블루스퀘어 우리WON뱅킹홀의 공간을 펑키(Funky)한 맥박으로 채웠다. 밴드 마스터 홍소진은 특유의 파동 넘치는 건반 터치와 무대 매너로 전체의 호흡을 이끌었고, 송성경은 유려한 화성의 결을 쌓아 소리의 외연을 넓혔다. 그 아래에서 최인성의 베이스는 묵직하면서도 탄력적인 그루브로 바닥을 울렸고, 박성찬의 드럼은 날카로운 스네어와 정교한 비트로 펑크의 척추를 세웠으며, 프로툴을 맡은 한민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운드의 완성도를 치밀하게 다잡았다. "아이디어를 던지면 상상보다 훨씬 멋지게 만들어주는 동료들 덕분에 합주가 너무 즐거워 콘서트 날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여길 정도였다"는 존박의 신뢰는 과장이 아니었다.
[서울=뉴시스] 존박. (사진 =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9.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존박. (사진 =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9.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격렬한 리듬 뒤에 찾아온 정적의 순간에서도 밴드의 힘은 빛났다. '유 웨어 더 원(YOU WERE THE ONE)'과 '왜 그럴까'를 지나 '이게 아닌데'로 이어지는 흐름은 이번 공연에서 가장 내밀한 호흡을 담아낸 대목이었다. 곡의 문을 연 기타리스트 홍준호의 청명하고 처연한 독주는 장내의 공기를 단숨에 바꾸어 놓았고, 이어진 홍준호의 기타와 최인성의 베이스가 주고받는 듀오 연주는 감정의 여백을 가장 우아하게 메워냈다. 존박이 "합주할 때 다른 멤버들도 입을 벌리고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고 전한 이 연주는, 거친 폭발만큼이나 절제된 침묵 역시 강력한 음악적 브레이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중반부에서는 유튜브 채널 '존이냐 박이냐'를 통해 본캐와 부캐의 경계를 허물며 대중과 호흡해 온 유쾌한 유연함이 무대 위로 확장됐다. 에스파(aespa)의 '위플래시(Whiplash)', 미야오(MEOVV)의 '버닝 업(BURNING UP)', 리센느(RESCENE)의 '러브 어택(LOVE ATTACK)'으로 이어지는 걸그룹 댄스 넘버들은 풀 밴드의 펑키한 사운드와 존박의 솔풀한 저음을 통과하며 완전히 새로운 질감으로 해체되고 재구성됐다. 사이키델릭한 조명 아래 펼쳐진 이 파격적인 메들리 끝에 자신의 곡 '스터터(STUTTER)'를 자연스럽게 이어 붙이는 능청스러움은, 장르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 그 자체를 가지고 노는 예술가의 자유로움을 보여줬다.

파격의 뒤편에는 과거의 자신을 향한 다정한 응시가 놓여 있었다. '폴링(Falling)', '데이드리머(Daydreamer)', '투 레이트(Too Late)'로 이어지는 3연작 무대를 앞두고 존박은 솔직한 소회를 밝혔다. 발표 당시에는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처럼 오글거리고 쑥스러워 앨범을 다시 듣지 못했지만, 세월이 흐른 뒤 마주한 예전 곡들은 "조금은 어설펐지만 낡은 보석 같은 모먼트들"로 다가왔다는 고백이었다. 감각만을 믿고 거침없이 썼던 과거의 치기와 풋풋함마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틀을 깬다는 것이 지나온 시간을 부정하는 단절이 아니라 그 모든 흔적을 품어 안는 성숙임을 드러냈다. 무대 위로 레이저가 낮게 내려앉은 '투 레이트'의 아득한 공간감은 그 화해의 정서를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서울=뉴시스] 존박. (사진 =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9.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존박. (사진 =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9.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의 마지막 날이었던 13일은 존박의 실제 생일이기도 했다. 객석을 메운 관객들의 따뜻한 축하 속에서 그는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 작년에 8년 만에 무대에 서며 관객들이 찾아와줄까 걱정했는데, 내 음악을 기다려준 분들을 보며 그 불안이 얼마나 쓸데없는 생각이었는지 깨닫는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신곡 '여름은 돌아와'와 '비스타(VISTA)', '네 생각'으로 객석의 온도를 끌어올린 뒤, 앙코르 곡 '꿈처럼'의 은은한 미러볼 불빛 아래에서 사흘간의 여정을 갈무리했다.

스스로 만들어놓았던 조심스러운 규격을 찢고 솟아오른 존박의 이번 무대는 비로소 획득한 온전한 자유였다. 그가 터뜨린 '브레이크'는 자신을 지탱해 온 오랜 틀에 대한 성실한 응답이자, 비로소 자기 자신을 온전히 긍정하기 시작한 음악가의 아름다운 고백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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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박, 스스로 규격을 찢고 마주한 온전한 자유…'브레이크!'

기사등록 2026/09/14 05:56:15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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